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 <?上情歌>는 아주 훌륭한 책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즐겁게 돌아보고 넘기며 받아들일 수 있는 고운 사진책입니다.
최종규
중국사람 헤이 밍(黑明) 님이 일군 사진책 <塬上情歌>를 보며 생각합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공안'이라고 하는 경찰 때문에 나라밖 사람이 중국사람 삶과 터전과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기 퍽 껄끄럽습니다. 자칫하다가는 공안한테 붙들리거나 사진기를 빼앗길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중국사람이라 하여 중국사람 삶과 터전과 이야기를 마음껏 사진으로 옮겨내기란 수월하지 않습니다. 중국사람은 중국사람대로 어려움과 울타리와 가시밭길이 있으니까요. 어느 쪽에 서 있건 더 알차고 싱그러우며 어여쁜 사진을 얻을 수 있지 않아요. 중국 사진쟁이라고 해서 중국 삶을 더 잘 담을 수 있지 않으며, 중국 아닌 한국이나 일본이나 영국 사진쟁이라고 해서 중국 삶을 한결 남달리 바라보며 살뜰히 담을 수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처럼, 내가 내 삶을 사랑하는 깊이만큼 바라보며 살뜰히 담는 사진입니다. 늘 그렇듯이, 내가 내 동무와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너비만큼 살피며 오롯이 엮는 사진입니다.
<塬上情歌>라는 사진책은 사진과 글 두 가지가 어우러지며 이야기를 건넵니다. 앞쪽에는 사진이 있고 뒤쪽에는 글이 있습니다. 책을 한손에 쥐고 바닥으로 죽 내리뜨리면 팔랑팔랑 길게 이어집니다. 종이를 풀을 발라 붙인다든지 꿰맨다든지 하지 않고 두루마리 휴지처럼 길게 이어지도록 엮어, 가운데에 사람이 있어도 하나도 씹히지 않습니다. 찍은 사람 눈결 그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남다른 엮음새보다, 중국 사진쟁이 헤이 밍 님 손길이 더없이 그윽하구나 싶습니다. <塬上情歌>라는 사진책은 중국 사진쟁이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진을 신나고 즐겁게 담아서 당신 이웃뿐 아니라 당신 이웃나라 사람들하고 재미나고 홀가분하게 나눈다고 하는 마음을 보여주거든요. 굳이 꾸밀 까닭이 없고, 애써 덧바를 일이 없으며, 따로 깎거나 숨길 모습이 없습니다. 스스럼없는 삶이요, 기꺼운 사귐이며, 반가운 만남이 사진 하나하나에 알알이 스몄구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