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권우성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공존과 평화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통일세를 제안한 데 대해 각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17일 "당장 국민에게 과세할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통일과 관련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지, 지금 당장 국민에게 과세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청와대 측은 "통일세를 당장 거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준비할지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들어보려고 큰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한다. 즉흥적인 통일세 제안이 여론의 반발을 사자 발을 빼는 모습이 역력했다.
MB식 통일세 밀이붙이기, 여론 반발에 발 빼기이 대통령은 그동안 오해다, 와전됐다.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식으로 말을 뒤집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통일세 논란과 관련해 이제는 '국민들 의견을 들어보려고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발을 빼고 있다. 만일 실현되게 된다면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될 통일세를, 광복절 기념식에 맞춰, 갑자기 평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공존과 평화통일'을 부르짖으면서, 단지 "국민들 의견을 들어보려고" 던졌다는 말인가?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사실 논리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사람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큰 고통이 따른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과 공존과 평화통일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북을 긴장관계로 몰아가고 몇 달 전까지 전쟁기념관에서 '전쟁불사'를 외쳤던 것을 생각하면 이 대통령의 표변은 황당 그 자체다.
최소한의 논리적 체계와 큰 그림을 가진 지도자라면 스스로 자신의 발언이 아귀가 맞지 않으면 부끄러워해야 할 텐데, 이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가 보기에는 부끄러워할 만한 판단력이 없거나 아니면 상황에 따라 말 바꾸는 것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 경우 흔히 전자를 바보라 하고, 후자는 사기꾼이라 한다.
통일세를 제안하는 방식도 이 대통령이 그동안 늘 말로는 '소통'을 부르짖으면서도 실제로는 얼마나 일방통행식 권위주의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남북정상회담처럼 보안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국민들의 막대한 부담이 되는 통일세 문제를 사회적으로 진지한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독단적 전횡에 가깝다. 그것을 뒤늦게 '화두로 던진 것'이라고 얼버무려도 그렇게 순진하게 이해할 사람은 드물다.
이 대통령의 통일세 관련 발언은 그동안 자신이 해온 언행을 스스로 무수히 부인해온 것의 또 다른 사례이기도 하다. 국제중과 자율형 사립고 확대 등 사교육 부추기는 교육정책을 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사교육을 줄이자는 캠페인성 정책을 돈 들여서 지출하고, 서민 주거난 해소하겠다면서도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미분양 물량 매입과 각종 토건 부양책 등을 실시하고 있다.
결국 무수한 정책들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수많은 재원과 행정력을 낭비하면서도 정책효과는 없거나 오히려 사태를 복잡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이 정부가 겉으로 내세우는 것과는 정반대의 목표를 속내로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적어도 정권의 속내는 말보다는 정책을 뜯어봐야 하는데, 현 정부가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무수한 반서민 정책을 펴면서도 말로는 친서민을 외치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즉,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말과는 달리 '반서민 정책' 기조라는 것이다.
현정부 대북·조세 정책과 통일세는 엇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