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포퓰리즘이 아니다"라며 "21세기는 인적자원에 투자해 사람을 키우는 전략을 써야 하는데, 보편적 복지가 바로 사람들이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살게 하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건강해야 교육을 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능력 발휘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것은 21세기 한국사회의 바탕을 만드는 투자전략이다. 그런데 무슨 포퓰리즘인가"라고 반문했다.
유럽처럼 국민건강보험이 확대될 경우 병원에서의 대기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명쾌한 설명을 내놓았다.
그는 지금처럼 '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건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역시 "교통사고가 났다고 해서 길을 없앨 순 없다. 길은 내되 어떻게 사고를 줄일 것인가에 대한 사후 대응을 해야 한다. 사회적 의료시스템이 구축되었을 때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그걸 보완하는 게 정책이자 제도"라고 주장했다.
오건호 정책위원은 기업의 자금 부담에 대해 "대기업은 추가 부담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성한 12조4천억 원 중 의료보험비 때문에 (기업) 운영이 어려우면 심사 통해 감면이 가능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자금 부담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예산을 편성할 때나 심의할 때 어떤 것을 우선 가치로 두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즉 현 정부가 어떤 세입 정책을 펴는지가 중요하다며 "소득세 감세만으로도 1년에 7조 원의 국가수입이 줄었다. 2008년 법인세에서도 연 10조 원 감세 효과가 났다"고 말했다.
"법인세만 인하하지 않았더라도 지금 (주장하는 2억7천억 원)보다 5배의 국고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4대강 사업 등 현재 진행 중인 토목 사업에 대한 예산 등 여러 정책들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기업이나 정부에 실질적 부담을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 역시 이에 동의하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나 토목공사에 투자하는 건 투자고, 의료보험이나 건강 교육에 돈 쓰는 것은 소비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해와 진실 셋] 과도한 복지가 유럽 경제위기 초래?
과도한 복지가 경제위기를 초래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 재정 적자가 심화되는 국가를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복지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정 위기를 겪는 나라들의) 공통된 특징이 제도적 사회서비스 수준이 다른 나라의 보편적 복지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나라들이 "사회 서비스 ,보육이나 의료 등 제도적 보장 수준이 현저히 떨어져 가정복지로 많은 것들을 해결한다"며 "우리가 하려는 의료복지는 대표적 사회서비스로 전혀 남유럽의 재정위기와는 관련 없다. 오히려 이런 데(대표적 사회서비스) 돈을 많이 쓰는 건 북유럽인데, 북유럽이 돈 없어 망했다는 말은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오해와 진실 넷] 보험료 인상해도 보장성 그대로다?
오건호 정책위원은 지금까지는 사실이나 이 때문에 앞으로 보험료를 인상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보장성이 60%대에 머문 것에 대해 "(노령화 현상이나 만성질환의 증가 등으로) 구조적 자연증가분이 존재하는데, 건강보험료는 다음 해 예상되는 전체 지출증가분에만 맞추어 왔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체지출증가분을 넘어서는 정도로 보험료를 한 번만 올리면 목표하는 90%까지 보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 역시 "1997년에 건강보험제도가 통합되기 전 보장성 비율이 48%밖에 안 됐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기 직전에는 보험제도의 통합 효과로 52%까지 올라갔다. 2007년에는 보장성이 64.6%에 달했는데,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52%였던 것이 64.6%까지 오른 것이다"라고 지금까지의 내력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정부 때) 정책적으로 개입해서 보장성을 높였는데 (현 정부 들어) 62.2%로 떨어졌다. 정권 말기에는 50%중후반대로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오 박사(오건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말대로 구조적 요인과 제도적 현안 때문에 현재 국민의료비가 전년대비 10%씩 급상승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책적 개입으로 국민의료비 상승분을 뛰어넘는 인상을 해서 보장성이 10% 넘게 올랐던 것이다. 이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사회 연대의 중요한 기둥 만드는 것"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세 참석자 모두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급작스러운 질병으로 가정이 무너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부에 관계없이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의료비를 모두 보장해 주지 못해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에 추가로 가입하고, 이때문에 국민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덜어주고자 하는 것 또한 이 운동의 핵심 의의라는 데 참석자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이를 "인권의 완성이자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오건호 정책위원 역시 "이 운동은 사회 연대의 중요한 기둥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오건호 정책위원은 "공론화가 중요하다"며 "전국 방방곡곡에 지역 시민모임을 만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 역시 "일단 시작했으니 성공해야 한다"며 "소수의 단합된 힘만으로는 안 된다. 온 국민의 열화와 같은 참여가 필요하다"고 국민 참여를 호소했다.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도 "건강보험제도가 분명히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미진한 점이 있다"며 "보험이라는 것이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뜻인데, 현 건강보험제도는 보장성 때문에 국민들의 가정경제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완전, 불충실한 제도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만천원의 기적'이라는 이름의 의료복지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민이 월평균 1만1000원씩 보험료를 더 냄으로써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것이 이 운동의 골자다.
덧붙이는 글 | 이미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2010.07.22 20:4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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