▲글로스터와 에드거둘째 아들 에드먼드의 배신으로 인해 두 눈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글로스터 백작, 역시 쫓겨나 거리를 헤매던 에드거는 자신이 아들임을 숨긴채로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자 한다.
명동예술극장
이 이야기 속에는 곁들여 또 하나의 다른 이야기가 함께 전개되는데 그것은 리어왕의 신하인 글로스터 백작과 그의 두 아들 에드먼드, 에드거에 관한 내용이다. 서자인 에드먼드는 그의 형이자 적자인 에드거를 모함해 내쫓고, 심지어 자신의 아비까지 배반하여 두눈을 잃고 거리를 헤메게 만든다. 쫓겨난 에드거는 복수를 다짐, 끝내 에드먼드를 찾아가 복수하지만 남는 것은 결국 슬픔과 회한뿐.
세익스피어의 고전 <리어왕>은 이미 물러난 권력이 현재의 권력에게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할 수 있는지, 그래서 섣불리 자신의 권력을 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이미 내려놓은 권력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는 권력의 속성들에 대해 아주 극명하게 꽤뚫어 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해 주는 작품이다.
이번 극단 미추의 작품에서는 리어왕에 정태화, 글로스터 백작에 김현웅, 켄트에 조정근, 거너릴과 리건에 서이숙과 황연희, 에드거에 조원종 등 탄탄한 실력을 갖춘 극단 미추의 배우들에 의해 완성도 높은 앙상블로 원작의 감동을 비교적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나무로 된 발(커튼)과 한지를 이용한 병풍, 나무 상자 하나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매우 단순화되고 간결미를 살린 깔끔한 무대는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력에 여지를 제공해 주고 배우들의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줘 드라마가 살 수 있는 무대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
만일 이번에 리어왕을 처음 보는 관객이 아니라면 특히 글로스터 백작의 서자로, 적자인 형 에드거를 내쫓고 아버지까지 배신한 후 거너릴과 리건 양쪽으로부터 사랑을 차지하는 악한 동생 에드먼드에 대해서 좀 더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리어왕의 두 딸인 거너릴과 리건이 단지 권력의 단맛에 취해 천륜을 져버린 악역인데 반해 서자로 태어나 만일 그대로 있으면 어차피 모든 재산은 적자인 형 에드거에게 돌아갈 것이 빤한 상태에서 비록 나쁜 수단을 써서라도 적극적으로 '인생의 수레바퀴'를 돌려놓고자 하는 그 처절한 노력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한 악역을 보여준다.
비록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이 이 경우에 떠오른다. 모략과 배신의 온갖 악행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고자 했지만 그의 말로는 결국 인과응보로 끝을 맺고 만다. 온몸으로 돌려놓은 수레바퀴가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다.
주어진 처지에 순응해 살기 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자 적극 노력한 에드먼드, 리어왕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 중 에드먼드는 이런 점에서 가장 현대적인 인물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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