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으로 공사...보고 있으려니 욕나올 정도"

'어지럼증' 등 보인 함안보 농성자 이환문-최수영씨 입원... "곧 이포보 방문할 예정"

등록 2010.08.16 21:25수정 2010.08.1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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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공사하는 거 보고 있는 게 제일 힘들었다. 공사가 안 될 것이라고 봤는데, 공사를 재개한 뒤부터 밤낮으로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욕이 나올 정도였다."

병원에서 만난 낙동강 함안보 공사장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자 이환문(42)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40)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한 말이다. 이들은 16일 오후 창원 파티마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함안보 공사장 출입문 건너편에 있는 천막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뒤 어지러운 증상을 보인다고 하자 박창균 신부(진주환경연합 공동의장)가 주선해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20일간 함안보 공사장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왼쪽)과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은 16일 오후 창원 파티마병원에 입원했다.
20일간 함안보 공사장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왼쪽)과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은 16일 오후 창원 파티마병원에 입원했다.윤성효

이환문·최수영 사무국(처)장은 전체 40m 높이 타워크레인에서 20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뒤 태풍(뎬무)으로 인해 지난 10일 저녁 철수했다. 이들은 곧바로 창원의 한 병원에서 간단한 검진을 받은 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어 지난 13일 풀려났다.

다음은 이환문·최수영 사무국(처)장과 나눈 대화다.

- 오늘 오전까지 괜찮아 보였는데 병원에는 왜 왔는지?
"어지럽다. 머리가 아프기도 한다. 참아 보려고 했는데, 그런 증상을 이야기 했더니 박창균 신부께서 검사를 받아 보자고 해서 입원한 것이다. 내일까지 병원에 있으면서 혈액 검사 등을 받아 본 뒤 의사 소견에 따라 입원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

- 고공농성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공사하는 거 보고 있는 게 제일 힘들었다. 지난 7월 16~17일 사이 집중호우로 참안보 공사장이 침수된 뒤 공사가 중단되었는데, 7월 말부터 물이 빠진 뒤 공사를 재개했다. 처음에는 고공농성을 하고 있으면 공사가 안 될 것이라고 봤는데, 공사재개를 하고 밤낮으로 공사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는 게 제일 힘들었다. 욕이 나올 정도였다."


-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소통이 되지 않다 보니 힘들었다. 통신 두절로 인한 고립감이 컸다. 강 건너(함안쪽)에 누가 와도 알아보지 못한 채 손을 흔들기도 했다. 가족이나 평소 가까이 지내던 얼굴은 알아보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누군지 모르고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그때 휴대전화 통화라도 되었으면 누군지 알았을 것이다. 어렵게 거기까지 찾아와 주셨는데, 누군지 모르고 손만 흔들다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 공사장 철탑에서 700m 가량 떨어져 있는 함안보 홍보관 주차장에서 벌어진 촛불문화제도 보였는지?
"보였다.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촛불문화제가 열렸고,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이 매일 오후 3시경 생명평화미사를 연 뒤 거리행진해 와서 손을 흔들었다. 많은 힘이 되었다. 우리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질감을 확인했다고나 할까.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고맙다."


- 한강 이포보 공사장에서는 아직 고공농성이 계속되고 있는데, 언제쯤 갈 것인이지?
"구체적으로 일정을 잡지는 않았는데, 이번 주 안에는 가볼 예정이다. '4대강사업 중단'과 '국민 여론수렴기구 구성' '국회 검증특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보니 실제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어떻게 보면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게 있을 것이다."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함안보 공사장 철탑에서 20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뒤 10일 저녁 태풍으로 철수한 뒤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함안보 공사장 철탑에서 20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뒤 10일 저녁 태풍으로 철수한 뒤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김용만

-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을 위해 태양열 발전기(충전기)를 갖고 가다 경찰에 빼앗겼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제일 후회스럽고, 아쉬운 부분이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제일 중요했던 물품이었다. 7월 22일 아침 물건들을 한꺼번에 가장 높은 곳까지 올리지 못했다. 중간에 올려놓고 다시 올리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가물막이 구조물에서 보트를 타고 철탑까지 들어가서 올라갔는데, 태양열 발전기를 상자에 담아 옮기는 과정에서 상자가 물에 젖었다. 태양열 발전기를 맨 먼저 올렸어야 했는데, 나중에 올리다보니 경찰이 철탑 중간까지 올라오다보니 그 물품을 미처 올리지 못하고 경찰에 빼앗겼던 것이다. 그것을 갖고 올라갔더라면 소통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철탑 위에 있으면서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은?
"수박이 제일 먹고 싶었다. 경찰이 철탑 아래 가물막이 구조물 위에서 수박을 먹고 있었다. 우리가 보는 데서 먹고 있었는데, 일부러 그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창녕경찰서장이 공사 관계자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사실을 철탑 위에서 피켓에 글을 써서 알렸는데,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철탑 위에 있는데 경찰서장이 공사 관계자로부터 돈봉투를 받아 계장한테 주는 상황을 목격했다. 처음에는 격려금인줄 알았는데, 투명하게 처리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경찰은 공권력인데, 공사 관계자로부터 돈봉투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휴대전화 통화가 됐으면 낙동강국민연대에 알렸을 것인데, 그 당시에서는 배터리가 없어 통화가 안 됐다.

외부에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피켓에 글을 써 놓으면 망원경으로 보고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피켓을 들고 서 있었는데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 데 그날 오전 골재원노동조합이 모터보트를 타고 수상시위를 벌인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상황이 있는 줄 몰랐다. 그 모터보트에 취재기자들이 타고 함안보 공사장 가까이 왔는데, 취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을 했다."

- 철수한 뒤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메시지가 많이 와 있었을 것 같은데?
"격려하거나 건강을 걱정하는 내용이 많았다. 우리가 못하는 일을 대신해서 미안하다는 문자도 있었다. 우리의 요구를 정부가 잘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는 내용도 있었다. '힘내세요'라는 문자가 제일 많았다"(이환문).

최수영 사무처장의 휴대전화는 경찰에 압수된 상태다. 경찰은 고공농성자에 대해 업무방해와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면서 관련 물품을 압수한 것이다.

- 함안보 공사를 맡은 지에스(GS)건설과 하도급업체인 (주)정원종합건설 측에서 '퇴거명령'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응하지 않으면 하루 2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다가 뒤에는 하루 100만원(1인당)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처음에 2000만원 지급 요구를 받은 뒤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조직이 거덜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공사업체 측에서 낸 자료를 보고 놀랐다. 타워크레인 임대계약서를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그 임대계약서를 보니, 임대기간은 24개월이고 전체 임대금액은 210억원이었다. 그 속에는 인건비가 80억원 정도였다. 전체 금액에서 단순 계산해서 하루 피해금액을 산정했던 것 같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그 임대계약서는 전자입찰문서였다. 타워크레인 인부들은 4명이 2인1조로 일을 하고 있었다. 임금 등을 추산해 보니 전체 임대금액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에는 국민 혈세 낭비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 용변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타워크레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종이 양변기'가 있다. 시중에서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인터넷으로 신청하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갖고 가지 못했다. 생리현상은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적게 배설하자는 생각뿐이었다. 20일 기간 동안 4~6회 정도 대변을 보았던 것 같다. 종이에 모아 말렸다. 소변은 비닐봉지에 담았다. 경험에서 터득한 것인데 '고공농성 매뉴얼'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함안보 #고공농성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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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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