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실패 맞다... 삼성문제 대안 있어야"

['무지개 정치' 모색④] 고원 상지대 교수의 '신민주주의론'

등록 2010.08.03 10:17수정 2010.09.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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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국정치에 어떤 가치와 정책을 담을 것인가 하는 고민도 여러 갈래다. <오마이뉴스>는 한국정치의 대변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을 시작한다. 진보에서 자유주의까지 함께하는 '무지개 정치'의 길을 묻는다. [편집자말]

고원 상지대 교수. ⓒ 권우성


"내 청춘을 고스란히 바친 민주주의가 허물어지겠다 싶으니까 참기 힘들었다. 뭔가 해야 되겠는데, 민주당도 진보정당도 대안이 될 수 없어 보였다. 2007년 대선은 한국사회에서 '가치의 정치'가 상당한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실험 아니었나 싶다. '사람 중심, 진짜 경제'. 뉴민주당 플랜도 사람 중심, '사람특별시', 삽보다 사람, 맞지 않나." 

좀 길게 돌았다. 2007년 대선부터 말이다. 고원 상지대 학술연구교수는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캠프에서 일했다. 문국현씨를 정치와 연결한 정치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2007년 대선 이후 그는 한동안 말을 아꼈다. 당시의 활동에 대해서도 가급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2012년 권력교체기를 앞둔 마당에 2007년 대선평가는 피할 수 없다. 그는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가치의 정치'라는 화두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가치의 정치라는 화두가 한국정치에서 상당한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확인한 실험이었다는 게다.

그는 최근 '민주주의와 친구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함께하는 사람들은 김영춘 민주당 전 의원,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전 소장 등이다.

2007년 대선 그리고 '민주주의와 친구들'

고 교수는 "2007년 대선 때 나름대로 고뇌에 찬 실험도 해봤고 의미 있는 '가치의 정치'라는 화두도 창출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되니 무언가 업그레이드된 가치는 뭘까 하는 고민의 출발"이라며 "이 모임을 통해 다른 그룹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복지국가론(이상이), 녹색복지공동체론(김성환) 등 의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보탰다. 고 교수는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한국의 진보에게 과연 그것만이 핵심이 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정의의 문제, 공정성, 공평성, 부동산 정의, 삼성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시장질서, 여전히 민주주의의 문제 등 복지 말고도 대단히 중요한 의제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제들이 용광로처럼 다 뒤섞여 뭔가 새로운 가치로 창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고 교수는 2012년 대선 때는 특정 정파의 수장이 다른 정파의 수장들과 경쟁하는 방식으로 하지 말고, 정동영, 정세균, 손학규, 천정배,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이정희 등의 인물들 가운데 진보진영 전체의 대표자로 누가 적절한지 따져보는 방식으로 대선후보를 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냈다. 

큰 정당, 군소정당 구분 짓지 말고 각자 대등한 조건에서 연합경선을 해보자는 게다. 2001년 민주당이 심대한 위기에 처했을 때 노풍을 일으켰던 '오픈 프라이머리'는 결국 대중적 동력으로 가능했다고 부연했다. 대중의 힘이 붙으면 안 될 일이 없다고 했다.

다음은 고원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고원 상지대 교수. ⓒ 권우성

-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캠프에서 뛰었다. 그때 고민은 어떤 것이었나.
"내 청춘을 고스란히 바친 민주주의가 허물어지겠다 싶으니까 참기 힘들었다. 뭔가 해야 되겠는데, 민주당도 진보정당도 대안이 될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정치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핵심적으로 제기했던 화두는 '가치'였다. '가치의 정치'. 사회양극화, 약탈적 토건경제, 비정규직 같은 우리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사람'이라는 가치를 통해 정치적으로 제기해보고자 했다. 정책이슈와 가치를 결합시킨 최초의 정치적 실험이었다고 평가한다.

한국사회에서 '가치의 정치'가 상당히 강력한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확인한 실험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핵심슬로건이 '사람중심 진짜경제' 였는데, 지금 민주당이 내건 '뉴민주당 플랜'의 핵심도 사람중심이 화두 아니냐.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명숙 후보는 '사람특별시'를 걸었고, 토건경제가 아니라 사람투자, 삽보다 사람, 이랬다.

또 그때 대체로 보면 진보적 자유주의의 방향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건데,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의 지평이 매우 넓다는 것도 확증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민주노동당보다 더 과감한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매우 놀라운 대중의 반응이 나타나더라."

- 그렇지만, 결국 실패했다.
"최종적으로 꽃을 피우지 못했으니까 실패로 볼 수 있다. 다만, 어떤 의미를 남겼다는 점에서는 성과가 전혀 없는 실패는 아니라고 본다."

