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제도, 과연 폐지가 답일까

사회통합위원회, '6.2 지방선거 평가와 정당공천제의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열어

등록 2010.07.20 20:40수정 2010.07.2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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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회통합위원회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6.2 지방선거 평가와 정당공천제의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사회통합위원회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6.2 지방선거 평가와 정당공천제의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 김혜림


"6.2 지방 선거는 현 정권에 대해 통쾌한 견제구를 날려줬지만, 바로 그 지점이 지방정부를 중앙의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사회통합위원회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6.2 지방선거 평가와 정당공천제 관련 토론회에서 이종수 연세대 교수가 한 말이다.

이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의 판세가 "현 정권 심판론 대 전 정권 심판론으로 시작했다 후반엔 천안함 의제가 여론 전반을 장악했다"며 "거기에 지방선거다운 지역 현안이 설 자리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중앙정치 압도의 연결고리가 바로 정당공천"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정당공천제도는 지방자치의 걸림돌

이에 대해 송광태 창원대 교수는 "여야가 갈등이 첨예한 속에서도 국민 70~80%가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는 정당공천제도 문제에 있어서는 무척 단합이 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장, 기초단체장의 수직 구조가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며 "중앙정치의 대결장으로 지방선거가 이용당해 지역 문제 부각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번 지방선거 정당공천에서 낙선한 고용길 전 청주시의회 의장은 "정당공천제가 유권자의 예단을 불러온다"면서 "개인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당 소속인지를 먼저 묻고, 지역의 편익과 시설에 대한 토론보다 세종시나 4대강 같은 대형 이슈에 의제가 휩쓸려가 버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고 의장은 "지방 의원들이 대선이나 총선의 하수인으로 구색맞추기에 전전긍긍하니 지역 업무가 주체성을 가지고 추진될 수가 있겠느냐"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강진에서 두 차례 민주당 공천을 받고 삼선 도전에는 무소속으로 당선된 황주홍 군수도 "대학총장이나 농협 조합장도 정당공천 없이 일을 잘 해나가고 있다"면서 "정당 없이도 잘 해갈 수 있는데 중앙의제의 시종이 돼 버렸다. 감수성에 호소해 당을 살려달라고 말하니 지역 의제는 함몰돼 버렸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당공천제도, 폐지가 답일까

그러나 정당공천제도의 완전한 폐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송광태 창원대 교수는 "정당공천제가 지역과 정당의 협력을 통해 정책추진에 있어 추진력을 싣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a  황아란 부산대 교수가 '정당공천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개선의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토론은 활기를 띠었다.

황아란 부산대 교수가 '정당공천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개선의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토론은 활기를 띠었다. ⓒ 김혜림

정당공천제도의 보완존속 입장을 표명한 황아란 부산대 교수는 "정당공천이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압축해 전달해준다"면서 "미국의 경우 정당공천을 배제해 전문성 있는 지방정부의 성립을 기대했지만 뜻밖에도 이름에서 풍겨 나오는 인종, 지역색이 주목받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후보자 정보를 얻기 어려워지면 저소득층, 바쁜 사람들의 참여가 낮아져 중산층 이상의 체제 편향적 기관구성, 복지예산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 후보자는 정당공천 없이 당선된 사례가 적기 때문에 여성대표성 유지 측면에서도 정당공천제가 존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종 서울대 교수는 "중앙 의제와 지방의제는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국민이 주민이고 주민이 국민인 상황에서 지방정부에 대한 정당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풀뿌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공천 진입 장벽 낮춰야"

a  황주홍 강진군수(가운데)가 지자체 현장에서 정당공천제로 인해 겪는 고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황주홍 강진군수(가운데)가 지자체 현장에서 정당공천제로 인해 겪는 고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김혜림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현행 제도 아래선 풀뿌리가 고사한다"면서 "치열한 권력욕이 없는 보통 사람들도 후보가 될 수 있도록 공천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아란 부산대 교수는 "정당공천제 안에서 경선을 의무화하거나 국민 참여 공천을 실질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기현 전북대 교수는 "공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당이 분화되는 정치구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최영출 교수는 이를 좀 더 구체화시켜 "정당에 대한 국고 보조금이 의석수에 따라 지정되는데, 당 추천 후보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를 삭감하거나, 후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재선거 실시 때 공천한 당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황아란 부산대 교수가 "정당공천제는 촉매제일 뿐, 전국동시지방선거 시행이 정권심판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한 이후 촉발된 '1인 8표제'에 대한 토론도 활발했다.

1인 8표제가 혼란을 낳아 기호에 따라 후보자 당락이 갈리는 '기호효과' 문제에 대해선 전원 동의했다.

그러나 김순은 동의대 교수는 "분리 선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투표율을 낮출 위험이 있다"면서 부산의 4.3 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15%에 지나지 않았던 예를 근거로 들었다. 또 김 교수는 "서울 교육감이 6번 핸디캡을 안고도 당선된 것은 유권자의 눈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토론회 말미 사회통합위원회 관계자는 "88년 국회의원이었던 고건 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었으니 결자해지할 때가 왔다"면서 "그간 7차례나 4년 마다 반복되던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해결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사회통합위원회 #정당공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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