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이 있다면, 여기 같지 않을까?

호성신학교 동기회 가족들과 함께 보낸 1박2일 여행

등록 2010.08.19 17:30수정 2010.08.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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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토회 동기가족들 사진이에요
옥토회 동기가족들 사진이에요김호용
옥토회 동기가족들 사진이에요 ⓒ 김호용

 

지난 16일, 비는 억수로 퍼부었다. 대야댐은 엄청난 물을 방류하고 있었다. 내 생각으론 충주 댐에 버금가는 물이었다. 근처 늪지대는 이미 물바다를 이루었다. 여행객들은 포근하게 잠겨 있는 대야저수지를 바라봤다. 그곳에서 짧은 쉼을 뒤로한 채 우리 일행은 대야 무릉도원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드디어 대야 수목원 푯말이 보였다. 그곳에서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목적지 나무 푯말이 눈에 띄었다. 무릉도원 펜션, 얼마나 찾아 해매이던 곳이었나. 산 중턱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그래도 오리무중이었다. 멀리 더 멀리, 그곳은 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었다. 군대 운전병으로 훈련받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도 운전대를 잡고 하늘만 쳐다보며 목적지를 찾아가지 않았던가.

 

무릉도원 풀장 둘째날 아침 사진 같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물에 풍덩풍덩 빠졌다.
무릉도원 풀장둘째날 아침 사진 같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물에 풍덩풍덩 빠졌다.김호용
▲ 무릉도원 풀장 둘째날 아침 사진 같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물에 풍덩풍덩 빠졌다. ⓒ 김호용

 

해발 400m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무릉도원 펜션은 그렇게 해서 우리들에게 안겼다. 호성신학교 14회 동기 옥토회 가족 모임을 하게 된 장소였다. 가는 길이 빗속이라 벌써부터 젖어 있었고, 자연폭포수는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렸다. 간간이 빗줄기가 약해질 무렵엔 돌담 틈 사이로 거니는 다람쥐도 보였다.

 

그날 저녁엔 그곳 특별요리를 먹었다. 토종닭찜요리. 그곳에서 기른 닭들이라 그런지 입에 착 달라 붙었다. 기름기도 많지 않았다. 내 옆에 앉아서 야금야금 받아먹던 딸아이는 뼈도 곧잘 발라가며 먹었다. 신학교 시절, 말 좀 하고 먹으라는 핀잔을 듣던 나였다. 헌데 그곳에서는 그런 눈치를 전혀 주지 않았다. 아마도 딸 아이 앞에서 내 체면을 살려줄 요량인 듯했다.

 

 저 위쪽으로 세 단계를 올라가면 최상의 폭포수가 나오죠. 그곳에서 폭포수를 맞으면 모든 통증이 사라질 거예요.
저 위쪽으로 세 단계를 올라가면 최상의 폭포수가 나오죠. 그곳에서 폭포수를 맞으면 모든 통증이 사라질 거예요.김호용
저 위쪽으로 세 단계를 올라가면 최상의 폭포수가 나오죠. 그곳에서 폭포수를 맞으면 모든 통증이 사라질 거예요. ⓒ 김호용

 

이어 시작된 세미나 시간. 우리 일행에게 강연을 해준 분은 한기창 목사님이었다. 우리들의 선배이자 예전 한국이웃사랑회 대표였다. 요즘은 '시니어베스트클럽'으로 한창 바쁘다고 했다. 세미나 중심 골자는 그것이었다. 2030년이 지나면 앞으로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천만에 육박한다는 것. 그분들에게 제2의 활력을 제공하는 게 그 분이 준비하고 있는 과제란다.

 

그를 위해 지식경제부의 후원도 받고, 빌게이츠의 후원도 받을 생각이란다. 뭐랄까? 그야말로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꿈이 그만큼 크고 원대한 분이었다. 더욱이 그 분에겐 남이 보지 못하는 세미한 감수성이 있었다. '떨어진 꽃잎에서도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는 게 그분의 감수성이다.

