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대 현실을 고발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에이앤디 픽쳐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면제자이기 때문에 군 문제를 판단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의 안보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반드시 유격 훈련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겠지만 만일 복무기간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가는 국민의 복지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고 군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군인 또한 국민이다. 하지 않아도 될 복무기간 연장은 국민의 복지를 분명히 해치는 일이다.
나는 복무기간 연장이 별다른 고민 없이 국민에게 안보의 부담을 떠넘기는 방안이 아닌지 의심한다. 참여정부 시절 복무기간을 단축한 전제조건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북한의 위협이 감소하고 있는 것, 둘째는 복무기간을 줄여도 다양한 방법으로 병역자원 수급이 가능한 것이다. 복무기간을 다시 24개월로 연장하자는 주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 같은 전제조건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나온다.
우선 북한과는 이명박 정부가 공격적이고 단절적인 대북정책을 강행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특히 여러 해명되지 않은 의문점을 안고서 천안함 사건의 배후를 북한으로 지목한 것은 결정적인 남북관계 냉각을 불렀다. 아직도 북한은 배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진전됐던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3년 만에 위태롭다.
다음으로 병역자원 부족은 저출산 사회구조가 심화되는 이상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는 복무기간 연장 같은 단기적 방안으로는 막지 못할 문제다. 장기적으로 직업군인 위주의 군대 개편과 군 현대화, 무기 첨단화를 통한 전력 강화를 고려해보아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에 정부의 노력이 충분했는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가 위의 두 가지 문제를 모두 복무기간 연장이라는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반발하는 이들의 억울함도 정당한 것이다. 나처럼 늑장을 부리다 입대해서 막 이등병이 되었다는 친구는 뉴스에서 소식을 접하고 초조해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의 불안을 달랬지만 좀체 안심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마지막에 그는 농담처럼 말했다.
"아,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아. 연장하면 나 탈영할 거야."웃어넘기긴 했지만 내심 그 친구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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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아, 연장하면 탈영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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