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조선소를 찾는다면, 눈앞의 풍경에 압도당할 게 분명하다. 단순히 '거대하다'라는 표현으로 부족한 크기와 무게에 알맞은 우리말 표현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기자는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었다.
영어권 국가에서 온 이들도 알맞은 표현 찾기가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큰'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매시브(massive)'가 오히려 왜소한 느낌을 준다. 동행한 미국인 앤드류씨의 입에서는 '슈퍼매시브(supermassive)'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 단어는 태양보다 훨씬 거대한 별이나 블랙홀을 수식할 때 쓰이는 '천문학' 용어다. 그가 느낀 압도감을 짐작케한다. 대지 400만㎡(130만평) 규모로 단일 공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은 것은 지난 9일 오후다.
선박의 크기와 규모에 압도당해... 2조 원짜리 시설도 건조해
"조선소에서 배가 만들어지는 모습은 간단합니다. 거대한 레고블록을 쌓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조선소를 함께 둘러본 대우조선해양 홍보팀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조선소 한가운데에 있는 조립공장에는 선박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블록이 쌓여 있었다. 선박이 최종 조립되는 도크에서 멀리 떨어진 조립 공장에서는 블록의 크기가 작다.
하지만 도크에 가까워질수록 블록의 크기는 커졌다. 3~4층짜리 연립주택 규모의 블록이 조립공장 내부에서 조립되고 있었다. 주변에는 500톤 규모의 블록을 도크로 옮기는 대형 트레일러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를 태운 차량이 제1도크에 이르자, 도크와 선박의 규모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크인 이곳의 길이는 530m. 폭은 131m, 깊이는 14.5m다. 이곳에서는 대형선박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도크 주변에서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타워크레인 10여 대가 분주히 움직였다. 그 위에는 900톤급 골리앗 크레인이 대형 블록을 옮기고 있었다. 놀라움은 이어졌다. 도크 끝에서는 천안함 인양에도 쓰였던 3300톤급 해상 크레인이 더 거대한 블록은 옮기고 있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는 옥포조선소 동북쪽에 위치한 해양 플랜트 건조지역에 달려 있다. 전체 부지 면적의 65%에 일반 상선 건조지역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더 많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원유 시추·생산과 관련된 설비·구조물이 건조된다.
해양 플랜트 건조지역에 들어서자 한창 마무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부유식 원유생산 하역시설(FPSO)'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만 개의 파이프들과 원유 생산설비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모습이 어지러웠다. 원유 시추·정제·저장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는 이 시설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원유생산공장'으로 불린다.
지난 2007년 프랑스 토탈사로부터 수주한 이 시설의 계약금액은 2조 원이다. 해양 플랜트 인근 해상에는 수천억 원짜리 해양 플랜트가 바다 위에서 마무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올해 매출 목표 12조4천억 원... "업계 1위 오른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매출액 목표는 12조4천억 원. 이는 지난 2008년 매출 11조 원으로 조선해양부문 업계 2위에 오른데 이어, 올해에는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우조선해양 홍보팀 관계자는 "작년 최악의 한해를 보냈지만, 올해 경제가 좋아지고 선박 교체시기와 맞물리면서 상반기 60억 달러의 선박을 수주했다"며 "현재 338억 달러 규모의 2년 반치 일거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래는 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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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건조 간단해요, 거대한 레고블록 쌓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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