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혜원팀장, 카자흐스탄의 신라리사씨, 네팔의 쿠마리씨, 베트남의 진티마이안씨, 중국의 맹홍자씨, 일본의 가즈요씨
진민용
'다문화', '코시안' 등의 말이 한국사회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부에서도 점차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에서도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 스스로 자립하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곳이 있다. 부산시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아시아공동체학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부산지역 다문화가구 자녀를 위한 대안학교일 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색다른 배움의 기회를 원하는 아이들이 찾는 열린 배움터다. 장마가 한창이던 무더운 여름날,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던 쿠마리, 가즈요, 잔티마이안, 맹홍자, 라리사 선생님을 만나 다양한 아시아 문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사단법인 아시아공동체에 소속되어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아시아공동체는 2007년 1월 12일 부산광역시로부터 어린이, 청소년 교육을 위한 비영리법인으로 인가받았으며,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교육과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돕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곳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체계적으로 다문화 지원에 힘써왔다. 통번역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8년 사회적 기업으로 구축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문현동 1003번지의 기적2006년 9월 부산 남구 문현동 한 곳에 아시아공동체학교는 지난해 초 구조 변경 공사 때문에 남구 대연동의 한 사무실로 옮겼다가 지역사회 도움으로 지난 3월 옛 배정초등학교 건물에 번듯하게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후원금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이곳으로서는 폐교된 지 몇 해가 지난 학교의 시설에서 아이들에게 포근한 공간을 제공하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현대건설, 남해해양경찰청, 부산은행, 한국전력, 한국화약 등에서 적지 않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고 지금은 아이들이 마음껏 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아시아공동체의 누리집에는 자원봉사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영남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2천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다녀갔다. 주변 사람들은 이곳을 일컬어 '문현동 1003번지의 기적'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여러 번의 이전 끝에 제 모습을 갖추게 된 아시아공동체학교의 다문화가구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드넓은 운동장이 생긴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학교 측도 아이들에게 희망찬 공간을 선물하게 돼 그 어느 때보다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동아일보와 LG가 여성가족부의 후원으로 올해 제정한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賞)'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한국 특유의 '우리' 문화에 익숙해지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다섯 선생님들은 아시아문화가정의 중추역할을 담당하면서도 아시아공동체학교, 아시아 커뮤니티 통번역센터에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오랜 생활을 하다 보니 한국어 실력도 이미 한국인과 크게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타국에서 한국으로 와서 생활하는 심정은 어떨까. 초·중학생부터 어엿한 대학생 자녀까지 둔 학부모로서 그들은 이미 한국사회의 내면에 깊숙이 동화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