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 상지대 교수.
권우성
-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캠프에서 뛰었다. 그때 고민은 어떤 것이었나."내 청춘을 고스란히 바친 민주주의가 허물어지겠다 싶으니까 참기 힘들었다. 뭔가 해야 되겠는데, 민주당도 진보정당도 대안이 될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정치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핵심적으로 제기했던 화두는 '가치'였다. '가치의 정치'. 사회양극화, 약탈적 토건경제, 비정규직 같은 우리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사람'이라는 가치를 통해 정치적으로 제기해보고자 했다. 정책이슈와 가치를 결합시킨 최초의 정치적 실험이었다고 평가한다.
한국사회에서 '가치의 정치'가 상당히 강력한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확인한 실험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핵심슬로건이 '사람중심 진짜경제' 였는데, 지금 민주당이 내건 '뉴민주당 플랜'의 핵심도 사람중심이 화두 아니냐.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명숙 후보는 '사람특별시'를 걸었고, 토건경제가 아니라 사람투자, 삽보다 사람, 이랬다.
또 그때 대체로 보면 진보적 자유주의의 방향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건데,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의 지평이 매우 넓다는 것도 확증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민주노동당보다 더 과감한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매우 놀라운 대중의 반응이 나타나더라."
- 그렇지만, 결국 실패했다."최종적으로 꽃을 피우지 못했으니까 실패로 볼 수 있다. 다만, 어떤 의미를 남겼다는 점에서는 성과가 전혀 없는 실패는 아니라고 본다."
- 2007년 당시 진보개혁진영의 인물부재론 속에서 문국현씨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원래 우리의 문제의식은 독자적인 제3세력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진보개혁진영의 쇄신을 주도할 수 있는 코어, 태풍의 눈, 즉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진앙지를 만들려고 했었던 게다. 그걸 통해서 다른 진영의 변화까지 유발해내서 융합하는 게 목표였다. 결과적으로 문국현 후보나 오랜 세월 그와 함께 해왔던 측근 그룹들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대선 막바지에 후보단일화 진검승부를 하겠다고 해놓고 번복하는 좌충우돌이 빚어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 문국현씨가 진보진영 개혁의 견인차가 될 거라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고건씨가 낙마하고 그 포스트로 정운찬, 박원순, 문국현이 거론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운찬을 대안으로 보고 몰려갔었다. 그러나 나는 아니라고 봤다. 그 당시 주류정치는 일종의 '욕망의 정치' 담론이 세게 일고 있었다. "부자 되세요!" "뉴타운 개발" 이른바 돈과 개발이 주류가 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대척점에 세울 수 있는 구도가 무엇이냐, 그것은 사람중심 진짜경제, '문국현'이 괜찮겠다 이렇게 봤던 거다."
'욕망의 정치' 대 '가치의 정치'- 지금 돌이켜 생각하자면, 2007년의 선택이 유효했다고 보나."돌이켜보면 그를 지지했던 서포트그룹의 상태가 그다지 견고하지 못했던 것 같다. 또 준비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념, 노선, 조직,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상당히 부족했다. 그랬기 때문에 소위 문 후보가 다소 개인적인 주관에 따라 행동을 할 때도 적절하게 컨트롤이 안 됐던 것 같다."
-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은 연합정치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2012년 권력교체기까지 진보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무성하다. "정치일정을 계산해보면 실질적으로 내적인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정도밖에 없다. 진보개혁진영 내부 문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고양시가 '무지개연대'가 상당히 성과를 거뒀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기초단위 연합정치도 그걸 준비하는데, 옆에서 보니까, 8개월 걸리더라. 2012년 총-대선은 굉장히 큰 선거다. 따라서 지금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의 빅텐트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저변에 깔려 있는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굉장히 공감한다. 그런데 방법론이 뭔지가 불분명하다. 담론 수준에서만 얘기가 되고 있어서 여러 물음표를 불러일으킨다.
가령 빅텐트를 어디에 칠 건데? 어떻게 만들 건데?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것이 한편에서는 자칫 군소정당이나 군소정파들의 입장에서는 독자성, 다양성을 미리 봉쇄하는 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 큰 정당의 기득권을 강화시켜주는 쪽으로 담론의 효과가 갈 수도 있다는 게다. 그런 걸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령 빅텐트를 민주당 안에 치자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다음에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민주당 안에서 누가 빅텐트를 칠 수 있을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누가 할 수 있을까 등등. 담론 수준만으로는 안 되고,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
- 이상이 교수의 진보대통합정당론은 어떻게 보나. 핵심적으로 요약하자면, 선 비민주 진보단일화, 후 민주당 견인론인 것 같다. 진보블록이 먼저 합치고, 그 다음에 민주당을 견인하자는 일종의 투스텝론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그게 안 된다. 진보진영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 논거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역학관계의 균형논리인지, 아니면 민주당보다 진보정치세력이 윤리적, 정치적으로 우수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가 볼 때는 어느 쪽으로도 현실 개연성이 약하다.
나는 지나치게 '비민주당'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민주당과 선을 그어서 진보개혁진영을 이항대립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가 싶다. 기존의 민주세력진영은 크게 두 가지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리버럴 진영과 민노당-진보신당을 중심으로 하는 좌파진보세력. 그 사이와 바깥에 조그만 그룹들이 산재해 있다.
그런데 이 두 그룹이 계속 이항대립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니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참여정부에서 일어난 이라크 파병, 한미FTA 등등. 그러다가 진보개혁진영 전체가 무너졌다. 민주당이 타깃이라면 민주당의 '낡고 무능한 리더십'에 대해 선을 긋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기존 정당 틀을 뛰어넘는 비전을 창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레벨에서 '태풍의 눈'을 만들고, 민주당과 진보블록 양 방향으로 작용해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진보적 자유주의'의 지평 정도에 중심점을 두고 가면 양쪽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배합할 것인지도 대략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 빼고 진보대통합 하자는 건 경직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