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 선단은 군선과 무역선으로 이루어졌다

[남도여행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⑪] 완도의 장보고 유적지 청해진

등록 2010.07.15 09:43수정 2010.07.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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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에서 해안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

 장보고 기념관에서 바라본 장도 청해진 유적
장보고 기념관에서 바라본 장도 청해진 유적이상기

완도대교를 지나 완도에 들어서면서 만나는 곳이 원동이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항구로서의 기능이 미약해졌지만 옛날에는 완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중요한 여객터미널이었다. 우리는 13번 국도를 타고 청해진 유적지로 간다. 청해진 유적은 장도에 있으며, 장도 건너편 완도읍 장좌리에는 장보고 기념관이 있다.


옛날에는 13번 국도가 거의 바닷가로 이어졌는데, 최근에 도로를 확장하고 직선화하면서 조금 더 내륙으로 길이 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청해진 유적지에 가려면 장좌리 나들목에서 바다 쪽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장좌리에 들어서니 바닷가 쪽으로 현대식 건물이 보인다. 장보고 기념관이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건물을 바라보니 새것이다. 2008년 2월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하니 2년이 조금 넘은 셈이다. 그런데 입구가 바다 쪽으로 나 있다. 입구 쪽으로 가다 보니 장보고 체험선이 있고, 그 위로 장보고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애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만든 것 같다.

장보고 기념관을 통해 알게 된 정치

 장보고 무역선
장보고 무역선이상기

장보고 기념관은 2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에는 중앙홀과 영상실 그리고 기획전시실이 있다. 2층에는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 바닷길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홀과 기획전시실을 거쳐 2층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중앙홀에는 장보고 무역선이 전시되어 있고, 벽에는 나무로 만든 해상왕 장보고 부조가 있다.

2층 상설전시실은 둘로 나눠지는데 제1전시실에는 '장보고의 흔적을 찾아서'라는 주제의 전시가, 제2전시실에는 '바닷길을 열다'라는 주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 두 전시실을 바닷길이 연결한다. 제1전시실에는 장좌리와 죽청리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장보고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은 법화사지와 장도 청해진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이다. 이들은 주로 주초석, 기와, 도자기류다.


 법화사지에서 나온 기와
법화사지에서 나온 기와이상기

제2전시실에는 장보고의 무역활동을 인물과 건물 그리고 지도를 통해 재현해 놓고 있다. 장보고는 완도의 법화사지를 중심으로 중국의 적산법화원과 일본의 하카다까지 그 활동영역을 넓혔다. 일종의 중개무역을 통해 경제력을 키웠으며, 이를 통해 군사력을 확충하고 나중에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장보고는 828년 흥덕왕에 의해 청해진 대사로 임명되어, 1만의 군사로 한반도 서남해안을 다스린다. 그 때문에 약 10여 년 동안 한반도 남쪽 해상은 평화로웠다. 839년 장보고는 김우징을 신무왕으로 옹립하는데 큰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인 인물로 성장한다. 그리고 문성왕 7년(845년)에는 왕이 장보고의 딸을 두 번째 왕비로 맞아들이려 했으나, 대신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적산법화원 모형
적산법화원 모형이상기

장보고는 이를 원망하여 이듬해 봄 반란을 일으킨다. 이에 조정에서는 용맹한 장수 염장을 거짓 투항시켜 장보고 진영으로 들어가게 한다. 장보고는 장수를 사랑했으므로 의심 없이 염장을 받아들였고, 결국 그의 손에 죽음을 당한다. 851년 2월에는 왕명으로 청해진이 폐지되었고, 군사와 경제 기지로서의 청해진은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장도의 청해진 유적지 복원, 제대로 된 것일까?

장보고 기념관에서 보면 장도가 보인다. 이곳 장도가 바로 청해진 유적지이다. 장도로 가려면 장좌리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다리를 건너야 한다. 또 차를 타고 장도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다. 섬과 뭍 사이의 거리가 100여m 밖에는 안 되고 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차를 장도 외성문 앞 주차장에 댄다.

