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가 8일 국회 010 번호통합 간담회에서 자신이 쓰는 두 단말기를 보이며, 01X 번호로도 3G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시연
"3월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소비자와 방통위가 얘기할 자리에서 왜 이통사가 나와 자기들 입장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 말처럼, 8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010번호정책 전문가 간담회'는 4개월 전 토론회와 판박이였다. 지난 3월 16일 한국정보통신연구원(KISDI)이 개최한 '010 번호통합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이동통신 3사 대표의 얼굴뿐 아니라 발표 내용도 대동소이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01X'로 스마트폰? 번호 바꾸든지 '투폰' 쓰든지)
010 번호통합 논쟁 2라운드... 01X 사용자들, 이통사에 반격그나마 달라진 게 있다면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대표인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뿐 아니라 4개월 전 방청석을 지켰던 서민기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01X 사용자들 주장에 힘을 실었다. 덕분에 지난 토론회 때 볼 수 없었던 소비자들의 거침없는 반격이 펼쳐졌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KT가 당장 내년 6월 2G(CDMA) 주파수 일부 반납을 앞두고 2G 서비스 조기 중단을 압박하고 2G 단말기 보조금을 줄였다. LG유플러스 역시 2G 신규 단말기 출시를 중단하는 등 01X 사용자들은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초 1000만 명에 육박하던 011, 016, 017, 018, 019 등 이른바 '01X' 사용자들은 현재 892만 명 수준으로 100만 명가량 줄었다.
반면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카페(
http://cafe.naver.com/anti010) 회원은 넉 달 만에 2배 늘어 6천 명에 육박하는 등 01X 사용자들은 오히려 결집하고 있다. 이들은 시한을 정한 '010강제통합'에 반대하면서 현 01X 번호 평생 유지, 01X 번호의 3세대(3G) 단말기 이동 허용, 01X 번호 표시 서비스 도입 등 번호통합정책을 껴안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응휘 상임이사는 "010번호통합정책의 목표였던 번호 자원은 지금도 충분하고 2G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3G로 옮겨가는 문제 역시 해소돼 허깨비만 가지고 논의하는 꼴"이라면서 "오히려 01X 번호 사용자가 3G로 갈 때 기존 번호 유지를 막아 3G 서비스 접근권을 제한하는 반소비자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민기 대표 역시 "방통위는 강제 통합이 없었다고 하나, 2002년 2월 통신위 회의에서 5년 이내 2G 식별번호(01X)를 수거하겠다고 밝혔고 01X 번호로는 3G 단말기를 쓰지 못하게 한 것도 강제 통합에 관여했다는 증거"라면서 "010번호통합정책은 01X 사용자들이 버티다 못해 강제로 변경하게 만드는 01X 사용자 고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01X를 사용하면서 스마트폰 때문에 휴대폰 2대를 쓰는 '투폰족'이 늘고 있지만 착신전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오죽하면 회원들 사이에 01X로 아이폰 써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01X 번호 표시'도 대안"... "통일되면 010 자원도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