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 광장바르셀로나 항구에 있는 콜럼버스광장
이정근
바르셀로나를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여인이 있다. 이사벨이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겐 미워할 수밖에 없는 여인이다. 포르투갈 공주 출신 어머니에서 태어난 이사벨은 여왕에 등극하여 스페인을 통일시켰으며 미치광이로 지탄받던 콜럼버스를 지원했던 후원자다.
이사벨이 궁궐에서 쫓겨나 암울한 시기를 보내던 공주 시절, 이베리아 반도는 카스티야, 아라곤, 그라나다, 포르투갈 등 4왕국으로 갈라져 서로 으르렁 대고 있었다. 카스티야 여왕에 등극한 그녀는 아라곤의 왕자 페르난도에게 먼저 청혼하여 결혼에 성공했다. 바르셀로나가 여왕의 치마폭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아라곤을 부군과 동시 통치한 이사벨은 그라나다를 공격하여 이슬람 세력을 스페인 땅에서 몰아내며 국토회복운동에 기름을 부었으며 포르투갈을 손에 넣음으로써 이베리아 반도를 통일했다.
이 과정에서 갑(甲)이 아닌 을(乙)로 항상 끌려 다녔던 바르셀로나 인들은 마드리드에 항상 관대하지 않으며 지금도 독립을 외치고 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 공격수 카를레스 푸욜이 스페인 국기가 아닌 바르셀로나 주기를 흔드는 장면은 이러한 정서를 극명하게 나타낸 것이다. 푸욜은 경기가 끝난 뒤 스페인어로 질문하는 기자들에겐 아예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바르셀로나인들의 반골정신은 에스파냐 어(語) 대신 카탈루냐어(語)를 고수하는 사람도 있다. 스페인 내전 때 가장 끝까지 저항하여 프랑코 총통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카탈루냐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