 청해진 외성문과 다리
청해진 외성문과 다리이상기

외성문이라면 바깥 성문을 말한다. 이 외성문에서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 토성을 쌓고, 동서남북 사방으로 치(雉)를 만들었다. 치는 성의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공격용 시설물이다. 이 외성문을 지나 들어가면 내성문이 나오는데, 이 내성 안에 청해진 본영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내성문에서 보면 장좌리와 완도의 최고봉인 상황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로 돌아보면 언덕 나무들 사이로 청해진의 유구가 드러난다. 현재는 이곳에 장보고 사당만 복원해 놓은 상태다. 바닷쪽 언덕 위로는 고대(高臺)가 복원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해상의 상황을 전망하고 감시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대에서는 사방으로의 전망이 아주 좋은 편이다.

장도는 4만평 정도의 면적을 가진 섬으로 1980년대까지 농경지로 이용되었다. 이곳이 청해진 유적지임을 짐작케 하는 것은, 섬의 상단에 있는 당집과 토성의 흔적이 전부였다. 그러다 지표조사를 통해 1984년 사적 제308호로 지정되었고, 1991년부터 2000년까지 국립 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발굴을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내성문(왼쪽) 과 고대
내성문(왼쪽) 과 고대이상기

그리고 2001년부터는 토성과 치를 복원하고, 성문과 고대를 새로 지어 청해진 옛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되었다. 또 성안에 석축과 우물의 모습도 재현하여 이곳이 삶의 현장이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1200년 전 청해진의 모습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1만 명이나 되는 군사가 주둔하기에 장도가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청해진이 이곳 장도를 중심으로 좀 더 넓은 영역에 분포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장도는 청해진의 사령부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또 사령부라면 틀림없이 군영이 있었을 것이고, 무역선단을 운영했다면 창고와 항만시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건물이나 항만시설 등이 좀 더 조밀하게 배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한 모습은 완도읍 대신리와 불목리에 있는 드라마 <해신>의 세트장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완도항 여객터미널을 떠나며

 완도항 여객터미널
완도항 여객터미널이상기

장도를 나온 우리는 청산도 뱃시간에 맞춰 완도항 여객터미널로 향한다. 터미널 주차장에 이르니 차고 사람이고 만원이다. 아니, 조그만 섬 청산도로 가는 사람이 어째 이리 많은 거지? 슬로시티로 지정된 후 관광객이 많아졌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러다 표도 구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은근히 걱정이 된다.

표를 미리 예매할 수도 있었지만 날씨로 인해 배가 못 떠날 수도 있고, 시간에 얽매이는 게 싫어 그냥 왔기 때문이다. 터미널 안으로 서둘러 들어가 배편을 물으니, 다행히 2시20분 배가 있다. 표는 편도로 끊을 수도 있고 왕복으로 끊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다음날 11시50분에 청산도를 떠나는 배와 연결해 왕복표를 끊는다. 그런데 들어갈 때는 요금이 7150원이고 나올 때는 6500원이다.

표를 끊었으니 이제는 배를 타는 일만 남았다. 이곳 완도에서는 제주도, 강진, 장흥, 청산도, 보길도, 고금도로 가는 배가 떠난다. 우리는 승선권에 나온 대로 평화페리호를 찾아 나선다. 선착장을 지나 배에 오르니 사람과 차가 가득하다. 평화페리호는 사람과 차를 함께 실을 수 있는 좀 더 커다란 여객선이었다.

 천연기념물 주도 상록수림
천연기념물 주도 상록수림이상기

우리는 차를 완도 여객선 터미널에 놓고 왔기 때문에 2층 객실로 올라간다. 그런데 객실이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장보고 축제 행사가 있어 완도읍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 잠시 객실 밖으로 나온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고 싶기도 하고 또 사진도 찍기 위해서다.

밖으로 나오니 주도라는 작은 섬이 하나 보인다. 여객터미널 앞에 있는 주도는 천연기념물 제28호로 상록활엽수림이 많은 섬으로 유명하다. 소나무, 붉가시나무, 광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멀리서 보니 울창하고 푸른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배는 시간에 맞춰 여객터미널을 떠난다. 이곳에서 사오십 분쯤 가면 청산도 도청항에 도착한다.
#장보고 기념관 #장도 #청해진 유적지 #장보고 #완도 여객선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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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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