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가 '이야기 담긴 도자기 만드는 곳'으로 변신

[고성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를 가다] 세계 최초 공룡 소재 '세라믹사우르스존'

등록 2010.07.11 16:14수정 2010.07.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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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보천도예창조학교 전경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 전경.

보천도예창조학교 전경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 전경. ⓒ 김인재


경남 고성군 구만면사무소 인근의 옛 구만중학교 폐교부지. 이 폐교가 새로 단장해 입구에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하는 큼직한 간판이 내걸려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수로요(首露窯)는 가야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이름에서 수로(首露)를 따고 전통가마를 요(窯)라고 하는데 이 두 단어를 합성한 이름이다.


30여 년 전 김해시 진례면에 수로요를 설립한 보천 이위준 선생이 지난 2007년 소가야인 고성의 옛 구만중학교 폐교를 활용해 4300평의 학교부지에 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도자기 체험교실로 바꿔 본래의 이름인 수로요에다 이위준 선생의 호를 딴 보천도예창조학교(교장 이위준)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간에는 30년의 도공생활의 혼이 담긴 전통도자기와 대를 잇는 큰 아들 재림(28.홍익대 도예과 석사학위과정)군의 현대 도자기가 접목돼 전통과 현대 창작 도자기의 집합체가 되고 있다.

이곳에는 학교 운동장을 넓은 잔디광장으로 조성한 것을 비롯해 보천 선생이 틈틈히 모아온 민속품 전시관과 예날 장독,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규화목(나무화석), 그리고 도자기에 심어진 각종 야생화도 볼 수 있다.

a 민속박물관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 마련된 민속박물관 전시물.

민속박물관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 마련된 민속박물관 전시물. ⓒ 보천도예창조학교


특히 세계 최초로 공룡을 소재로 한 창작도자기 '세라믹사우르스존'이 만들어져, 잔디운동장을 돌며 전시돼 있다.이와 함께 체험장 입구에는 많은 장승들이 체험객들을 반기기도 한다.

따라서 이곳은 연인이나 가족 등 적은 인원뿐 아니라,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직장 등의 단체 체험활동으로도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경상남도교육청 특수분야(도자기) 연수기관으로 지정된 보천도예창조학교에는 여름.겨울 방학 때에는 교사들의 연수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 학교는 평일은 물론 주말 개인 도자기 체험(10인 이하)교실이 열리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30분, 오후 2시부터 4시30분까지 일정으로 짜여져 있는 체험교실은 △핀칭·코일링으로 나만의 창작도자기 만들기 △물레체험 + 핀칭·코일링으로창작도자기 만들기 △항아리 소품에 조각, 그림그리기 △초벌구이 컵(머그잔)에 그림그리기 등 참가자가 원하는 다양한 코스가 마련돼 있다.

1박2일로 캠프와 MT를 원하는 가족.단체들에게는 30명이 숙식을 할 수 있는 온돌방(침상) 2개와 함께 식당은 물론 탁구장. 족구장. 농구장. 잔디운동장이 마련돼 있어 안성맞춤이다.
이 학교에서는 도자기 체험 이외에도 참석단체가 원할 경우 도자기 타임캡슐 제작지원과  황토천연염색교실과 학생 생활예절 다례(다도) 교육도 가능하다.


물론 학교에 마련된 도자기 전시장 1.2관, 민속품 전시장, 전통 장작가마, 야외 공룡도자 전시장, 장승 숲, 규화목 관람은 기본사항이며 토끼장, 야생화, 녹차밭 생태학습도 함께 이뤄진다.