- 2007년 당시 진보개혁진영의 인물부재론 속에서 문국현씨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원래 우리의 문제의식은 독자적인 제3세력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진보개혁진영의 쇄신을 주도할 수 있는 코어, 태풍의 눈, 즉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진앙지를 만들려고 했었던 게다. 그걸 통해서 다른 진영의 변화까지 유발해내서 융합하는 게 목표였다. 결과적으로 문국현 후보나 오랜 세월 그와 함께 해왔던 측근 그룹들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대선 막바지에 후보단일화 진검승부를 하겠다고 해놓고 번복하는 좌충우돌이 빚어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  문국현씨가 진보진영 개혁의 견인차가 될 거라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고건씨가 낙마하고 그 포스트로 정운찬, 박원순, 문국현이 거론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운찬을 대안으로 보고 몰려갔었다. 그러나 나는 아니라고 봤다. 그 당시 주류정치는 일종의 '욕망의 정치' 담론이 세게 일고 있었다. "부자 되세요!" "뉴타운 개발" 이른바 돈과 개발이 주류가 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대척점에 세울 수 있는 구도가 무엇이냐, 그것은 사람중심 진짜경제, '문국현'이 괜찮겠다 이렇게 봤던 거다." 

'욕망의 정치' 대 '가치의 정치'

- 지금 돌이켜 생각하자면, 2007년의 선택이 유효했다고 보나.
"돌이켜보면 그를 지지했던 서포트그룹의 상태가 그다지 견고하지 못했던 것 같다. 또 준비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념, 노선, 조직,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상당히 부족했다. 그랬기 때문에 소위 문 후보가 다소 개인적인 주관에 따라 행동을 할 때도 적절하게 컨트롤이 안 됐던 것 같다."

-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은 연합정치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2012년 권력교체기까지 진보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무성하다.
"정치일정을 계산해보면 실질적으로 내적인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정도밖에 없다. 진보개혁진영 내부 문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고양시가 '무지개연대'가 상당히 성과를 거뒀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기초단위 연합정치도 그걸 준비하는데, 옆에서 보니까, 8개월 걸리더라. 2012년 총-대선은 굉장히 큰 선거다. 따라서 지금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의 빅텐트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저변에 깔려 있는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굉장히 공감한다. 그런데 방법론이 뭔지가 불분명하다. 담론 수준에서만 얘기가 되고 있어서 여러 물음표를 불러일으킨다.

가령 빅텐트를 어디에 칠 건데? 어떻게 만들 건데?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것이 한편에서는 자칫 군소정당이나 군소정파들의 입장에서는 독자성, 다양성을 미리 봉쇄하는 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 큰 정당의 기득권을 강화시켜주는 쪽으로 담론의 효과가 갈 수도 있다는 게다. 그런 걸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령 빅텐트를 민주당 안에 치자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다음에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민주당 안에서 누가 빅텐트를 칠 수 있을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누가 할 수 있을까 등등. 담론 수준만으로는 안 되고,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

- 이상이 교수의 진보대통합정당론은 어떻게 보나. 핵심적으로 요약하자면, 선 비민주 진보단일화, 후 민주당 견인론인 것 같다. 진보블록이 먼저 합치고, 그 다음에 민주당을 견인하자는 일종의 투스텝론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그게 안 된다. 진보진영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 논거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역학관계의 균형논리인지, 아니면 민주당보다 진보정치세력이 윤리적, 정치적으로 우수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가 볼 때는 어느 쪽으로도 현실 개연성이 약하다.   

나는 지나치게 '비민주당'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민주당과 선을 그어서 진보개혁진영을 이항대립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가 싶다. 기존의 민주세력진영은 크게 두 가지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리버럴 진영과 민노당-진보신당을 중심으로 하는 좌파진보세력. 그 사이와 바깥에 조그만 그룹들이 산재해 있다.

그런데 이 두 그룹이 계속 이항대립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니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참여정부에서 일어난 이라크 파병, 한미FTA 등등. 그러다가 진보개혁진영 전체가 무너졌다. 민주당이 타깃이라면 민주당의 '낡고 무능한 리더십'에 대해 선을 긋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기존 정당 틀을 뛰어넘는 비전을 창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레벨에서 '태풍의 눈'을 만들고, 민주당과 진보블록 양 방향으로 작용해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진보적 자유주의'의 지평 정도에 중심점을 두고 가면 양쪽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배합할 것인지도 대략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 빼고 진보대통합 하자는 건 경직돼 보인다"

