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비주류 간의 신경전으로 난항 중인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에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당권 예비주자 '빅3'로 꼽히는 '손학규계'다.
그동안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 및 전당대회 '룰' 등에 대해 공개적인 의견 표출을 삼가던 손학규 상임고문 측은 12일, 침묵을 깨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
손학규계로 꼽히는 정장선·이찬열·전혜숙·신학용·김동철 등 현직 의원 12명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쏟아냈다. 손학규계를 배제하다시피한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의 인적 구성이 문제였다. 이들 의원들은 전준위 재구성과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강행 중단을 촉구했다.
전준위 자리 못 챙긴 손학규계, 집단 행동 개시
이들은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과정을 살펴보면 정세균 전 대표를 비롯해서 최고위원회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라는 특단의 기구를 구성했던 근본 취지가 벌써 무색해지고 있다"며 "현재의 전준위 인적 구성으로 민주적 절차로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을지 당원과 국민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임 지도부에서 임의로 구성한 전준위가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제시할 수 있겠나"라며 "이러한 부당함을 시정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현 전준위원장이 이를 철저히 묵살하는 것은 아예 특정 후보는 당 대표로 출마조차 하지 말라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전준위 구성에 대한 손학규계의 반발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손학규계는 전준위 구성이 애초부터 정세균 전 대표와 정동영 상임고문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다고 당내에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들 의원들은 연일 회동을 하고 대응 방안을 고심해 왔다.
무엇보다 전당대회 '룰'을 결정하는 당헌당규분과에 정 전 대표 측(강기정·윤호중·이승천)과 정 고문 측(최규식·김태랑·조성준) 인사가 각각 3명씩 배치되면서 손 고문 쪽 인사가 배제된 것이 문제였다.
당무발전분과위원장으로 내정됐던 김부겸 의원과 총무분과위원장으로 인선된 김영주 전 의원 정도가 손 고문 측 인사로 꼽혔지만 김부겸 의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김부겸 의원을 대신해 이춘석 의원이 들어갔지만 이마저도 손 고문 측의 반발을 샀다. 원래 이춘석 의원은 손 고문 측 몫을 늘리는 차원에서 추가로 전준위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김 의원의 자리를 대체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전준위에 손 고문 측 인사가 적어도 3명은 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주류나 쇄신연대나, 모두 너무해"
손 고문 측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이춘석 의원은 김부겸 의원의 후임이 아니라 손 고문 측에 대한 배려 성격으로 추가 투입될 것으로 합의가 됐는데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주류 쪽이나 쇄신연대나 모두 너무한다, 우리는 점잖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큰 쪽만 이기는 꼴"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상황이 이렇게 가면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고문 측은 이미경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구성에 대해서도 "편파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 비대위는 지난 11일 쇄신연대의 '사무총장 사퇴 및 조강특위 재구성'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이미경 사무총장을 유임하는 대신 사무부총장 3명을 교체하는 절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조강특위는 전당대회 대의원을 구성하는 데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는 조직"이라며 "비대위가 조강특위의 당연직 위원이었던 사무부총장 3인에 대한 인원 교체를 결정했음에도 교체하지 않고 조강특위를 13일 강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전준위 재구성과 조강특위 강행 중단 등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의 공정하고 투명한 전당대회를 염원하는 의원들은 향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치열해지는 자리 싸움...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
이날 '행동'을 개시한 정장선 의원 등 12명의 현직의원들은 일단 "손 고문과 상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전혜숙 의원은 "전준위 명단이 나온 뒤 비대위와 전준위와 여러 차례 접촉하면서 항의했지만 전혀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 이대로 있을 수 없단 생각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당헌당규분과에 저희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다"며 "대의원 선정에 관여하는 조강특위에도 손 고문 측 인사가 적어도 2~3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장선 의원은 "김동철 의원이 인선되면서 당헌당규분과위원장을 주든지, 적어도 당헌당규분과위원으로 한 명을 달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저쪽에선 '왜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냐'고 하지만 우리 측과는 사전에 (전준위 구성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손 고문 측은 아직 전준위에 공석으로 남아 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의 후임 자리로 이춘석 의원을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 측의 한 인사는 "당헌당규분과위원장에 정동영계로 꼽히는 조성준 전 의원이 인선된 이상, 이 의원이 당헌당규분과위원으로 가는 게 맞지 않겠냐"며 "쇄신연대도 8명이나 전준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2010.08.12 15:18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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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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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위 자리 못 챙긴 손학규계, 침묵 끝 행동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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