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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바로 옆, 도랑 하나 건너 신포마을이라는 동네가 있다.
그 마을에는 나처럼 단감농사를 하고 있는 형님, 아니 '행님'이 한 명 있다. 그렇다. '행님'이라고 불러야 좀더 그 의미가 잘 전달될 그런 느낌의 사람이 있다. 이두호 만화의 '머털이'를 닮은 캐릭터에 힘이 실재로 장사다. 물론 나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단감을 대규모로 하고 있지만 그 형님도 친환경저농약 단계의 인증을 받아 놓고 있다.
나보다는 세살이 위니까 내년이면 50이 되는, 지역의 토박이 중의 토박이이기도 하다. 대규모로 농사를 지으면서도 지역활동에도 열심이어서 의령농민회를 만들고 지금까지 끌어오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사람이다.
거기다 더해서 내게는 여러 모로 도움을 많이 주고 있는 사람이다. 단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약치는 기계 설치부터 가지치기, 거름작업, 솎아내기, 단감포장까지 도움받은 걸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물론 사람 사는 일이 일방적으로 누군가는 도움만 주고 또 누군가는 도움만 받는 관계야 있겠는가? 또 그런 관계가 있다하면 그게 오래 가겠는가? 궂이 셈법을 따져보면 나도 이 지역에서 4년 정도 동안 지역의 현안에서 나름 도움되는 역할을 하였다고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형님과의 관계로만 보면 내가 훨씬 더 많은 도움을 받아왔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늘 고마움과 정겨움을 가지고 자주 만나는 편이다. 서로 막걸리가 생각나고 왠지 출출하다 싶을 때는 그냥 편하게 전화한다. 이 행님도 나처럼 막걸리를 무지 좋아한다. 소주도 잘 먹지만 막걸리는 대단한 주량을 자랑한다.
그날도 무지 무지 더웠던 며칠 전 중복날 전날이다. 저녁이 다 되갈 즈음에 전화가 왔다.
"뭐 하노?"
"예- 저녁 먹을려고 합니다."
"아직 안 무우스모 우리집으로 오이라. 한잔 하자."
"뚜뚜뚜..."
그냥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 버렸다. 안주가 뭔지 막걸린지 소준지 물어 보고 싶었는데 기회를 주지 않고 일부러 빨리 끊어 버렸다. 일단 아내에게 옆마을에 가서 한잔 하고 온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등 뒤로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느끼면서...
그 뒤 그 행님 집에서 벌어진 풍경은 이러하다 .
막걸리와 토하탕! 오늘의 메뉴는 울산에서 공수된 생동동주 '태화루' 막걸리와 마을 위에서 잡은 민물새우탕이다. 메뉴를 보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오늘 술 한번 제대로 먹게 되겠구나. 이 정도 메뉴면 기본으로 막걸리 네병은 그~~~~~냥 절단 내고 들어갈 것이다.
막걸리가 좋은 점은 여러가지이지만 웬만한 안주면 다 막걸리 안주로 어울린다는 거 아니겠는가? 별 안주 없이도 좋은 발효막걸리는 분위기를 돋우는데 이런 별미중의 별미인 '토하탕' 이라니. 그것도 오늘 마을위 저수지에서 잡은 싱싱한 것들을 재료로 양념에다 땡초 썰어넣고 끓인 것들이니...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킬 때마다 토하탕 한숟가락씩 입안에 털어넣는 그 맛! 몇 번 씹지 않아도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새우의 그 향과 진~한 맛. 몇 병 먹을 때까지는 그 맛의 기억이 또렷한데 그 뒤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 술술 잘 들어간다고 막걸리를 얼마나 먹었는지 그 뒤는 대충 이렇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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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위의 ~~~~~~~ 는 비틀 비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7.31 13:51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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