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말 아저씨가 때려서 출발...불쌍했어"

[해님공주 머루양의 뒤죽박죽 여행 2] 6살 해님공주, 승마에 도전하다

등록 2010.08.16 18:22수정 2010.08.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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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제주를 여행하지만 지금껏 여행 코스랄 게 별 다른 구석이 없었다. 중문관광단지를 둘러 보고 서귀포 구경을 하거나 성산일출봉을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1주일 정도의 여행이 훌쩍 지나기 때문.

하지만 해님공주가 점점 자라면서 뭔가 특별한 여행을 해 주고 싶었다. 이제 제법 기억력이 발달하여 작년에 다녀온 곳들을 줄줄 읊는 수준이 되었으니, 매번 뻔한 곳보다 새로운 체험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제주 여행 전에는 할인권을 찾아 보세요

제주 여행 관광지 할인권

제주 여행을 위해서 비행기 티켓을 구입한 후, 숙소와 관광지 할인권을 미리 예약해 놓는 게 편리하다.

G마켓과 인터파크 등의 대형 사이트 외에도
제주몰(http://www.jejumall.com/)과
제주조이(http://www.jejujoy.com/),
제주오젠(http://www.jejuozen.com/)등의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관광지 할인권은 예약 후 공항에서 현장 구매 가능하며 사용하지 않은 할인권은 수수료를 뗀 후 환불도 가능하다.

그럼 뭐가 색다를까? 제주도 가면 바다야 실컷 구경할 테니, 그건 빼놓고 뭐 좀 재미난 것 없을까 찾던 차에 제주 관광지 입장권을 할인해 판매하는 사이트를 몇 군데 발견했다. 들어가 탐색하다 보니 제주에서는 서커스 공연도 이루어지고 공룡랜드와 같은 곳도 있고 승마도 가능하다.

일단 딸을 컴퓨터 앞에 데리고 와 흥미있는 것들을 물어 보니, 자기는 말도 타보고 싶고 코끼리 쇼도 보고 싶단다. 코끼리가 제주도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를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들었다나. 코끼리가 코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가 무척 신기했나 보다.

할인권을 예약할까 생각했지만 여행 일정이 어떻게 변경될지 몰라 전화를 해 보니, 제주에 가서 전화를 통해 예약하고 할인권을 받아도 된단다. 공항에서 할인권을 픽업하고 그 장소로 이동하면 된다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은 할인권은 제주를 떠날 때 환불도 가능하다니 아주 편리한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계획하고 떠난 제주 여행이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후덥지근한 날씨가 발목을 잡는다. 어디 나돌아 다니기도 귀찮고 결국 우리 가족의 발길은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중간에 잠시 선산을 방문할 일이 있어 제주의 중산간 지방을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마침 눈에 띄는 게 승마장들이다.


제주에서 말을 타면 누구나 애마부인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낳으면 제주로 보낸다는 옛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제주에는 곳곳에 널린 게 말이고 승마장이다. 제주시에서 5·16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골프장 만큼이나 많은 게 목장이다. 제주 목장들은 말과 소를 많이 키우는데 방목하여 키워서 그런지 우유의 맛이나 소의 육질이 뛰어나 인기가 좋다.


제주에 가면 슈퍼나 편의점에서 '제주우유, 한라우유'라고 쓰인 제주도산 우유를 판매하는데, 한번 마셔보면 그 맛에 빠질 정도로 아주 고소하고 담백하다. 사료를 먹인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보다 직접 풀을 먹고 자란 녀석들이 생산한 것이라 그 맛의 차이가 아주 극명하다.

우리는 눈에 띄는 승마장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그 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주차된 차들이 제법 많은 걸 보니 인기 있는 승마장인 듯 싶었다. 말이 열 대 정도 묶여 있고 새끼 말도 돌아다닌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말은 그 존재 자체만으도로 신기한 구경거리다.

a  새끼 말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앙증맞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끼가 더 예쁘긴 하다.

