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후폭풍...여대생이 떨고 있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성희롱 발언 파문, 관련 학생들 피해 우려돼

등록 2010.07.21 22:02수정 2010.07.2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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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보도된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파문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당시 동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학생들에 대한 지나친 주목은 물론이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아다니는 한편, 개인 신상에 관련된 부분까지 밝혀질 위험이 있어 자칫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주환 교수 "학생들에 피해 가지 않을까 걱정돼"

해당 학생들의 지도 교수로 알려진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17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토론대회(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를 강 의원과 같이 기획했다는 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간 일부에서 제기된 의혹에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이어 "그날 저녁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정정보도를 메일로 요청해 두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위터 말미에 "학생들이 많이 불안해 한다"며 "혹시라도 어떤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연합뉴스>에 따르면 "학생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만큼 이번 일로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우려는 이미 어느 정도 현실화된 상태다. 강용석 의원의 발언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관심의 초점이 학생들에 과도하게 맞추어져 있다는 우려가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 강용석 의원 '성희롱 발언' 진땀 해명 대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성적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강 의원은 이날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강용석 의원 '성희롱 발언' 진땀 해명 대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성적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강 의원은 이날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실제로 강 의원과의 토론대회 뒤풀이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2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시 자리에 있었던) 학생들이 많이 무서워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사실 확인을 하겠다며) 기자들이 (학생들의) 부모님에게까지 전화했다고 들었다"며 "이번 일이 부모님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생 역시 "(동아리 회원들이) 많이 놀랐다"며 동아리 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몇몇 학생은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해 보았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학생도 이번 파문으로 인해 학생들인 자신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것에 적잖이 당황스러워했다.


이에 대해 이임혜경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해서 "이번 사건은 충분히 그들(학생들)에게 두려운 것일 수 있다"고 말하며 염려의 뜻을 나타냈다.

"우리가 궁금해해야 할 지점은 강 의원이 '왜 그랬을까'라는 것"


또한 이임혜경 소장은 지금까지의 상황이 자칫하면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되고, 당시 자리에 있었던 학생들의 신상정보 등이 인터넷을 통해 퍼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논란이 된 기사에서는 '서울 모 대학'이라고 표현하며 학교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피했다. 그런데 같은날 저녁 강용석 의원이 파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대학의 이름을 언급했다. 다음 날 보도에는 특정 학교의 이름과 정확한 동아리의 명칭까지 언급되었다.

이렇게 특정 학교 및 동아리의 이름까지 밝혀진 이후, 실제로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제보한 학생들에 대한 추측성 글들 및 개인 정보와 관련된 글들이 여러 경로로 퍼지고 있다. 몇 번의 전파 과정을 통해 '추측'이 '사실'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학생들의 신상정보가) 찾아 보니 어렵지 않게 나오더라"는 글을 남긴 누리꾼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강용석 성희롱 건은 강용석의 말만 집중했으면 합니다. 함께 술을 마셨던 학생은 불이익과 불편을 감수하면서 언론에 제보했고, 지도교수는 술자리에 있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피해자입니다. 뭉뚱그려서 비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임혜경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 역시 "(사건의 핵심은) 강 의원의 발언 자체다. 관심은 학생들이 아닌 그 의원에게 쏟아져야 한다. 그 밖의 관심은 갖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우리가) 궁금해 해야 할 지점은 (학생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강 의원이 왜 이렇게 발언을 했을까'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앞으로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당시 뒤풀이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21일 언론에 '7월 16일 저녁 식사에 참석한 학생들의 입장'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배포하고 "처음 접하는 일이라서 많이 당황했으나 사건을 은폐할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강용석 의원 성희롱 파문은 지난 16일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가 끝난 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고깃집에서 강 의원이 대학생 20여 명과 저녁을 먹다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을 수차례 한 것에서 비롯됐다.

20일 한나라당은 윤리위원회를 열고 강 의원을 당적에서 제명했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에서는 21일 정식으로 강 의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강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 지역의 진보 정당과 여성단체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 및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미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미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강용석 #성희롱 파문 #이임혜경 #김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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