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촛불시위 나간다고 해서 공직윤리지원관실 부활"

박영준 국무차장, <신동아> 8월호 인터뷰에서 밝혀... "영포게이트는 허구"

등록 2010.07.20 11:30수정 2010.07.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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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조직 의혹'을 받고 있는 '영포라인'의 핵심인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입을 열었다.

박 차장은 월간 <신동아>(8월호)와 한 인터뷰에서 "(영포게이트 논란에는) 팩트가 하나도 없다"며 "영포게이트는 허구"라고 주장했다. 이는 자신을 핵심축으로 하는 '영포라인'이 인사전횡 등을 통해 국정을 농단했다는 야당과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또한 박 차장은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관련, "2008년 촛불시위가 발생하고 중앙청 공직자들도 시위에 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부활했다"고 해명했다.

"공무원이 촛불시위에 나간다고 해서 공직윤리지원관실 부활"

a  박영준 국무차장.

박영준 국무차장. ⓒ 남소연

박 차장은 "열심히 일만 하고 있다는 건데 민주당과 정 의원 쪽에서 '국정 농단한다'는 주장이 왜 나왔냐"는 질문에 "재보선이나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었으니 그랬을 것"이라며 "선거 앞두고 별의별 이야기하고 대통령도 공격하는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박 차장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일각에서 나를 공격하는 이유는) 나를 징검다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다음 공격 타깃으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40여 명을 동원해 조사한 내용이 이영호 고용노동비서관을 거쳐 박영준 차장에게 보고됐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영포라인 시나리오'다.


하지만 박 차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정부 내 그런 보고라인은 보는 눈이 많아 노출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어떤 운명이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 기능을 하는 조직은 1973년부터 존속되어 왔는데 현 정부 들어 '총리실이 너무 크다'면서 없앴다"며 "그러나 2008년 촛불시위가 발생하고 중앙청 공직자들도 시위에 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부활했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지난 정부 10년간의 기존 인력을 쓸 수는 없어 다른 데서 지원받았다"며 "17개 기관에서 온 연합군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차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 "당시 VIP(이명박 대통령) 관련 인신공격이 굉장히 심했다"며 "이 양반들이 우선 그런 거 찾는 위주로 정신없이 일하다 은행쪽 내부에서 제보가 있어 들어가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차장은 "감사원 기준으로 사정범위를 정한다는데 은행이 공공기관인 줄로 생각했다"며 "내가 각 부처 국장들과 회의할 때 보니 이들 중 상당수도 은행을 공공기관으로 알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내가 어떻게 포항이고 영포회인가?"

특히 박 차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인사를 다 했다'는 '인사 전횡' 의혹과 관련, "정두언 의원이 인수위 인사를 다 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박 차장은 "어느날 갑자기 인수위까지 구성이 끝나고 내각 인선할 때쯤 인사를 한두 명 하는 게 아닌데 정 의원이 추천하는 사람들이 다 빠져 버렸다"며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본인으로서는 굉장히 그런 것(충격 또는 서운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내각 인선에서 자신의 인맥들이 약진하지 못하자 정 의원이 '권력사유화' 발언을 했고, 그 발언을 계기로 이른바 '1차 권력투쟁'이 벌어졌다는 시각이다.

또한 박 차장은 "내가 어떻게 (고향이) 포항인가"라며 "한 일간지도 나를 '포항 출신 박영준', '영포회 박영준'이라고 썼는데 내 고향은 엄연히 경북 칠곡"이라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대구·경북 출신의 인사 독식 논란'와 관련, "자의적으로 차관급 이상, 비서관급 이상으로 끊어 '어느 지역 출신이 많더라'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그 경우에도 현 정부 들어 특정 지역의 득세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박 차장은 "사실 직업공무원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건 고위공직자단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이고 여기에 인사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고위공직단 소속 공직자를 출신지역별로 분류해보면 대구·경북 출신자는 정말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 출신들은 지난 정권 동안 변방만 돌게 되어 경력관리가 안 돼 오르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 박 차장의 주장이다.

이어 박 차장은 "영포회가 다 해먹는다고 영포게이트가 나왔는데 영포회의 이원 전 회장이 법제처 1급으로 실력이 있는 양반이고, 영포회 회장이고, 포항 출신이고, 고려대 나왔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진급도 못하고 연임도 안 돼 퇴임했다"며 "이런 게 민주당의 아이러니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퇴할 생각이 없는데 사퇴한다고?"

또한 박 차장은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 "박태준 회장의 의원 시절 참모진을 내가 잘 아는데 참모진 중 한 명이 박 회장에게 '젊은 친구가 (청와대에서) 일하다가 나오게 되어서 그냥 있는데 격려라도 (해 달라)'라고 건의해 박 회장이 내게 식사자리를 한번 베풀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차장은 "박 회장이 너무 높으신 어른이어서 나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부동자세로 앉아 식사만 했다"며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당시 포스코 사외이사를 했는데 그가 '포스코 회장 선임에 외부세력이 개입한 어떠한 미동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 것도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 차장은 '사퇴설'과 관련, "나는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사퇴할 거라는 보도가 나오니 '누군가 내부에서 장난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 본인도 이렇게 사퇴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최측근인 박 차장을 내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물론 '영포게이트 논란'이 없었더라면 그가 청와대 인사기획관으로 다시 청와대에 입성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박 차장은 "청와대 인사기획관이라는 자리가 정권 초기 같으면 인사수요가 많아서 중요하지만 지금은 바꿀 데가 많지 않다"며 "내 입장에선 여기(정부 정책부처)에 있으면 더 다양한, 더 많은 정책으로 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인사쪽으로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영준 #영포게이트 #공직윤리지원관실 #이인규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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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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