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폭행, 살인하는 정부... 누가 범죄자냐"

[모든 길은 G20으로 통한다?①] G20 집중단속 맞서 단식 중인 미셸 이주노조 위원장

등록 2010.08.03 20:04수정 2010.08.0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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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고 홍보한 G20 정상회의가 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린다. 그러나 이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며 노점상과 이주노동자를 내쫓고 노숙인을 내모는 정부의 모습에서는 '세계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후진성이 보인다. '사람'은 없고 '회의'만 남은 G20 정상회의의 단면을 점검해봤다. [편집자말]
a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자, 지난달 25일부터 단속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미셸 파울로 이주노조위원장.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자, 지난달 25일부터 단속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미셸 파울로 이주노조위원장. ⓒ 유성호


"정부가 G20 정상회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출입국 보호실과 외국인 보호소에 너무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머물고 있다. 마치 양계장의 닭처럼 몰려 있다. 단속 과정에서 많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등 단속과 추방이 비열하고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셸 파울로(39)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 위원장은 곡기를 끊었다. 지난 7월 25일부터 시작한 단식이 벌써 10일째다. 폭염 속에 물과 소금으로만 하루를 지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터. 그는 지쳐 보였다. 구부정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앉은 미셸 위원장을 바라보며 정영섭 이주노조 사무차장은 "며칠 새 얼굴이 반쪽이 됐다"며 걱정했다.

G20 정상회의 개최 100일을 앞둔 3일,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만난 미셸 위원장의 기운 없는 목소리를 듣자 장시간의 인터뷰가 가능할지 우려됐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한국 사회 단속을 이야기 할 때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미셸 위원장은 "선진국 모임이라는 G20 정상회의를 위해 반인권적으로 노동자들을 단속하고 추방하는 것은 너무나 모순적이다"며 "선진국들이 제3세계 나라를 빈곤하게 해 해당국 국민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면서 이주한 노동자들은 일회용 제품처럼 쓰다가 버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G20 정상회의에 맞춰 이주 노동자들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5월과 6월 사이 벌써 3000명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추방 됐다. 이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가 폭행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주 노동자의 임금을 출입국 사무소 직원이 임의로 인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셸 위원장은 "정부는 우리를 범죄자로 모는데 도대체 누가 범죄자냐"고 반문했다.

미셸 위원장의 목소리에 또 한 번 힘이 실린 때가 있었는데 바로 현 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말할 때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범죄자라고 생각해 엄청난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이주 노동자 전체에게 공포감을 줘서 통제와 지배를 용이하게 하려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미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비열하고 폭력적인 이주 노동자 탄압에 맞서기 위해 단식"

a  미셸 파울로 이주노조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이명박 대통령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범죄자라고 생각해 엄청난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이주 노동자 전체에게 공포감을 줘서 통제와 지배를 용이하게 하려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셸 파울로 이주노조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이명박 대통령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범죄자라고 생각해 엄청난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이주 노동자 전체에게 공포감을 줘서 통제와 지배를 용이하게 하려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 단식을 10일째 하고 있다. 건강은 좀 어떤가.
"어제 오늘 굉장히 힘이 없다. 졸리다."


- 단식을 선택한 이유는.
"지금 이주노동자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탄압하는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다.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을 범죄자로 낙인 찍고 있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체포해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 추방도 비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출입국 직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해서 폭력적으로 단속한다.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을 피해 도망가면서 죽거나 다치는 사고들은 우연이 아니다. 출입국 단속 반원의 폭력에 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주노동자를 죽게 만드는 일이 빈번한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범죄자냐. 이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 농성과 항의 단식을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투쟁이다."

- G20 정상회의를 맞아 정부에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G20 정상회의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분류해 단속했다. 5월에 경찰이 특별 단속을 벌였는데 그 기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5월과 6월 2달 동안 3000명 정도가 추방당했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결혼 이주 여성들한테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신고하라는 문자를 보낸 사례도 있다. 신고한 사람에게는 포상금 5만 원을 지급했다. 이건 스파이를 만드는 짓이고, 이주민들 사이에 분열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 집중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심했던 사례가 있다면.
"6월 초에 수원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조사를 기다리던 중국인 노동자를 심하게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수갑으로도 맞고, 가슴과 복부를 발로 차서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 그 중국인 노동자가 단속될 때 저항을 했다는 이유로 출입국 직원이 폭행을 가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6월 초 인천 출입국관리소에서 필리핀 사람 4명이 잡힌 적이 있다. 이후 사장이 체불된 임금을 출입국 쪽 통장에 넣어줬는데 출입국관리소 측에서 벌금을 그 임금에서 공제하겠다는 동의서를 그 4명에게 쓰게 했다. 그 중 한 명은 거부했는데도 출입국에서 벌금을 공제해 국고에 넣어 버렸다.

벌금 공제를 거부한 한 명은 아버지가 너무 아파서 병원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벌금을 못 내겠다고 한 것임에도 무조건 통장에서 돈을 빼간 것이다. 이건은 절도다. 벌금이 강제적인 게 아님에도 이주노동자들에게 강제적으로 벌금을 걷고 있다. 보호소나 출입국 직원들이 벌금을 안내면 세 달 동안 있어야 한다고 협박도 한다.