고원 상지대 교수. ⓒ 권우성


- 진보의 고민은 민주당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있는 것 같다. 진보가 의료민영화, 한미FTA, 이라크 파병에 동의할 수 있겠나. 이러니까 함께 못 간다는 주장인 게다.
"과거 민주당이 지나치게 신자유주의에 경도 당했던 문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이 그런 과거의 오류를 극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정으로 함께 갈 방법은 없어보인다. 그런데 반대로 이런 생각도 해보자. 그럼, 소위 반신자유주의는 맞았나. 이것도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게 대안이었나. 한미FTA는 그 자체로 신자유주의이기 때문에 안 된다? 이것도 상당히 비판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본다. 한미FTA라는 의제설정의 주도자는 참여정부였다. 따라서 책임의 윤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여기서 발생하는 여러 정치적 파장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반신자유주의를 외쳤던 사람들의 주장이 대안이 될 수 있었나, 그건 아니었다고 본다."

- 신자유주의 반대노선이 대안이 아니었다는 얘기인가.
"그게 아니라, 한미FTA를 안 할 수도 있고,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여기에 '꼭 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손실과 이익을 사회적으로 공평하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문제랄지, 그것을 수용하고 감당할 수 있는 경쟁력을 사회적 약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대안을 만드는 상태랄지 뭐 그런 문제들이 포함된 사회적 공론과 토론, 충분한 정치협상과 거래, 대화, 교환 같은 게 없었다는 게다.

이런 게 민주주의인데, 찬성과 반대로 분명히 나뉘어 "절대 안돼" 이런 소리만 하고 절충하지 못했다는 게다. 어찌 보면 연합정치로 풀어야 하는 정책들에 대해서 타협이 없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게다. 리버럴정당과 레프트정당이 정책노선을 조율해서 타협에 이르기도 하는 유연성, 다양한 연합정치가 이뤄지는 것, 그런 게 돼야 한다고 보는 거다."

- 이른바 민주당에서 분열된 친노의 문제는 어떻게 보나. 국민참여당 말이다.
"남의 집 문제를 내가 왈가왈부할 성격은 아니어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웠던 사람들을 친노라고 부를 텐데, 그 사람들도 행보가 다 다른 상황 아니냐.

유시민 전 장관처럼 국민참여당 같은 독자 정당을 만들어 독자노선을 가는 사람도 있고, 이광재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처럼 민주당 틀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 김두관 경남지사처럼 무소속의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

적어도 지금의 시점에서는 '친노'라는 개념이 어떤 정치적인 가치의 체계나 노선을 표현한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가깝게 일했던, 정치적으로 긴밀하게 따르던 사람들, 뭐 이 정도가 정확하지 않나 싶다."

- 진보의 재구성에서 시민사회의 역할론도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시민사회단체에 뿌리를 갖고 있는 인물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시민운동을 잘 모른다는 전제 위에서 얘기하자면, 그분들의 역할은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본다.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정치적으로 개성이 아주 강한 집단들이어서 자기주장도 강하고, 이익에도 굉장히 민감하고 분명하다. 그런 세력들을 소위 연합정치라는 틀로 묶어 내고, 일이 되도록 독려하는데 시민사회가 없었다면 아마 안 됐을 것이다."

- 정치무대에서 시민사회의 적극적 역할과 소극적 역할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적극적으로 보자면 진보의 재구성과 함께 권력교체기에 아예 정치에 뛰어드는 방법도 있고, 소극적으로는 판관 노릇을 하거나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희망과 대안 기획위원을 할 때 유권자운동과 정치협상을 접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었다. 그래서 시민공천배심원제 같은 걸 제안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민주당 안에서만 부분적으로 실험해보는 수준에 그쳤다. 정치적 효과가 크지 않았다.

소위 '5+4 정치협상' 틀은 과거 87년 국민운동본부 수준 이상의 정치협상 틀이 되기를 바랐지만, 잘 안 됐다. 이것 역시 5+4를 시민사회가 둘러싸고 힘을 줬어야 했는데 이게 분리돼 있다 보니 탄력을 받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시민사회가 정치권에 있는 여러 그룹을 추동하거나 견인하거나 이럴 수 있는 힘이 안 붙었다는 게다.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시민사회가 자기인식의 한계를 꾸준히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뭐 이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민사회의 중장기적 과제 아니겠나."

- '민주주의와 친구들'을 만들었다. 어떤 조직인가.
"내가 만든 건 아니고, 나는 힘을 보태는 정도인데 인터뷰까지 하게 됐다. 2007년 대선 때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새로운 사람들이다. 나름 지난 대선 때 고뇌에 찬 실험도 해봤고 의미 있는 '가치의 정치'라는 화두도 창출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되니 무언가 업그레이드 된 가치는 뭘까 하는 것이 고민의 출발이다.

