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전에야 밀걸레 자루도 부족해 슬리퍼까지 동원하여 폭력을 행사하곤 했지만, 지금도 그런 선생님이 있으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약자인 아이들을 향한 어떤 폭력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김학용
슬리퍼로 뺨을 실컷 맞아 며칠 동안 신발자국이 얼굴에 선명했고, 정체불명의 몽둥이로 허벅지를 맞아 피가 배겨 바지가 살점에 붙어버리는 일은 예사였다. 여학생에게까지 엉덩이를 밀걸레 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때렸고, 종아리를 얼마나 때렸는지 멍자국이 가시질 않아 치마를 입지 못하는 친구도 있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체벌 공포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폭력에 대한 주된 기억은 군대가 아니라 학교였음을 확신하고도 남는다. 나이 40이 넘은 지금, 직접 피해자가 아닌 그 장면을 보기만 했지만 엄청난 후유증으로 남아 있다. 무시무시했던 교실안의 기억을 떠 올리는 것조차 몸서리쳐진다.
최근에 불거진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과도한 체벌로 문제가 된 교사는 학생들을 때리면 바람에 쓰러지듯 한다고 해서 '오장풍'이란 별명으로 불렸다고 하지만 그때도 마찬가지였다.수업 시작과 동시에 씩씩거리며 "너 나와"라는 호령과 동시에 큼지막한 두 손으로 얼굴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강타했던 중학교 시절의 '난쟁이 꼰대'를 잊을 수 없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친 선생님에게 성의 없이 인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학교 1학년짜리를 불러내어 입에 담지 못할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당구채로 엉덩이를 수십 대 갈겨대던 '이무기. 누가 보더라도 교육적 목적의 '사랑의 매'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무차별 폭력이었다. 같이 지나갔던 은행 지점장 아들은 불러 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사랑 없이 '매'만 드는 훈육현실... 대책은 '체벌금지'온몸이 얼얼하게 아픈 것은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 대신 어린 나이에 뭔가 심한 모욕을 당했다는 느낌은 결코 지울 수 없다. 또, 그 폭력을 바라보는 반 아이들의 공포는 얼마나 컸던가? 무자비한 폭력을 바라보며 공포에 떨었던 그 아이들이 벌써 기성세대가 되었다. 기성세대의 삐뚤어진 잠재적 폭력의식은 어쩌면 키 작은 꼰대와 이무기의 역할이 한몫 하지는 않았을까?
교사라는 명분과 명목으로 가장 크게 하는 잘못이 바로 아이들을 때리는 것이다. 사실 한 교실에 30여 명의 아이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데 어찌 그 아이들이 다 똑같을 수 있는가. 정말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산란한 아이들이 어디 한 둘인가.
하지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체벌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도 엄격한 징계 시스템으로 훈육할 수 있는 방법은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얼마든지 있다. 말로만 전인교육을 외치며 '요즘 애들은 때리지 않으면 말을 안 들어!'라는 생각으로 교단에 설 생각이라면 과감하게 교사직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야한다.
일각에서는 체벌 전면 금지보다는 제한적 체벌은 허용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사랑의 매'의 기준과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어디까지가 체벌이고 어디까지가 폭력이란 말인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2년 9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생활규정 가운데 체벌금지를 권고한지 벌써 8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체벌에 관한 찬반논의만 있는 사이, 체벌과 관련된 진정과 상담만 줄을 잇고 있다. 정말 체벌금지 대안은 찾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약자인 아이들을 향한 어떤 폭력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교사의 폭력을 눈앞에 보며 공포에 떠는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배울 것인가? 부정적 언사와 체벌로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되돌아 볼 일이다. 체벌이 아닌 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심어린 교사상이 그립다.
"아동폭력은 예방될 수 있으며 폭력 없이도 잘 훈육할 수 있다"유엔으로부터 아동폭력(체벌)에 대한 연구를 의뢰받아 2003년부터 3년간 조사를 실시한 파울로 세르히오 파네이로 박사의 결론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공유하기
당구채로 때리던 '난쟁이 꼰대', 절대 못 잊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