G20 때문에 집중단속을 벌여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출입국 보호실이나 외국인 보호소에 머물고 있는데 사람이 너무 빽빽하게 많다. 마치 양계장의 닭들처럼 한 곳에 몰아넣고 있다. 보호소 수용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데 제한 인원을 넘겨 수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주민 양성하는 선진국들이 이주 노동자 단속하는 것은 모순"

- 선진국들의 모임이라고 하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며 반인권적으로 이주민을 몰아내는 것 어떻게 보나.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선진국들은 경제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모인다. 그런데 경제를 튼튼히 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을 살펴보면 결국 노동자를 쥐어짜고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일자릴 제공한다는 미명 아래 고용을 창출한다, 부를 나눠 준다 이런 식으로 위장하면서 노동자들을 계속 짜내기만 한다.

실제로 제3세계 나라의 노동자들은 그런 정책 때문에 일자리도 없고 복지도 없고 먹고 살게 없어서 다른 나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강요된 이주를 만들어내 값싼 노동력을 수입하면서 한 쪽으로는 강제 단속하고 노동자들을 추방하는 것은 너무나 모순적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일회용 제품처럼 쓰다가 버려지는 식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싼 노동력을 강제로 이주 시킨 선진국들은 자기들 나라 안에서 본국 노동자들을 더 싼 값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본국 노동자들의 조건을 비교하며 본국 노동자들의 복지나 임금 수준을 끌어내린다. 부당한 경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어떻게 하면 민중들과 노동자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냐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겉으로는 그것을 발전이라고 부른다."

- 한국은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나.
"경제적으로는 빨리 발전했지만 사고나 인식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 바깥으로 보이는 이미지에만 신경 쓰고 실제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여행 와서 관광하는 것은 좋은데 살기 시작하면 다른 문제에 부딪힌다."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
"너무 차별이 많고 사람들이 서로 존중을 안 하고 돈이 없으면 깔본다. 물질적인 가치에만 모든 것이 맞춰져 있다. 정부 정책이나 제도도 인종 차별주적이고 계급 차별적인데 특히 제도화된 인종주의와 인종 차별이 많다. 출입국사무소를 방문하면 부자 나라 사람들이 가면 굉장히 존중해 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가면 반말은 당연하다.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사장한테만 전화해서 얘기 들은 후 그냥 가서 일하라고 한다."

- 한국인들이 이주 노동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나.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또한 노골적이진 않아도 이주 노동자는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니 도와줘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것도 차별이다. 한국인들은 더 높은 사람이고 이주 노동자들은 낮은 사람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동등한 존재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이주노조 다문화 사회의 완벽한 모델이다"

a  명동 향린교회 내부에 마련된 농성장에 G20 정상회의 빌미로 한 집중단속에 항의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명동 향린교회 내부에 마련된 농성장에 G20 정상회의 빌미로 한 집중단속에 항의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 유성호


-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이주노조에서 활동하게 되었나.
"원래는 한국에 와서 돈을 많이 벌 생각뿐이었는데, 한국에 와보니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공장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오기 전과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경험하고 목격하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느꼈다."

- 이주노조가 이주노동자들에겐 어떤 의미인가 또 한국 사회에는 어떤 의미인가.
"이주노조는 이주노동자 스스로의 목소리다. 이주 노동자들의 잠재적인 힘을 대표한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가능하지 않았던 것들을 이주노조가 한국에서 많이 성취해냈다. 이를테면 2003년, 2004년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명동성당에서 투쟁한 것을 들 수 있다. 내국인 노동자와 똑같이 보장되는 보험과 최저임금제 등은 모두 이주 노동자들이 직접 투쟁한 결과다. 이를 통해 다른 나라에도 그런 희망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조는 다문화 사회의 완벽한 모델이다. 이주 노조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의 배경이 어떻든 종교가 어떻든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한다."

- 임기 언제까지인가, 그 때까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임기 내에 정부가 이주노조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이다. 또 이주 노조의 차기 간부들을 육성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들을 범죄자로 생각하는 이명박 대통령"

a  미셸 파울로 이주노조위원장.

미셸 파울로 이주노조위원장. ⓒ 유성호

- 2006년에 한국에 왔다고 들었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를 모두 겪었는데 다른 점은.
"지금은 너무 인종차별적이다. 경제발전은 별로 없고 경제를 하향시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폭도 이전 정부에 비하면 너무 낮다. 현 정부는 나라를 구하는 역할 하지 못하고 무능하다. 이주민 정책도 안 좋게 바뀌었다. 이주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간도 줄이고. 이주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도 줄어들어 노동자들이 미등록이 되게 만들고 있다.

단속과 추방도 엄청 늘었다. 2007년에는 2만 명 정도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단속되었는데 2008년과 2009년에는 3만 명이 넘었다. 그(이명박 대통령)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범죄자라고 생각한다. 단속을 강화해서 이주 노동자 전체에게 공포감을 줘 통제와 지배를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다."

- 향후 농성 계획은 어떻게 되나.
"8월 31일까지 농성을 계획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에 명동성당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8월 22일쯤 이주 노동자 인권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단식 농성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몸 상태를 보고 판단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 한국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이 우리도 똑같은 인간이고 존엄성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 존엄성과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고 여기에 먹고살기 위해 일하러 온 것일 뿐이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괜찮은 사람들이다. 존중이 필요하지 상품이나 동물, 노예, 범죄자로 취급받길 원하지 않는다. 존중 받기만을 바란다." 
#G20 #이주노조 #단식 #이주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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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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