또 그게 블로그가 될지, 웹사이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그마나마 뭔가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다. 그걸 통해서 주위에 다른 그룹들과도 가슴을 열고 교류를 하고, 그리고 2012년에 어느 그룹이 주도하든 2007년에 우리가 얻었던 교훈들을 전달해주면 시행착오의 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지 않겠나."

부동산 정의, 삼성문제... 진보의 대안은?

고원 상지대 교수. ⓒ 권우성


- 소위 '민친그룹'에서는 어떤 의제를 담을 것인가.
"나는 복지와 녹색으로 한국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풀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한국사회에는 복지 이상으로 더 본질적인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논리적으로는 그것을 선행해서 해결해야 한다. 즉 한국사회의 거대한 특권․특혜․구조를 철폐하는 일이다.

비정규직 문제, 토건경제의 문제, 또 삼성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시장질서 이런 것도 문제다.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4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민주주의의 내적 조건이 취약하다는 게 드러났다. 이명박정부가 권위주의적으로 강압적으로 했다는 것보다도 그것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시민사회, 시민 스스로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나 신념, 이런 문제들이 여전히 취약하구나 생각되지 않나. 이런 문제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민주주의를 견고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 복지국가 담론만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인가.
"복지국가 담론에서 더 중요하게 짚어야 할 부분은 현재의 시점에서 왜 그것이 사회적 정의로 불릴 수 있는지 하는 철학적 원칙에 대한 합의가 있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관적 독단론에 빠지게 된다. 현재로서는 복지국가 담론이 정의의 계보상 어떤 위치에 있는지 불분명하다. '좋음'과 '옳음'의 철학적 구분이기도 한데, 정치에서는 '옳음'이 우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확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와의 관련성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를 통해 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민주주의가 더욱 풍부해지고 견고해지는 한국사회의 발전루트를 항상 중심에 세워야 한다.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과 얘기하면서 그들이 민주주의라는 말을 외치지는 않지만 그 가치에 대단히 민감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20, 30대가 진보의 성장 동력이 되었다. 결국은 모든 문제는 민주주의로 귀결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민친'의 지표도 '신민주주의', 네오데모스를 지향하는 거다. 우리는 가령 대리운전기사, 다문화여성과 아이들, 아르바이트 청소년들, 이런 사람들이 자기 삶을 자기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충분히 향유하는 것, 이런 데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카테고리 속에서 의제를 찾고 이를 대중적 실천으로 만들어 나가는 모색을 하려고 한다." 

-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진보의 재구성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보나.
"현재 제기되는 여러 가치와 정책노선들이 용광로처럼 서로 섞이면서 그 속에서 뭔가 새로운 가치가 창조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문제의식들이 연합정치라는 담론과도 일관되게 접맥이 돼야 한다.

문제는 민주당 내부에 혁신 동력이 완전히 소진됐다는 게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혁신을 주도하는 '폭풍의 눈' 같은 존재였다. 민주당 내부에 있었다. 이게 대중적 동력과 만났던 게다. 민주당 내부의 혁신가가 외부의 동력을 끌어들여 민주당을 살려냈던 것이라고 본다.

2007년 대선 때는 그게 없었다. 대선사상 최악의 참패를 했다. 2012년도 2007년처럼 내부에서 노무현과 같은 혁신의 동력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또 2012년 대선은 달라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잠재적 대선주자들을 꼽아보자. 정동영, 정세균, 손학규, 천정배,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이정희. 이런 분들이 연합경선을 하면 어떨까 싶다. 민주당의 후보, 민노당의 후보 이런 식이 아니라 각자 인물로 놓고 진보진영 전체의 대표자로서 누가 좋은지 따져보는 것이다. 특정 정파의 대표자가 아니라, 그걸 뛰어넘어 진보 전체의 지도자로서 누가 적절한지 따져보는 방식으로 했으면 좋겠다."

- 민주당이 절대로 안 받을 것 같은데.
"물론. 대중적 힘으로 강제해내야 한다고 본다. 지난 대선 때의 경험이나 정치를 꾸준히 관찰해온 경험으로 볼 때 민주당이 안 받는다. 민주당은 이제 상대적 강자에 불과하다. 대중적 동력이 생기고 민주당의 안과 밖을 연결해서 틀을 만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2001년 민주당이 심대한 위기에 처했었다. 그때 노풍을 불러일으킨 '오픈 프라이머리'가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것도 대중적 동력이 붙으니까 됐다."
#고원 #민주주의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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