 

 해물탕집에서 돈가스를 먹고 있는 아이들, 그게 더 좋은가 봐요.
해물탕집에서 돈가스를 먹고 있는 아이들, 그게 더 좋은가 봐요.김호용
해물탕집에서 돈가스를 먹고 있는 아이들, 그게 더 좋은가 봐요. ⓒ 김호용

 

2시간 가량 세미나가 진행됐다. 그때 막 손을 들고 질문을 던지려 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서울에 있는 아내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 딸아이 민주가 수영을 했는지, 감기엔 걸리지 않았는지, 다들 잘 지내고 있는 등, 안부를 물었다. 문 밖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틈에 그 모든 세미나가 끝나고 기도로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질문하려는 건 다른 게 아니었다. 시니어베스트클럽에 가입 조건으로 5천만 원에서 1억 원의 돈을 기부하도록 한다는데, 만약 그런 여유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 통일세도 실은 복지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 한다면, 지식경제부는 그런 베스트클럽 지원에 생색을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정말로 힘없는 노인들을 더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질문이었지만 모두 내 생각으로만 그쳤다.

 

무릉도원 펜션 앞에서 광일 형님네 가족들 모습이죠.
무릉도원 펜션 앞에서광일 형님네 가족들 모습이죠. 김호용
▲ 무릉도원 펜션 앞에서 광일 형님네 가족들 모습이죠. ⓒ 김호용

 

1박 2일은 너무 짧은 여행길일까? 둘째날 아침을 먹고 족구 시합을 했다. 남쪽에서 올라 온 또 다른 목회자 일행과 겨룬 시합이었다. 놀랍게도 우리 일행이 2대 0으로 이겼다. 덕분에 폴라포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돌릴 수 있었다.

 

그 시합이 끝나자마자 몇몇 사람들은 폭포수로 달려들었다. 웃통을 훌러덩 벗고 반바지 바람으로 물 속에 뛰어든 것이다. 그곳 무릉도원이 진짜로 좋은 이유는 일반 목욕탕에서 쏟아지는 폭포수가 천연 자연 폭포수라는 데 있다. 제일 위쪽에 있는 폭포수가 가장 길고 쎈데 그곳은 이미 우리에게 패배한 팀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 아래쪽 폭포수에 몸을 맡겼는데, 그 또한 뼈속까지 시원하게 해 주었다. 어깨가 결린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곳이 그곳이었다.

 

 나와 민주랑 함께 찍은 사진이에요.
나와 민주랑 함께 찍은 사진이에요.김호용
나와 민주랑 함께 찍은 사진이에요. ⓒ 김호용

 

이어 우리 일행들은 무릉도원 펜션 앞에서 온 가족과 또 식구들끼리 한 컷 씩 기념 사진을 남겼고, 그 아래 대야수목원으로 향했다. 그곳은 수림경관뿐만 희귀식물도 관리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6.3km에 달하는 삼림욕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다른 곳과 달리 사계절 수목원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이어 전주로 나와 전주비전대학 앞에 있는 해물탕 집에서 해물요리를 다함께 먹고, 전주빙상경기장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몇몇 팀들을 뒤로 한 채, 나와 딸아이는 서울로 올라왔다. 집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오후 9시가 넘었다. 모처럼 시원한 여름 소풍을 즐긴 것 같았다. 모두가 잘 쉴 수 있도록 배려 해 준 동기 목사들과 사모님들 덕분이었다.

 

용휘네 가족 모습 무릉도원 앞에서 찍은 용휘네 가족 사진 모습이죠. 이번에 넷째를 낳았다죠. 그래서 5개월 된 아이까지 데리고 왔죠.
용휘네 가족 모습무릉도원 앞에서 찍은 용휘네 가족 사진 모습이죠. 이번에 넷째를 낳았다죠. 그래서 5개월 된 아이까지 데리고 왔죠. 김호용
▲ 용휘네 가족 모습 무릉도원 앞에서 찍은 용휘네 가족 사진 모습이죠. 이번에 넷째를 낳았다죠. 그래서 5개월 된 아이까지 데리고 왔죠. ⓒ 김호용

 

무릉도원, 앞으로 그곳이 시니어베스트클럽을 위한 최적의 장소가 될지 모르겠다. 산 정상 위로 정상에 선 어른들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도원이 될지 모르겠다. 다만 그곳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시니어들도 함께 모여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이번 여행길에 얻는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머잖아 우리들에게도 닥쳐올 일이기 때문이다.

2010.08.19 17:30ⓒ 2010 OhmyNews
#무릉도원 #시니어베스트클럽 #호성신학교 동기 #옥토회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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