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점검번호 불러주면 적었다가 경찰에 알려주세요

경찰관이 전하는 보이스피싱 낚이지 않는 법

등록 2010.06.25 17:14수정 2010.06.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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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울려대는 전화, 최소한 몇번씩은 받아 본 전화, 바로 보이스피싱 전화다. 최근에는 더욱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사기를 치고 있다. 전화상담원 목소리와 완전 비슷할 뿐만 아니라 실명에 주민등록번호까지 술술 확인한다.

 

사실 전에는 대부분 전화를 중국 등 외국에서 하다보니 목소리 자체가 이상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입지 않을까? 또한 다른 사람의 피해까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보이스피싱 무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최근에는 더욱 교묘하게 속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보이스피싱무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최근에는 더욱 교묘하게 속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박승일
▲ 보이스피싱 무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최근에는 더욱 교묘하게 속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박승일

먼저, 전화사기 유형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주로 쓰이고 있다.

 

첫째는 '환급 빙자형'이다. 국세청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공단 직원 등을 사칭하면서 과납금을 환급해 준다고 속여 현금인출기로 유인한 뒤 통장이나 카드에 입금된 돈을 인출해 가는 수법이다.

 

둘째는 '신용카드 연체 도용 빙자형'이다. 신용카드사 직원 등을 사칭해 명의가 도용되었다고 하면서 예금 보호를 위해 비밀번호나 새로운 카드를 발급해 주겠다고 유인한 뒤 현금을 인출해 간다.

 

세 번째는 '수사기관 사칭형'이다. 법원, 검찰, 경찰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 명의의 계좌가 대형 사기 사건에 연루돼 출석을 요구한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현금 인출기로 유인해 본인 확인이나 통장 내역 등을 확인한다고 속여 현금을 인출해 가는 수법이다.

 

이런 내용을 한 두 번 정도는 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래도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경찰에 피해신고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보이스 피싱을 의심하면서도 당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또한 무한 진화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직접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이 방법은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범인을 검거하거나 다른 사람의 피해를 막는데도 중요하다.

 

먼저, 속는 것처럼 위장하는 게 중요하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바로 끊는 것이 가장 좋다. 보이스 피싱 전화가 왔다고 판단될 경우 차분하게 약간 어눌한 목소리로 응대해 준다.

 

무인지급기 가급적 상담원의 전화에는 무인지급기 사용을 하지말고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것이 바람직하다.
무인지급기가급적 상담원의 전화에는 무인지급기 사용을 하지말고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것이 바람직하다. 박승일
▲ 무인지급기 가급적 상담원의 전화에는 무인지급기 사용을 하지말고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것이 바람직하다. ⓒ 박승일

 

범인의 지시에 따르는 척 가장해 응대

 

"고객님의 인적사항이 불법 명의도용 되었습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거래은행에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은행직원이 불법업자와 결탁해 고객들의 정보를 유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 큰 피해가 있기 전에 고객님의 거래은행을 조사해 보안설정을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계속 상담을 원할 경우 9번을 누르라고 한다.

 

이런 안내는 범인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연결된 후에는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라고 침착하게 묻는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가까운 금융기관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요?"라고 물으면, "5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라고 답변해 준다. 그럼 범인들은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연락해 고객님께 바로 전화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금융기관이나 편의점 현금 지급기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로 은행창구로 가지 말고 현금지급기로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유인 즉 은행 직원이 명의를 도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럼 "알겠다"고 답해 준다. 그럴 경우 범인들은 전화를 끊거나 아니면 '통장은 어느 은행 것을 쓰고 있느냐?, 잔고는 얼마나 들어 있느냐?'라고 물어보며 상세한 정보를 수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금지급기 앞에서는 카드나 통장을 넣게 한 후 현금지급기 화면 상태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그때는 "현금지급기 앞이고 카드를 현금지급기에 넣었더니 입금, 계좌이체 등 화면"이라고 답해 준다. 물론 실제로 실행하면 안 된다.

 

이후, 보안점검번호(범행에 사용되는 계좌번호)를 입력하라며 숫자를 불러 준다. 그럼 입력했다고 답변하고 이때 불러준 번호를 메모한다. 이때가 가장 중요하다. 나중에 경찰에 신고할 때 이 계좌번호를 전달하면 부정계좌 등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경찰은 인출책이 현금인출기 조작을 시도하는 시점에 범인을 검거하게 된다. 그만큼 중요한 제보가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하지만 능청스럽게 연기(?)를 할 자신이 없거나 상황이 어려울 때는 즉시 전화를 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끝으로, 자주 걸려오는 전화번호 발신번호 형태에 대해 소개한다. 요즘은 외국에서 전화가 걸려올 경우 해외 발신번호가 뜰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범인들은 인터넷 전화나 국내 연결책을 두고 전화를 걸어온다.

 

가장 많이 사용된 전화번호는 02-736-0112 등 주로 국번을 736으로 하고 있다. 이는 지역이 종로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공서 등 주요 기관이 많은 종로구일 경우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 번호는 02-0900-××××를 사용한다. 이럴 경우에는 대부분 전화금융사기로 보면 될듯하다.

 

무한 진화중인 보이스피싱에 모두가 낚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두려워하지 말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찰 #보이스피싱 #수사 #범죄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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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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