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 환자를 간음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모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고 혐의를 벗었다.
2008년 9월 당시 전북 모 대학병원에서 산부인과 전임교수로 일하던 A(37)씨는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 B(36 여)씨를 간호사 없이 진료하다 욕정을 일으켜 간음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인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종문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진료 중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간 혐의를 적용해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피고인이 환자인 피해자를 진료하면서 자신의 성욕을 충족할 의도로 환자를 간음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조차 하지 못한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이용해 의사에 대한 신뢰를 배반해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또 "그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은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아 피해자와 가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A씨는 "간음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고,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 4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팬티에서는 정액이 검출된 반면 증거채취를 위해 피고인의 귀두 부분을 닦은 거즈에서는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만약 피고인의 팬티에서 검출된 정액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것이라면 귀두를 닦은 거즈에서도 정액이 검출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거즈에 대한 유전자 분석 감정 결과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피해자의 질액에서도 피고인이 정액이 검출됐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피해자 질액에 대한 유전자 분석 감정 결과 정액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의 팬티에서 검출된 정액이 피해자를 간음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게다가 피해자는 당시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아 피해자의 신체에 대해 가해진 자극을 바로 인식할 수 있었고, 진료대에 설치된 커튼만 젖히면 바로 피고인의 행동을 목격할 수 있는 상태였으며, 피해자의 남편도 진찰실 출입문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어 언제든지 진찰실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간음한다는 것도 쉽게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25분 이상에 걸쳐 진행된 1차 내진 및 초음파 검사로 인해 질의 감각이 어느 정도 무뎌진 상황이었음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2차 내진 시에 맨손가락 2개가 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피고인의 성기가 삽입되는 것으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 분명한데도 경찰관의 제안에 응해 자신의 성기를 거즈로 닦은 다음 건네주고, 자신의 팬티도 스스로 제출한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