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부, 돌 지나니까 참 좋네요. 요렇게 피서도 댕기고요."
배지영
오후에는 광주에서 친구 윤화와 수정이가 제각각 식구들과 왔다. 돌 지난 아기 둘, 기저귀 찬 쌍둥이, 유치원생 한 명, 초등생 한 명이 모이자 아수라장이었다. 계단에 올라가서 떨어져, 고기 굽는 불에 '달겨들어', 틈틈이 저희들끼리 싸워, 자기 좀 쳐다보라고 울어… 친절로 자자하게 소문난 펜션 사장님이 바비큐를 도와줘도 속수무책이었다.
들에 매어진 소나 말도 먹고 싶은, 신비로운 식성을 가진 친구 수정이는 쌍둥이 아들을 낳더니 딴 판이 되었다. 그녀 남편 미식씨에 따르면, 상견례 자리에서도 긴장하지 않던 식욕, 투병 중에도 입맛은 건재해서 "아픈 사람 맞아요?" 라는 말을 듣던 강한 여성이었다. 그런데 쌍둥이 뒷감당에 입맛을 잃는 모습을 리얼다큐로 보여주었다.
"거 봐! 그러니까 엄마가 너랑 꽃얄리군이랑 열 살 터울로 낳은 거야" 하면서 완소제굴한테 으스대는 것도 잠깐, 나는 '쩔고' 말았다. 해외 출장 가서도 밤마다 호텔에서 아내에게 손 글씨로 편지를 쓰고, 밥도 맛있게 하고, 아이들 건사까지 잘 하는 윤화 남편 동우씨, 남편 세계의 블루칩. 그런데 그가 우리들 사진을 막 찍고 있었다. 세.상.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