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판 올레길 '카미노' 여행순례기

이신화의 < On the Camino 리얼 빈티지 여행! 산티아고 길에서 다시 태어나다 >

등록 2010.07.15 18:07수정 2010.07.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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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리얼 빈티지 여행! 산티아고 길에서 다시 태어나다〉
책겉그림〈리얼 빈티지 여행! 산티아고 길에서 다시 태어나다〉 에코포인트
제주 올레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곳곳에서 올레를 발굴하고 있다. 올레가 좋은 것은 골목길을 걷듯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걸을 수 있고, 주변 풍광도 느린 속도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한다면 더없이 좋은 여행길이 될 것이다.

해외 배낭여행도 올레 중 하나에 해당될 것이다. 혼자든 둘이든 여럿이든 그 길목을 걷다 보면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고, 낯선 사람들을 통해서 사고방식도 더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경비는 우리보다 훨씬 더 들겠지만 그 나름대로의 묘미는 분명 더 있을 것이다.


해외 올레 중 하나로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이 대 붐을 일으키고 있다. 그곳은 예루살렘이나 로마처럼 제 3의 성지로 인정받고 있는 길목이다. 그곳이 널리 알려진 것은 코엘료의<순례자>와 여행 작가 김남희의 <산디아고로 가는 길> 때문일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거창한 목적보다도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삼고자 한다면 주저 없이 배낭여행을 떠나도록 권했다. 김남희도 복잡한 가정사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상념들로 가득 차 있는 머릿속을 환하게 비워내고자 한다면 그 길목을 택하도록 했다. 자신도 그 길 위에서 무거운 짐들을 털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경비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이신화의 <On the Camino 리얼 빈티지 여행! 산티아고 길에서 다시 태어나다>(에코포인트)는 스페인판 올레길 '카미노'를 소개한 여행순례기이다. '카미노'란 스페인의 수호성인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목을 일컫는다. 산티아고 가는 길로 유명한 이 길은 우리나라 크리스천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현재는 트레킹이나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로 북적대기도 한단다.

그녀가 도보여행을 한 길은 50일 코스였다. 프랑스를 경유해서 카미노를 걷고, 스페인, 포르투칼, 독일을 거쳐 되돌아오는 길이었다. 프랑스의 파리를 출발해, 베르사유 궁과 피카소 미술관을 둘러 본 다음 몽파르나스 역을 거쳐 드디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줄곧 도보로 카미노를 향해 걷고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성가족 성당을 경유해 철학자의 길이 있는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에서 이별을 고했다. 

"야고보의 도시라 불리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의 종착지다. 기독교를 전파하러 세상의 끝 피스테르라에 온 아포스트레 제임스(Apostle James, Saint James)는 아그리파 왕에게 잡혀 고문 끝에 죽었다. 야고보의 제자들은 그의 시신을 몰래 훔쳐내어 대리석 관에 넣은 뒤 작은 배에 싣고 스페인 해변의 이리아 플라비아(Iria Flavia)까지 가서 비밀스런 장소에 묻는다. 수세기가 지나 소문을 들은 테오도미로(Teodomiro) 주교가 조사단을 파견해 보니 실제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되어, 이곳에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223쪽)


거기까지는 너무 좋다. 사도행전 12장에서 참수형을 당한 야고보의 그 뒷모습을 알려주는 까닭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12-13세기의 교황 알렉산더 3세는 그곳을 로마와 예루살렘과 같은 성지로 명명했고, 교황 카리스토(Calixto) 2세는 산티아고에 온 모든 순례자는 죄 사함을 받는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그게 뭘 뜻하는가? 교황의 성지 칙령은 결국 기독교의 세력확장을 뜻하는 일이지 않는가.

<오마이뉴스>의 백찬홍 기자도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에서 그걸 다룬 게 있다. 그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십자군의 길'로 명명했다. 이사벨라 여왕이 스페인을 로마 가톨릭 국가로 만들기 위해 이슬람과 유대인 신자를 축출했다는데, 그때 개종을 거부한 이교도와 반체제 인사를 처형한 숫자가 무려 24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쯤 되면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단순한 배낭여행을 위한 길목이나 유유자적한 올레가 아니다. 그 당시 살육당한 영혼들의 피맺힌 절규가 깊이 서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앞으로 산티아고 가는 길목에 관한 여행서적을 펴내는 이가 있다면 단순한 여행가이드북 보다는 그런 의미와 뜻을 담아내는 여행서적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특별히 그녀는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를 꼭 읽고 배낭여행을 떠나도록 추천하고 있고, 이 책 뒤쪽엔 <카미노 여행 준비 끝! 완전소중 포켓 가이드>을 따로 만들어 놓고 있는데 산티아고 순례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고도가 표시된 그림지도, 각종 숙박지(알베르게), 식당, 편의시설, 간단한 스페인어 회화 등, 이것 하나만 들고 다니면 스페인판 올레길 '카미노'를 순례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온 더 카미노 On The Camino (특별부록 : '카미노 여행 준비 끝' 포켓 가이드) - 리얼 빈티지 여행! 산티아고 길에서 다시 태어나다

이신화 지음,
에코포인트, 2010


#산티아고 #이산화 #십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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