한마디로 이 수로요. 보천도예창조학교학교는 창작 도자기 체험은 물론 전통과 자연 생태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 있어 폐교를 활용한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3000여 명이 이 도자기 체험교실을 찾을 정도다.

a 이위준 교장의 작품설명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서 이위준 교장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위준 교장의 작품설명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서 이위준 교장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김인재


"보통 사람들은 도자기 체험학습 하면 컵이나 접시, 도자기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30여 년을 흙과 불의 조화 속에서 살아온 수로요 보천 이위준(보천도예창조학교 교장)선생은 "생각이 바뀌면 생활이 바뀐다"면서 "도자기 체험학습은 생각하는 창위성을 개발해 그 꿈을 도자기에 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보천은 수로요와 보천도예창조학교를 찾는 이들에게 먼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고 한다.

"먼저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도자기를 보여주는 등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다음, 도자기를 만들도록 해 보면 정말 기발한 생각과 아이디어가 담긴 도자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곳에서는 이야기(생각)가 담긴 도자기를 만드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천도예창조학교 설립취지를 설명했다.

남해에서 태어나 남곡 고승술 선생으로 부터 도자기 기법을 사사받은 이위준(55) 교장은 지난 80년 김해시 진례면에 수로요를 설립해 수안스님과 분청철화 합작전을 한 다음 부부도예전과 4차례에 걸친 개인 도예전을 열기도 했다. 1985년에는 한국 미술공모 대상전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1987년에는 한국 현대미술협회 최우수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경남 도자기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장 △전국 도자기기능대회 심사위원 △한국 정예작가협회 심사위원 △KBS 창원여성대학 도자기 강사 △경남도자기 미술협회 부회장 △경남전승도예협회 회장 △대한민국 도예대전 초대작가 △인제대학교 도예강사를 역임하거나 현재도 일부 직은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의 보천 선생이 창조도예에 손을 댄 것은 지난 2000년 초. 아들 재림(28)씨가 아버지의 도예를 전수받기 위해 홍익대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석사학위과정을 밟는 중 창작도자기에 열중하는데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도자기와 창조적인 생각이 담긴 현대도자기를 결합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보천 선생은 김해 진례의 수로요(首露窯)에서 창조도예학교를 시작해 운영했으나, 주변 개발로 인해 이사를 해야 하는 시점에 고성의 폐교를 발견했다. 2007년에 고성군 구만면 효락리 590-4 (구)구만중학교로 이전, 넓은 운동장과 학교 건물 등을 활용해 민속품전시장과 생태학습장, 아들의 창작 공룡도자기 작품을 전시한 세라믹사우르스존 등을 만들었다.

도자기 인행의 마지막 꿈을 이곳에서 꼭 이루겠다는 이 교장은 "도자기 만들기를 30년을 넘게 했지만 아이들의 도자기 만드는 생각을 옆에서 지켜보면 배울점이 너무 많다"고 밝히면서 "이곳을 거쳐간 학생들이 훗날 다시 찾아, 지난날 자신들이 만든 도자기를 보며 자긍심을 키울 수 있는 소풍과 학습장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에디슨이나 라이트 형제, 빌게이츠가 그랬듯이 그 시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생각과 노력이 인류의 꿈과 희망을 이뤘다"면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창작 도자기 만들기를 통해 창조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그 생각의 깊이를 제공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공룡도자기 체험 참 좋았어요"... 도자기 체험 후기 줄이어

a 물레체험학습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서 이위준 교장이 어린이들에게 물레돌리기 체험을 시켜주고 있다.

물레체험학습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서 이위준 교장이 어린이들에게 물레돌리기 체험을 시켜주고 있다. ⓒ 보천도예창조학교


얼마 전 이곳에 다녀간 혜성어린이집 관계자는 홈피 자유게시판(www.suroyo.com)에 올린 글에서 "푸른 잔디와 공룡도자기들을 보며 마냥 좋아하는 아이들...토끼풀을 뜯어 토끼들에게 먹이도 주고, 도자기에 그림도 그려보고 가족 액자도 만들어 보는 행복한 체험이었다"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래 도자기도 하나하나 손을 잡아서 만들어 주시고,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아서 선생님으로써 너무 흡족했다"고 전했다.

