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8.02 17:00수정 2010.08.02 17:00
"꾸미지 않아서 참 좋다!"
계곡의 첫인상이다. 여름을 피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은 여느 곳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른 피서지와는 다른 점은 가식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피서지에 가보면 사람들의 힘으로 만들어놓은 시설물부터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만든 시설물이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그 한계를 넘기 때문에 더 불편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곳은 그런 시설물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시설물이 없으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좋다. 자연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
계곡 옆에는 건물 두 어 채가 지워져 있을 뿐이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배가 고프면 이곳으로 찾아와 식사를 한다. 메뉴도 복잡하지 않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백숙을 비롯하여 서 너 개뿐이다. 더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숫자를 늘려가는 것은 결국 더욱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지, 편리함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였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활을 단순화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백운동 계곡.
흰 백자 구름 운자를 쓴다. 하얀 구름이 일어나는 계곡이란 뜻이다. 얼마나 소박하고 투박한가? 화려한 장식이 언뜻 보기에는 아름다운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깊이 분석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물론 화려한 장식미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아름다움은 소박함과 투박함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원초적인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본디 모습에서 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백운동 계곡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더욱 더 아름답게 보인다.
백운동 계곡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 위치한 계곡이다. 계곡이 그렇게 깊지 않아서 안전하게 물놀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오염되지 않은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신선이 된 기분이다. 세상사 미련 없이 놓아버리고 하얀 구름에 맡겨버리니, 그냥 그대로 좋다.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더 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자연에 몸을 맡기니, 그것으로 족하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다. 무엇 하나 정답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둘러보니, 참 따뜻해진다. 억울함도 놓아버릴 수 있고 미움도 떨쳐버릴 수 있다. 아픔도 마찬가지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도 멀어진다. 자존심도 마찬가지고 싫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모든 것들을 놓아버리니, 그것들은 흔적도 없이 멀어진다.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때에는 무겁게 자리하고서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놓아버리니,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하얀 구름에 털어버리니, 모든 것이 비어 있다.
백운계곡에 몸을 맡기니, 더위도 사라진다. 곁에서 그렇게 못살게 괴롭히고 있던 더위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신기하다. 절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더위마저도 하얀 구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불어오는 산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시원한 바람에는 희망이 숨 쉬고 있었다. 희망이란 원래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산바람을 몰랐을 때에는 답답하기만 하였었다. 그런데 달라지는 것을 보니, 희망도 결국 나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희망이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세상은 살만해진다. 더위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지겹게만 느껴졌는데, 달라졌다. 시원한 백운 계곡에 앉아 있으니, 모든 것들이 달라보였다. 아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부정적인 측면만을 바라보게 되면, 세상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세상은 달라진다. 구족되어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경이로움에 감동한다. 백운 계곡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어 좋았다. 하얀 구름에 몸을 맡기니, 그것으로 충분하였다.
2010.08.02 17:0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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