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저녁 산책하며 마주오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마을 사람들...
이명화
산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나는 가끔 산으로 든다. 힘들게 땀 흘려 걷다보면 산길에서 발견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아직까지도 이 낮은 곳에서 피고 지는 들꽃들에 마음이 끌린다. 뒤돌아보고 앞을 내다보며 걷는 길에서 마음이 상쾌하고 밝아진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내 뒤로 물러나고 앞에 다가오는 사물들...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자연의 신비를 걸으면서 경험한다.
언제나 산을 가까이 보고 느끼고 싶었던 나는 이곳으로 이사를 온 뒤로 가끔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한다. 한적한 동네 한 바퀴 돌기도 하고, 가까운 산책로를 따라 장맛비로 불어난 개울물 소리 들으며 호젓이 걷기도 한다.
마을을 품은 듯 오봉산 줄기가 길고 높게 펼쳐진 마을에는 고만고만한 주택들과 빌라 등이 이웃해 있고 대부분 가가호호마다 텃밭 한 두 개쯤은 끼고 있다. 옥수수, 콩, 아주까리, 자두나무, 무화과나무, 모과나무, 복숭아, 접시꽃, 도라지꽃, 고추, 상추... 걷는 길엔 눈길 끄는 것들이 지천이다. 조석으로 솔솔 부는 바람 상쾌하고, 새소리 여기저기 화답한다. 매일 보는 것들이지만 언제나 새로워 보이는 비밀은 무엇일까.
"걷기는 자연과 대지의 신비를 탐색하는 모노드라마이다. 그 드라마는 수고와 기쁨이 양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수고이면서 동시에 기쁨이 되는 것이 걷기이다. 그는 풍경을 바라보지만 그 바라봄은 피동적인 것이어서 풍경의 겉면만 보게 된다. 걷는 자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바라봄(?) 스스로 만들어낸다. 대상이 거기 있어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씩 나아감으로써 풍경 속에 뛰어들어 풍경 전체를 살아있는 무대로 만든다."(서영은, <노란 화살표...>걷기를 통해 심신의 건강을 얻었다는 사람들과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사람들...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소설가 김형경은 우울하다 싶을 때, 우울증이 찾아들면 걷기로 다스렸다고 '사람풍경'에서 말했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20분 정도 걷거나 달리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라앉고 40분 정도 지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 시간쯤 지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솟아오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