새끼 말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앙증맞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끼가 더 예쁘긴 하다. ⓒ 강지이


a  말들이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머루양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 보고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자연적인 것들은 모두 신기한 대상이다.

말들이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머루양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 보고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자연적인 것들은 모두 신기한 대상이다. ⓒ 강지이


커다란 말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걸 본 아이들은 처음엔 멀리서 구경만 하더니 제법 용기를 내어 다가가 풀을 주기도 하고 말에게 인사를 나눈다. 6살 해님공주는 동화책에서 많이 본 백마를 타고 싶어 했지만, 백마가 성격이 안 좋다는 아저씨들의 얘기에 순한 갈색말을 타기로 결정했다.

처음 타본 말 잔등에서 아이는 겁이 나는지 자세를 웅크린다. 옆에서 안내를 해주는 분이 아이에게 허리를 펴고 손잡이를 잡으라며 자세를 잡아주는데, 제법 '애마부인'의 자세다. 평소 겁이 많은 아이라 울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씩씩하게 말 등 위에 잘 앉아 있는다.

제주의 승마장들은 대부분 안내원들이 말 한 대마다 붙어서 승마하는 사람에게 안전한 코스로 안내를 한다. 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큰 안전사고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비용은 만 오천원부터 긴 코스를 달리는 경우 삼만 오천원까지 다양하고, 할인권을 구입해 방문하면 더 저렴하다.

우리 아이는 가장 짧은 코스인 1킬로미터를 말 타고 산책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아이가 멀리 가 버리자 엄마로서는 괜히 걱정이 되었다. 옥수수밭 너머로 조그만 인형처럼 보이는 아이 모습에 벌써 다 자라서 저렇게 혼자 말도 타고 있네 하는 흐뭇한 마음도 생겼다. 아이와 말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말이 갑자기 멈춰서 있지 않은가! 난 혹시 아이가 울음이라도 터트렸나 불안했다. 엄마와 멀리 떨어져 가버렸는데, 아이가 울면 다시 돌아오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여러 생각이 밀려 왔다. 잠시 동안 아이와 말은 멈춰서 있었고 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이는 우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a  처음엔 엉거주춤하더니 제법 자세가 나온다. 말과 함께 호흡하며 산책하기엔 제주의 자연만큼 뛰어난 곳도 없다.

처음엔 엉거주춤하더니 제법 자세가 나온다. 말과 함께 호흡하며 산책하기엔 제주의 자연만큼 뛰어난 곳도 없다. ⓒ 강지이


a  1키로 완주 후에 들어오는 모습. 3키로의 긴 코스도 있는데 제법 승마라고 불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1키로 완주 후에 들어오는 모습. 3키로의 긴 코스도 있는데 제법 승마라고 불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 강지이


말에서 내려 안내하시는 분의 손을 잡고 당당히 입장하는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발걸음도 무슨 행진을 하는 것처럼 씩씩하다. 우리 가족 모두는 애마부인의 귀환에 환호성을 질렀다.

"해님공주, 안 무서웠어?"
"응. 하나도 안 무서웠어. 말이 너무 착해. 내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니까 얌전히 걸어가더라."
"그런데 왜 중간에 멈춰 있었어? 울었어?"

"아니, 갑자기 말이 멈춰 선 거야. 아저씨랑 내가 계속 어서 가자고 했는데도 안 가더라. 나중에 아저씨가 말을 한 대 때려줘야 출발했는데 너무 불쌍했어. 말 안 때리고 그냥 갔으면 좋았을 텐데 말야…."

말이 한 대 맞는 모습에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는 걸 보니 그 사이 말과 사랑에 빠졌나 보다. 진정한 애마부인이 맞긴 맞다.

제주에 좋은 관광 코스가 많지만, 말을 한 번쯤 타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아이든 어른이든 야생의 자연 속에서 말과 함께 호흡하다 보면, 복잡한 도시의 회색 건물이 지닌 지루함 쯤은 금방 잊히지 않을까?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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