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개정교육과정은 2004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2006년 8월에 수학과 영어를 먼서 개정하고 2007년 2월에 총론과 나머지 교과교육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세계속의 인재를 기르고 7차교육과정보다 학습부담을 줄인다고 하였는데, 교과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신은희
그래도 전국 아이들이 쓸 교과서라는 점 때문에 힘들어도 책이 완성될 때까지 애를 쓴다는 교사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바로 교육과정 자체다. 국어를 예로 들면 1, 2학년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한글기초교육은 거의 안들어 있고, 아이들 발달단계보다 요구수준이 너무 높아 아무리 책을 쉽게 쓰려고 해도 이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교육과정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심의를 통과할 수가 없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할 내용과 활동을 제시한 일종의 설계도인데,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과 학생들이 배울 교과내용이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교육과정도 중등 연구진(주로 대학교수)이 거의 결정하거나 중등체계에 맞춰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수준부터 공부할 내용을 차근차근 설계하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 내용을 미리 결정하고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1, 2학년이 배울 내용이 아이들 수준보다 훨씬 어려워지고, 양도 많아져 결국 학부모 숙제로나 해결될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책에는 분명 1시간 분량인데 실제 제대로 하려면 2~3시간으로도 부족한 내용도 많이 있다.
나는 2007 개정교육과정이 개정되던 시기에 교육과정심의회위원으로 심의회에 3~4차례 참여했다. 사전에 여러 선생님들과 분석해 보니 7차교육과정보다 교과내용이 더 어려워 아이들 발달단계에 맞춰 달라는 건의서를 계속 냈다. 교과서를 만들 때 참고할 내용에 대한 제안서도 여러 경로로 전달했다(첨부파일 참조). 하지만 교과부는 이미 만들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 교사가 재량껏 가르치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 교사들이 책을 쓰면서 낱말 몇 개, 삽화나 제시되는 활동을 조금 바꾸는 걸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단원실명제 운운하며 초등 교사들이 썼다고 책임을 떠넘긴다.
교과서를 쓸 때에는 교과 내용 말고도 학년 수준에 맞춰 구체어나 추상어의 비율, 어휘 수, 학생들의 경험 수준이나 능력, 다른 교과와의 연관성에 대한 기본 자료가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이 만들어진 지 50년이 넘었고, 8번째 바뀌었는데 축적된 연구 자료도 없다. 이러니 1학년 교과서에 이해할 수 없는 낱말이 나오고, 학습목표가 무슨 대학논문 제목 같은 것도 많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연구자나 교사가 와도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한두 달 만에 쓰고 검토 과정도 부실2007개정교과서는 국정교과서지만 공모제로 진행돼 책을 쓸 기관이나 학회를 선정했다. 같은 교과라도 해도 학년별로 개발진이 달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보통 2개 학년씩 공모를 하기 때문이다. 영어와 5, 6학년 체육, 음악, 미술, 실과는 검정교과서제가 도입되었다. 국정 교과서 개발 기간은 매우 짧다. 선정되면 1, 2학년 1학기 교과서는 1~2개월에 실험본 교과서를 쓰고 3개월부터는 삽화 발주, 4개월째는 교사용 지도서를 끝내야 한다.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 |
①교과용도서 편찬기본계획 수립 → ②편찬 지침, 집필 지침 확정 → ③연구개발기관 공모 및 선정 위탁 → ④편찬심의위원 위촉 → ⑤편찬방향·집필세목 작성→ ⑥수정·보완 →⑦원고본 집필(교과서) →⑧수정·보완 →⑨개고본 집필(교과서) →⑩수정·보완 →⑪실험학교연구(초등) 및 현장검토(중등) →⑫수정·보완 → ⑬생산·공급 → ⑭적용
* 2007개정교과서는 공모에서 선정, 집필과 심의, 실험학교 검토까지 1년 6개월이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학년이나 교과에 따라 기간이 조금 더 짧거나 길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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