닉네임 뽁뽀기는 '수료요를 다녀와서.(삼성탈레스)' 글에서 "그동안 만들던 컵이나 그릇 체험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네요"라면서 "두고 두고 간직해야 겠습니다"고 적었다.

닉네임 복덩어리는 "수료요 도자기 체험을 경험하게 해주신 남편에게 감사합니다"며 부부애를 뽐내면서 "폐교가  이렇게 아름답게 변신할 수 있다는 것에 참 놀랐습니다"는 감타의 글을 올렸다.

또 "이위준 선생님의 독특하고 열정적인 교육철학이 묻어있는 보천도예창조학교가 참 인상적이었고 감동이었습니다. 직접 녹차잎을 따 먹기도 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한 개성있고 순수 독창적인 공룡 등 작품과 학생들의 작품개요가 있는 순수창작도자기 감상은 진한 감동을 주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고 체험학습에 참여한 소감을 올리기도 했다.

대구에서 다녀간 아이디 버럭맘은 "경남 고성에 공룡박물관과 엑스포를 갔다왔지만 고성에 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딸이 그림이나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좋은 체험이었고, 아들은 공룡을 좋아하는데 공룡 도자기를 볼 수 있어 넘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이 학교는 지난 98년부터 고성공룡엑스와 연계해 전국 최초로 창작 도자기 만들기 대회를 2회에 걸쳐 개최했으며, 올해 9월11일 3회 대회를 전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개최할 예정다.

a 세라믹사우르스존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 세라믹사우르스존이 설치돼 공룡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있는 각종 작품이 설치돼 있다.

세라믹사우르스존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 세라믹사우르스존이 설치돼 공룡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있는 각종 작품이 설치돼 있다. ⓒ 김인재


a 세라믹사우르스존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 세라믹사우르스존이 설치돼 공룡을 소재로 한 각종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세라믹사우르스존 고성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 세라믹사우르스존이 설치돼 공룡을 소재로 한 각종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 김인재


고성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 가 보면 잔디 운동장 주변으로 특이한 도자기가 전시돼 있다. 이른바 세계 최초로 만든 도자기 공룡전시장인 '세라믹사우르스존'이다.

이 학교 보천 이위준 교장의 장남인 재림(28.홍익대 도예과 석사과정)씨가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도자기와 공룡은 수천. 수억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러면 수억년 전에 살았던 공룡이 지금 나타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도자기를 빌어 형상화 한 이곳에 관람자들의 시선이 멈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재림씨는 "우리가 만들어 갈 세상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그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상상과 창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라믹사우르스존에는 ▲야쿠르트 마시다 목이 야쿠르트 병에 빠진 공룡에서부터 ▲축구공을 안고 있는 '월드컵 공룡' ▲술 그만 마시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술병 공룡' ▲진주조개에서 나오면서 부터 목걸이를 한 '진주목걸이 새끼공룡' ▲전기 플러그를 가지고 놀다가 감전돼 놀라는 '전기 감전 공룡' ▲물이 오염된 현세에 놀러와 생수통을 주자 좋아하는 '생수 공룡' ▲커피 마시다 쏟은 '커피 공룡' ▲거대한 공룡이 인간의 발 아래에 깔리는 '까불지마 공룡'  ▲공룡이 알을 깨고 나오는 '박치기 공룡'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이들 작품 가운데 이위준 교장과 아들 재림씨는 대학원 석사논문 자료인 ▲손가락을 공룡 동물화 시켜 형상화 한 '핸디멀'을 가장 자랑하는 작품으로 손꼽았다.
#수로요 #보천도예창조학교 #이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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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 경남매일 편집국에서 정치.사회.경제부 기자를 두루 거치고 부국장 시절 서울에서 국회를 출입했습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 8월6일까지 창원일보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지방 일간지에 몸담고 있지만 항상 오마이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뉴스에 대해 계속 글을 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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