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공사, 담양호·광주호 둑높이기 추진 '사업비 1,732억'

'농민 숙원' 흙수로 현대화는 1/3예산 불구 14년 걸려야 완료

담양군의회 설명회, 의원들 '의문…우려…반론'

수자원 확보를 위한 담양호·광주호 둑 높이기 사업과 비만 오면 농경지 침수피해를 불러오는 흙더미 용·배수로 현대화 사업 중 어떤게 더 시급할까? 두 사업 모두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올해 추진·시행하는 사업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국책사업 중 하나로 총 사업비 1천732억이 투입되는 둑높이기 사업은 '담수량 증가에도 별 효용가치가 없고 오히려 인근지역이 수몰 피해를 입는다'는 주민 반대 의사와 관계없이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달리 농업인 숙원사업으로 매번 손꼽혀온 담양 지역 용·배수로 현대화 사업의 경우 총 560억의 사업비 중 올해 47억원이 투입되는 등 매년 40억원에 불과한 사업비가 책정, 앞으로 14년이 더 걸려야 완료된다.

다시 말해 장마철 때마다 흙수로 인근 농경지는 앞으로 14년간 침수피해를 감수해야 하고, 담양·광주호 제방 숭상은 그다지 큰 이득이 없음에도 용·배수로 현대화 사업의 3배에 이르는 돈이 일시에 투입된다는 말이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19일 한국농촌공사 담양지사가 담양군의회를 대상으로 마련한 '2010 업무계획 설명회'에서 불거졌다.

농촌공사에 따르면 담양호와 광주호 둑높이기 사업이 이달 예비타당성 조사가 완료됨에 따라 사전재해 영향성 검토 등 기본조사와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1월 착공예정이다.

담양호는 현 수위보다 2m를 높여 현재보다 839만㎥의 저수량을 추가확보할 계획이다. 광주호는 2.6m 수위 상승, 586만㎥ 저수량이 추가된다. 사업비는 각각 805억원, 707억원이다.

또한 창평 외동제 둑높이기도 같은 사업에 포함돼 사업비 220억원을 들여 수위를 현재 10m에서 18m로 높일 계획이다.

농촌공사는 둑높이기를 통해 자연재해 사전예방과 하천 건천화 방지 및 수질개선, 홍수조절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농촌공사 관계자는 "광주댐이 1976년에 축조되는 등 시설이 노후돼 있어 현대화가 필요하다"며 "가사문학관과 식영정, 환벽당, 소쇄원 등 광주호 주변 문화유적지는 수위보다 지표면이 높아 수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군의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우리가 어떻게 해보겠느냐'는 회의론 가운데에서도 주민피해 우려와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적극적인 반론을 폈다.

김기성 의원은 "광주호 인근 문화재가 직접 수몰되지 않더라도 주변지역이 물에 잠겨 현재의 경관과 환경을 해치게 된다"며 "또한 인근에 산재한 식당들은 수몰이 불가피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고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김현동 의원은 "둑높이기 사업이 재해 예방 목적보다는 MB정부의 4대강 정비 이후 하천 유량 확보를 위한 방편으로 실시되는 사업 아니겠느냐"며 "1천700억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별 효용가치가 없는 사업에 투입된다는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윤영선 의원은 "설명회를 의회에서 먼저 연 목적이 뭔가? 우리가 반대한다 해서 사업을 안할건가? 주민들에게 잘 좀 홍보해달라는 것 아닌가?"라며 "8월6일 주민설명회 때는 '여러분들이 반대해도 국책사업이라 강행될 거다'고 먼저 밝힌 뒤 사업계획을 설명하라"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또 "둑높이기 사업과 용·배수로 사업 중 어떤게 지역 농민들을 위한 일인가"라고 물으며 "둑높이기 사업비 일부를 14년 걸릴 용배수로 사업에 전용할 수는 없나"라고 둑높이기 사업에 대한 부정적 입장과 용·배수로 사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한편, 담양호와 광주호 축조 이후 담양지역에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지난해 최악의 가뭄사태 때 담양호 저수율이 29%대로 줄긴 했지만 피해는 없었다. 반면 담양관내 용·배수로 현대화 사업 비율은 37.4%에 그쳐 집중호우시 흙수로 범람 및 붕괴로 인해 인근 농경지 침수피해가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