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실 TV, 언제까지 돈 내고 봐야 하나요?

병원마다 편의시설 천차만별... 환자주차료까지 징수

등록 2010.08.22 20:07수정 2010.08.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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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며칠 전 어머니가 입원한 전남지역의 한 병원에 병문안을 갔다가 진풍경을 목격했다. 병실의 TV 앞에 수북이 놓인 동전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과연 이 동전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A씨가 이 동전들의 정체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A씨의 어머니는 "주머니에 있는 동전 좀 내놓고 가그라. 저녁이면 다들 드라마 볼라고 하는디, 테레비가 돈을 잡아먹는 거라 돈도 안내고 테레비 보믄 눈치가 보여서…. 쯧쯧, 아픈 게 죄지!"

a  이 병원은 한 장애인단체와 임대계약을 맺어 전 병실에 유료 TV를 설치해 30분에 100원, 1시간에 200원의 이용요금을 받고 있었다.

이 병원은 한 장애인단체와 임대계약을 맺어 전 병실에 유료 TV를 설치해 30분에 100원, 1시간에 200원의 이용요금을 받고 있었다. ⓒ 김학용


병실에 TV가 있어도 동전을 넣어야 작동을 하기에 하루에 들어가는 동전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이 병실의 6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병문안을 오는 손님들에게 '동전구걸'을 하는 일은 예사. 이 병실은 언제부터인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동전을 살며시 TV앞에 올려놓고 가는것이 '병문안 센스'가 되고 말았다.

실제로 이 병원은 전남지역의 한 장애인단체와 임대계약을 맺어 전체 100여 개 병실 중 특실을 제외한 전 병실에 유료 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었다. 병실의 유료 TV는 동전함과 타이머가 연결되어 환자들이 TV를 보기 위해 30분에 100원, 1시간에 200원의 이용요금을 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병동의 간호사는 "10여 년 전부터 장애인단체에서 TV 동전함을 설치했고, 그 수익금을 장애인에게 사용한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애인단체가 전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병원이 남기는 이익은 없다"고 해명했다. 병실에서 TV의 존재는 '무료함을 달래주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TV까지 돈을 주고 보는 현실은 그 어떤 해명으로도 납득하기 힘들다.

a  병실에 설치된 유료TV에 붙어있는 '사용설명서'

병실에 설치된 유료TV에 붙어있는 '사용설명서' ⓒ 김학용


무제한 TV를 볼 수 있는 병실이 있긴 하지만, 그건 1인실(특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아직도 일부 병원은 다인실의 경우 함께 입원한 환자들끼리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서로 취향이 달라 자신이 보고 싶은 특정 프로그램을 보기도 힘들거니와 서로 요금부담에 따른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니 그야말로 '아픈 게 죄'인가?

장애인단체의 수익금 일부가 병원에 전달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TV수신료나 제대로 내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TV수신료는 TV를 소지한 개인, 단체 또는 법인에게 부과된다. 부과금액은 TV 고지대수당 2500원이며, 가정용이 아닌 사무실, 영업소 등의 TV는 소지(보유) 대수에 의거 수신료를 징수한다. 보유대수×2500원.)


이외에도 진료와 의료서비스의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자와 그 가족들의 요양 환경을 외면하는 처사들을 열거해본다.

[사례 1] 전자레인지도 돈 내고 써라?


한 병원의 배선실. 환자와 보호자들의 다용도실로 이용되고 있는 이곳은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환자들의 식사준비를 위해 보호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곳도 유료시설의 예외는 아니다. 병실TV와 마찬가지로, 보호자들이 간단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이곳에 설치된 전자레인지나 인덕션 레인지(전기렌지)도 여전히 유료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많다. 100원 동전을 넣으면 3~5분만 가동된다. 착실하게도 주변에는 동전교환기까지 설치되어 있다.

[사례 2] 끼니마다 개인별로 수저 관리해라?

아직도 일부 병원의 경우, 환자의 수저를 개인이 가져오거나 구내 매점에서 구입해야 한다. 식사 때마다 개인 수저로 식사를 해야 하며, 환자나 보호자가 화장실에 가서 씻어다 놓는다. 식사가 끝나면 수저를 씻으러 화장실로 향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병원의 특성상 '개인위생'을 생각하자면 감수할 일이겠지만, 수저 때문이라도 거동이 불편한 환자 옆을 떠나지 못하는 보호자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례 3] 입원환자도 주차료 징수

서울시내 일부 대형 의료기관의 경우 외래환자뿐만 아니라 입원환자들에게 까지 주차비를 부과하고 있다. 외래환자의 경우 입차후 지정시간(30분~2시간) 이내에만 무료로 주차장을 이용하고, 무료 이용시간 이후에는 주차료를 징수하는 것은 대부분 관행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입원환자의 경우에도 1일단위로 가산하여 징수하고 있어 장기간 주차를 해야 하는 지방 환자들은 '이중고'를 토로한다. "인근의 아파트와 회사 차량의 무분별한 주차를 막고 정작 주차가 필요한 병원 이용객들의 주차공간 마련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병원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차비로 장사 하느냐"는 환자들의 원성은 높기만 하다.

[사례 4] 일부 지역병원은 병실 내에 무선인터넷도 설치 안돼

"저기요, 여기 OO호실인데요, 노트북 좀 빌리려고 하는데 지금 가져다 주실 수 있죠?"

어린이나 비교적 젊은 환자들이 입원한 병실의 경우, 노트북은 필수다. 아이들의 병원생활을 한 번이라도 함께 해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가리라. 아이들의 답답한 심정을…. 다인실의 경우 TV의 채널선택권도 없고 침대위에서 굴러다니는 것도 지긋지긋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병원 내의 '노트북 대여 서비스'. 노트북 하나로 위안을 삼고, 영화도 보고, 웹서핑도 하고, 병원 입원준비물에 노트북은 언제부터인가 필수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일부 병원은 병실 내에 무선인터넷이 제공되지 않는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수없이 병원 복도에 있는 공중 인터넷PC를 이용해야만 한다. 복도에 방치된 PC들은 소독이나 청소를 한번이라도 하기는 했는지 키보드와 마우스는 묵은 때가 가득하다. 이 역시 유료다. (100원에 5분) 물론, 병원 측의 사정도 있겠지만,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 무선인터넷 제공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니리라. 언제까지 무선인터넷이 제공되는지 사전에 확인하고 입원해야 하는가?

a  입원실 곳곳에 붙은 노트북대여 광고스티커. 병동 이곳저곳에 설치된 유료PC들과 불결한 이용환경

입원실 곳곳에 붙은 노트북대여 광고스티커. 병동 이곳저곳에 설치된 유료PC들과 불결한 이용환경 ⓒ 김학용


최근 병원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병원들이 제공한다는 의료서비스에 정작 환자들에 대한 '배려'는 쏙 빠져 있다. 건강관리와 진료서비스를 넘어 환자의 '마음'까지도 움직이는 게 진정한 의료서비스는 아닐까?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차원에서 병원이 직접 무료로 모든 병실에 TV를 제공하고 싶어도, 경영여건 등으로 그리 쉽지만은 않은 현실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과감한 '용단'을 내리기를 감히 기대한다. 전체적으로 바꾸기 힘들면 조금씩 순차적으로 개선하라.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줄일 수 있는 원동력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원들이여,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었는가? 아무리 경영이 어려워도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지 말라고 했지 않았던가?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의 위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 '히포크라테스 선서'
#병실TV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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