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선생님과 함께매동마을 입구에서 만난 김수정 선생님과 중황마을 쉼터에서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가현
"둘레길은 각 구간마다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운봉-인월 구간은 논둑을 따라 조용히 길을 음미하면서 걸을 수 있고, 인월-금계의 장항마을까지는 산길로 좋은 공기와 산을 즐길 수 있어요." 각 구간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온 듯한 표정에서 금계까지 종주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김 교사는 오르막길이 이어져 말을 잇기 힘들어지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전주에도 둘레길 닮은 길이 3개 있어서 전북도민일보에 여행기를 써보려고 했어요. 여행하고 글 쓰는 쪽에 관심이 많답니다. 둘레길은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친구며 걷는 것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또 걸으면서 혼자서 생각하고, 느끼는 기쁨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로 교사 생활이 20여 년째인 김씨는 교사 생활이 힘들어 자신에게 휴식을 주자는 생각에 2년 전부터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주말이면 등산을 다니거나 가까운 걷기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둘레길은 참 신기해요. 모르는 사람인데도 길에서 만나면 서로 아는 사람처럼 웃으면서 인사를 하게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혼자 걷는 길이 무서웠는데 마을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혼자 걷는 게 편해졌어요. 앞으로는 길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꿈을 키우면서 혼자 민박까지 해 보는 게 소원이랍니다."
은퇴한 나그네의 '돌아보는 재미' 산길이 끝나고 확 트인 밭고랑 사이를 걷다보면 중황마을 입구에 이른다. 중황마을 쉼터는 지리산 봉우리들이 멀리 보이고 푸른 밭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경사진 땅에 위치해 있다. 쉼터에는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중황마을 쉼터의 주인장은 좁은 탁자 주변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손님 맞을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서울에서 매주 3만원에 점심까지 제공하는 둘레길 코스가 있어서 주말이면 사람들이 엄청 많습니다. 이제 곧 서울 팀이 도착할 시간이라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평소에는 조용한 시골길이 주말만 되면 시끌벅적해지는데 6월은 월드컵 열기 때문에 조용한 편이었어요. 아이고, 이제 7월이면 전쟁 시작입니다."
주인장은 '정신없는 전쟁'이 싫지 않은 듯 연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쉼터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던 김치국(광주, 남)씨를 만났다. 넉넉해 보이는 인상인 그는 전남 교육청에서 퇴임하고 시간 보낼 소일거리를 찾다가 둘레길을 만나게 됐다.
"인월-금계 구간만 세 번째 다니고 있어서 내가 전문가가 다 되었네. 둘레길 다니면 소일거리도 되고 취미도 되지. 자연도 둘러보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인생도 돌아보고, 나도 돌아보고 …, 얼마나 좋은가?"이번에는 남원에 사는 여동생 부부를 초청해서 왔다. 이들 부부들은 김씨 옆에서 웃으면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둘레길에 관한 책자와 정보지를 꺼내 놓으며 얘기를 하던 김씨는 자연 그대로의 길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뿐만 아니라 쉼터에서 만난 다른 둘레꾼들 또한 둘레길을 칭송하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미혼과 기혼의 마음을 엮은 지리산 둘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