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단보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보로 댐수준의 규모를 가진 가동보이다.
김수정
그러나 이제 곧 낙동강 고유의 모습들이 사라져갈 것을 생각하며 마음 한편이 아팠다. 4대강 사업은 정말 무엇을 위한 것이기에 아쉬움도 망설임도 없이 행해지는지 자연스레 묻게 된다. 아니, 뭘 향해 가는 길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단순한 정책적, 사상적 오류가 아닌 후대와 역사에 실질적 영향을 줄 사건이 한 삽 한 삽 진행되고 있다니 누가 내 심장도 한 삽 퍼가는 듯 찌릿해졌다. 강변도로를 달리다가는 강바닥에서 판 모래가 논밭 가득 쌓여있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졸속 처리된 공동묘지라도 보는 듯 했다.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 안타까움. 홍수예방, 물 부족 해결, 관광자원개발, 일자리창출 등 그토록 방대하고 다면적인 명목들은, 있는 그대로 본연의 할 일을 해온 대자연의 황토색 수술 앞에선 그저 허구일 뿐이었다.
유난히 아름다운 금강마을에 들어섰다. 내성천의 굴곡에 폭 쌓인 이 하회마을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몰된다고 한다. 영주댐건설로 인해 차오른 물은 곧 마을 주민들의 집과 푸르른 안정감을 말살시킬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당장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할머니 마음에 주름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갓 스물에 시집와서 60평생 삶의 흔적을 새겨온 곳을 이렇게 초라하게 잃어 가시나. 무례한 속도로 몰아 부친 정부의 '대의'란 참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하다못해 당장의 주거 대책이라도 마련해 주는 인간적 배려조차 없다니.
자연과 이웃을 사랑하자는 것이 그저 순진한 관념일 뿐일까? 왜 명백하고 당연한 도리와 상식은 쉽게 간과되고 마는 걸까. 천경배 신부님 말대로 우린 개발주의적인 사고방식, 그것이 만능인줄 아는 환상과 게으른 사유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당장 4대강 사업은 멈출 수 없어도, 이런 가치관이 걸러져 앞으로의 삶을 이전과 더욱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면 이 기행은 제값을 하고도 남으리라.
'생명과 공동체의 가치를 향해 Back to the future!', 우리는 이것을 배우는 시간 속에 있다.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사람은 아름다움을 꿈꿀 수도, 변질과 파괴를 슬퍼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일부턴 낙동강의 아쉬운 뒷모습만이라도 필사적으로 마음에 담아보려 한다. 기행 이후에도, 졸졸거리는 강물소리와 비릿한 향내, 너그러운 바람까지 다 내 맘에 남아 있어 주도록.
▲금강마을 주민들일제시대때 금광리로 개명된 금강마을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하회마을이다. 곧 들어설 영주댐으로 인해 수몰예정지가 되자 4대강 사업반대와 주거대책마련이 마을의 화두가 되었다. 회관앞에 모인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마음
[둘째날] 2010.07.07 수요일 |
금강마을 회관에서의 아침-심심하고 건강한 비빔밥-본격적으로 강 따라 걷기-원두막(주먹밥+낮잠)-걷고(물수제비뜨기)-또 걷기-수도리한옥마을(투호게임으로 설거지당번 정하기)-민박집주인아주머니가 차려주신 저녁밥상-휴식-레크레이션(밤이 깊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