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아내와 나의 정성으로 가꾼 마늘이기에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롭다.
홍광석
2008년, 처음으로 야콘을 기획 판매(?)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시장 가격에 비해 싼 가격이었다고 스스로를 변명했지만 내가 야박한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에 팔고 난 뒷맛이 영 개운하지 못했다. 그 후로 우리는 먹지 않아 버리려는 토란대를 달라는 사람이 있어 그냥 주었더니 뜻밖에 3만원을 주는 바람에 졸지에 판매한 꼴이 되었는데 이후로 현금을 받은 적은 없다.
그래도 작년에는 숙지원에서 수확한 농산물의 가치를 장난 삼아 생산물을 시장에서 구입한 가격으로 환산하여 대략의 수입을 추정해 봤는데 그런대로 재미있었다고 기억한다. 비록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내와 내가 수고한 땀의 가치를 객관적인 자료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년부터는 숙지원에서 나오는 모든 과일과 채소는 돈의 가치로 환산하지 않을 작정이다. 생계형 상업농을 하자는 귀촌도 아니고 모든 농산물을 자급자족할 목표도 없는데 굳이 고작 텃밭 농사에 투입된 노동의 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따지는 것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보람, 그리고 아내와 나의 건강이 나아진 점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금년 상반기 수확은 끝났다. 살다보면 비바람 부는 날, 때 아니게 추운 날도 있는 법이다.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춥다고 아니면 덥다고 하늘만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가을 수확을 기대한다. 고구마와 야콘, 대추, 감에 이어 금년에는 사과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꽃 피우고 열매를 맺은 나무를 보면서, 또 겨울이면 기다림에 숨을 죽이는 나무를 보면서 욕심을 버리는 것이 곧 마음을 비우는 일이 아닐까?
지금 숙지원에는 여름 꽃이 한창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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