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가 100원일 때뿐 아니라 50원일 때에도 있었는데, 이런 지난 발자국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굳이 이런 일까지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한테는 떠올릴 일이 많으니까요. 초코파이는 1991년 것이고, 가나 밀크리치는 1989년 것입니다.
최종규
비닐봉투를 알뜰히 펴고 접어서 찬장에 건사하는 버릇을 물려받는 가운데, 나중에는 모든 과자붙이 껍데기를 그러모으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건사할 마음은 없었으나, 국민학교 1∼2학년 무렵이 아닌가 싶은데, 한 해가 멀다 하고 물건값이 껑충껑충 뛰니까, 이렇게 뛰는 물건값이 참 끔찍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이렇게 껑충껑충 뛰는 물건값을 아무도 떠올리지 못하겠다 싶어, 제 깜냥껏 과자 껍데기를 모으면 어떻겠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자 껍데기를 그러모은다고 한다면 제가 이 껍데기를 둘 수 있는 곳은 집안입니다. 형하고 함께 쓰는 방구석입니다. 책상서랍에 이 과자 껍데기를 그러모으고 있으면 어머니는 말씀합니다. "개미 꼬인다. 버려." 책상서랍은 안 되겠구나 싶어 책 사이에 꽂아 놓습니다. 한동안 어머니는 당신 아이가 과자 껍데기를 어디에 갈무리해 놓는지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방 청소를 하면서 '어딘가 다르게 뚱뚱해진 책'을 알아봅니다. 왜 책이 뚱뚱해졌는가 하고 펼치면, 책 사이사이에 과자 껍데기가 잘 펴진 채 꽂혀 있습니다. 이때에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책을 탈탈 털어서 책마다 건사해 놓았던 과자 껍데기를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갖다 버리고, 쓰레기통이 다 차면 동네마다 있는 큼직한 쓰레기구덩이에 휙휙 집어던집니다.
이렇게 책 사이사이 건사해 놓던 과자 껍데기가 종잡을 수 없이 사라지면 과자 껍데기 모으는 버릇을 버릴 만하지만, 저는 과자 껍데기 모으는 버릇을 버리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버리면 버릴수록 '예전 과자 껍데기'가 몹씨 안타깝습니다. 어머니한테는 '아이 녀석이 집을 쓰레기 구덩이로 만들 생각인가' 싶어 근심스럽지만, 아이로서는 '이런 과자 껍데기 하나일지라도 내가 살아가는 자취를 담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