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어두워도 괜찮습니다'
이명주
절수형 변기가 여기에도?
일본여행에서 본 또 하나의 경이로움은 일본인들의 근검절약하는 생활습관이었다. 일본인들에게 물과 전기를 아끼는 것은 약자를 배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몸에 밴 듯 익숙했다.
오사카 신이마미야역에서 여행자들 사이에 유명한 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때였다. 실내가 다소 어둡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깨달았다.
교토의 게스트하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낮이 되면 실내 조명을 모두 끄고 밤에도 필요 이상으로 안팎 조명을 밝히지 않았다.
가장 놀라웠던 시설은 화장실에 있었다. 바로 절수형 변기였다. 변의 종류(대/소)에 따라 정화수의 양을 달리해 밸브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누르는 것이 첫 번째 유형. 두 번째는 더 실용적인 형태로 세면대와 같이 손을 씻을 수 있는 장치가 있고, 손을 씻은 물이 정화수로 재활용되는 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최근 지은 건물이나 호텔, 리조트 등의 일부 편의시설에서 이러한 절수형 변기를 본 적이 있는데 일본에선 두어 평 남짓한 작은 음식점까지도 이를 상용화하고 있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지구상의 물 중 3%만이 식음 가능한 담수며, 전 세계 인구 20%만이 수돗물을 마시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가정에 공급되는 식수 중 40%가 화장실에서 쓰고 버려지며 연간 2백만 명의 아이들이 단지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해 목숨을 잃는다. 또한 전력을 생산하는 데 가장 많이 소모되는 것이 석탄이며, 이것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해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