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모임' 에 처음 나온 남편들.
오후 5시가 되자 다문화가정 가장들이 가족을 데리고 강당을 가득 메웠다. 필리핀 배우자 가정 6가구, 베트남 배우자 가정 3가구, 우즈베키스탄 배우자 가정 2가구, 중국 배우자 가정 1가구 등 총 14 가구와 관계자 60여 명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더운 날씨에 비좁은 공간 이지만 그 누구도 불평 없이 밝게 웃으며 식사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 7월 31일, 배화여대가 주최한 '다문화가정 초청 행사'가 마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2층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다문화 가정'의 남편들이었다. "가장으로 부인과 가족에게 얼마나 잘하는가" 가 이날의 주제로 성격상 '남성 배우자 커뮤니티 모임' 인 셈이다.
이들 부부들은 서로를 얼마나 잘 아는지 알아보는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 맞추기' 게임도 하는 등 정겨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배화여대가 장영현 교수(컴퓨터정보학과)가 다문화가정 가장을 중심으로 친밀감을 쌓도록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처음 열린 행사다. 그동안 장 교수가 학생들을 투입해 봉사활동 하던 것에서 나아가 가족들의 친밀감을 더욱 확보하는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장 교수는 "부인들에 비해 가장들은 생업으로 바쁘거나 사정상 행사에 나오기가 쉽지않다. 그런 그들을 설득해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까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오래 전부터 다문화가정 봉사에 뛰어들어 활동해 오고 있다. 요즘도 지하방이나 다름없는 마포의 베트남 가정에 열 일을 제치고 한 주에 한번씩 가서 아이들의 수학 공부를 도울 정도로 누구보다도 열의가 대단하다.
"'너무 슬픈 얘기' 다시는 그런 비극이 없었으면...."
선물은 장 교수측이 이마트에서 장을 본 것으로 준비했다. 다문화가정 부부들에게 나눠줄 식품류와 이들 자녀들에게 나눠줄 학용품도 준비했다. 기자도 행사가 있기 전 장 교수와 만나 아이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고르는 데 기꺼이 동참했다.
택시에 선물을 싣고 행사장에 가는 도중 '베트남 배우자 사망'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지금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택시에는 장 교수와 다른 연구원도 탔는데 모두가 "그럴수록 다문화 가정을 더 다독이고 이 사회가 한 가족이 되도록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행사가 열린 마포구 다문화가족지원 센터는 서울의 25개 지원센터 중 한 곳이다. 이곳은 홀트아동복지센터로 알려졌던 곳으로 최근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추가되어 운영범위를 더욱 넓히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홍우정 센터장은 "이곳에서는 그동안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맞벌이 가정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는 데 주력했다" 면서 "개별적으로 이들을 상담하면서 만났는 데 이렇게 다문화가족들이 한 자리에 많이 모이기는 처음이다. 친밀감을 쌓으며 즐거워 하는 모습들을 보니 너무 흐뭇하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배화여대 장 교수는 홍 센터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다문화가정 가장들의 의견을 모아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데, 안착하는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면서 "기회가 되면 마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협력해 다문화가정 지원 행사를 지속해 보고 싶다 "는 바람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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