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구태 답습' 전당대회서 초선들 소신 빛나

조전혁·김성식 "지역 현안 무조건 약속은 거부"

등록 2010.07.06 20:08수정 2010.07.0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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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6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장에서 각 후보자들의 피켓이 난무하고 있다.

6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장에서 각 후보자들의 피켓이 난무하고 있다. ⓒ 안홍기

6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장에서 각 후보자들의 피켓이 난무하고 있다. ⓒ 안홍기

각 지역을 도는 후보자 지역발표회가 시작되어 한나라당 전당대회 일정이 본격화한 가운데, 전당대회의 '구태 답습'에 제동을 걸고 나선 초선 의원들의 소신이 빛을 발하고 있다.

 

6일 오후 대구 범어동 그랜드호텔에서 약 5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채 열린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는 '전당대회 대의원' 표시를 붙인 참석자들보다 각 후보자측이 동원한 선거운동원들이 많았고, 초점도 당 쇄신과 화합보다는 지역 현안 해결에 맞춰졌다.

 

이날 각 후보들의 정견 발표 뒤 질문에 답하는 순서에서 각 후보들이 받은 질문은 하나같이 대구·경북지역 발전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대구 공군기지 이전과 국가산업단지 유치, 3대 문화권 사업 추진 등에 대해 후보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노라고 약속했다.

 

후보들에겐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상황이라 잘 모르는 문제라도 일단 약속하지 않으면 곤란한 처지. 그러나 초선 의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이런 식으로 지역 현안에 대해 후보들에게 약속을 받아내는 건 변화와 쇄신이라는 이번 전당대회의 의의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전혁·김성식 "화합과 쇄신은 어디 가고 지역 현안? 약속 못한다"

 

대구에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은 조전혁 의원은 "제가 여러분이 듣기 좋은 소리를 할 순 있겠지만, 내가 어제(5일) 질문지를 받았는데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다간 신세를 망칠 수 있다"며 "나에게 표를 안 줘도 된다, 그러나 해주겠다고 해놓고 못해주는, 책임질 말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주최 측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다음 행사에도 이런 프로그램을 넣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당 쇄신을 말해야 하는 상황인데, 후보자에게 귀에 발린 소리를 요구한다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런 소리는 못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조 의원은 "제가 말 한마디로 이 문제에 대해서 도와드릴 것이 있다면 다음엔 반드시 도와드리겠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에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다"며 연단을 내려왔고, 청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서 질의·답변에 나선 김성식 의원은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추진 중인 '3대 문화권 사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 사업 예산은 광역특별회계로 처리돼 국비와 지방비의 투입비율이 반반이어서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국비지원 비율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김 의원은 "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이기 때문에 (이 사안의) 회계적인 문제가 어떻게 어렵게 돼 있는지 잘 안다"며 "이 사업이 광역특별회계에 묶여있는 한 답이 없다"고 단언했다. 법적으로 안 되게 돼 있는 것을 특별히 풀어준다고 약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나는 조전혁 의원과 생각이 같다"며 "어제 SBS토론회 주제도 화합과 쇄신이었는데, 당 지도부에서 이런 식으로 전당대회를 만들어 가선 안 된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그동안 쇄신과 화합을 위해 일관되게 몸부림쳐 온 김성식과 함께 국민 감동을 위한 전당대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동원 없이 박수 갈채 이끌어낸 정미경 "공천부터 똑바로"

 

전당대회에 나선 3명의 초선 의원 중 2명이 지역 현안 문제에 대한 소신답변으로 주목을 받았다면, 나머지 1명의 초선 정미경 의원은 조직 동원 없이도 청중들의 박수와 갈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 돋보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각 후보측 선거사무원 20~30여 명이 무리를 지어 앉거나 서서 후보자 사진과 기호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지지 후보의 말끝마다 목청껏 구호를 외쳤다. '동원된 반응'이 장내를 가득 채우다 보니 '현장의 감동'도 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미경 후보와 관련된 피켓은 찾을 수 없었다.

 

정견 발표에 나선 정 의원은 다른 후보들이 내세우는 당-청 관계의 정상화나 친이-친박 화합론 대신 '공천 정상화'에 집중했다. 정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공천과정을 언급하면서 "좋은 후보자 뽑아 전쟁터 보내서 싸워서 이기고 오라는 것이 공천 아니냐"며 "그런데 공천과정을 봤더니 몇몇 사람들이 공천을 나눠주고 밀어주고 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어느 당이 공천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국민들이 다 안다, 이제 속이면 안된다, 아무리 중앙당에서 공천을 잘했다 깨끗하게 했다고 말하면 무엇하는가"라며 "내가 최고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최고위원회에서 이를 받아들여 권고까지 했지만 공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잘 몰랐겠지만 이것이 한나라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중으로 온 당원들은 이에 공감하는지 정 의원이 "여러분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라고 외칠 때마다 큰 박수를 보냈다. '정미경'이라고 적힌 피켓 하나 없었지만, 정 의원은 청중 전체에 걸쳐 어느 후보보다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선교 "홍준표는 스스로 친이계 주장" 역공했다 "기억 잘못, 사과"

 

한편 이날 정견 발표에선 한선교 후보가 홍준표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기세를 올렸다가, 사실 관계가 틀렸다고 사과하면서 꼬리를 내리는 해프닝도 벌여졌다

 

이날 홍준표 후보는 연단에 나서자마자 "여기서 '이심'(이명박 대통령의 뜻) 팔고 '박심'(박근혜 전 대표의 뜻) 팔고, 도대체 당당하게 해야지, 누구를 팔아서 당 대표 되고 최고위원되면 당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이계와 친박계 후보들이 저마다 '이심'과 '박심'을 내세워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 당 쇄신과 화합이라는 대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홍 의원은 "당과 청와대는 수평적 관계로, 당이 청와대를 끌고가야 하고 당이 선거를 이끌어가야 하고, 당이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청와대가 대통령을 만드느냐"며 "오늘 비전 발표회 첫날인데 (친이-친박이) 서로 나와서 '이심' '박심' 떠들고, 그거 옳지 않다, 전당대회를 당당하게 만들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홍 후보가 호기있게 외친 말은 얼마 안 가 정면 반박 당했다. 연설에 나선 친박계 한선교 후보가 "홍준표 후보 말씀 중에 반은 거짓이다, 듣기엔 좋고 시원시원하지만 반은 거짓말"이라며 홍 후보의 '친이계 행적'을 들춰냈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있던 시절 위원장이었던 홍 후보와 쌓은 친분을 언급하면서 "준표 형은 말이죠, 2006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갈 땐 '내가 이명박의 직계입니다"라고,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 청중은 크게 웃었고, 홍준표 후보는 자리에 앉은 채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항의했다.

 

한 후보는 이에 "아, 그렇습니까? 하여튼 신문에선 (홍 후보가) 친이계로 돼 있고, 내가 홍준표 후보와 친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다"며 "나는 친박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홍 후보가 친이-친박을 내세우는 후보들에게 표를 줘선 안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역공을 펼친 셈이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질의-답변 순서에 나선 홍 후보는 한 후보의 연설 내용에 대해 "후보가 13명이나 되다 보니 정견발표에서 별별 희한한 말이 나온다"며 "나는 당 대표에 도전하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말도 수용하겠지만, 당 선관위에서 이런 엉터리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해주기 바란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서 질의-답변 순서에 나선 한 후보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홍준표 후보님께, 내 기억이 잘못돼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2010.07.06 20:08ⓒ 2010 OhmyNews
#조전혁 #김성식 #정미경 #한선교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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