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은 자연친화적인 제주관광의 성공 사례이다.
조경국
얼마 전 저희 연구소포럼의 제주도 공부방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에는 날씨가 잔뜩 흐려 있었으나 제주에 도착하니 비교적 맑은 날씨였습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니 대부분 사람들이 택시 승강장으로 가지 않고 주차장으로 몰려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주차장에서 렌터카나 호텔 등 숙박업소의 승합차나 버스를 이용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택시승강장에는 휴가철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빈 택시들이 죽 늘어서 있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오면서 왜 사람들이 택시를 타지 않는지를 기사분께 여쭈어 보았더니 대부분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렌터카를 이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들은 여름 성수기철에 렌터카를 제주도에 대거 투입하고 성수기가 끝나면 다시 육지로 가져 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전에 제주를 방문했을 때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관광도시 제주의 고민잘 알다시피 제주도는 인구 56만 명 정도의 섬으로 천혜의 자연경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제주의 주력산업은 관광산업과 수산업입니다.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제주지역 전체 산업생산의 1/3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문을 비롯한 6개 관광단지에 17개 관광지 그리고 현재 개발중에 있는 사업이 레저스포츠를 중심으로 10개에 이르며 개발예정인 사업도 7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주도를 방문한 방문자수는 2008년 기준으로 내국인이 530만 명, 외국인이 54만 명 가량 됩니다. 그리고 관광수입은 2.3조 원 가량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내외국인 합하여 650만 명 가량이 방문했으며 관광수입은 2.8조 원 가량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광수입의 3/4은 내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하며 1/4 정도가 외국인 관광객에 의한 것입니다. 또 주요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과 중국이 가장 많은 가운데 대만과 홍콩을 포함하여 이들 4개국이 전체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 한 사람당 평균지출액은 43만 원 정도로 계산됩니다. 그런데 관광객수는 제주 주민의 10배를 넘고 있습니다. 이로부터 관광산업에서 발생하는 제주주민 한 사람의 연평균 수입은 430만 원이 되는 셈입니다. 3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1290만 원이 되는 셈입니다. 3인가족의 평균 연수입을 연 4000만 원으로 가정하면 2700만 원 가량을 추가로 더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관광객을 늘리든지 관광객 1인당 지출을 늘리든지 아니면 관광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에서 수입을 늘리든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국인의 제주도 방문자수는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외국인 관광객수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국인의 원화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주는 대신 제주도 방문이 늘어난 반면, 외국인은 2008년에 정체를 보였습니다. 2009년에는 원화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범중화권 관광객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부터 제주도 관광산업은 원화 환율에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는 다른 국제적인 관광 휴양섬이나 도시와는 달리 취약점이 있습니다. 하와이나 괌, 오키나와, 홍콩, 싱가폴, 두바이 등은 모두 연중 기온이 상온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제주도는 주로 여름 한철이 성수기인 제약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람이 많고 추운 겨울철 비수기에는 가동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홋카이도가 훌륭한 관광지이지만 역시 여름 한철이 성수기이라고 할 수 있으며,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그나마 얼음축제 등 이벤트라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그렇지 못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제주도 관광산업 활성화에 커다란 제약이자 장애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계절적 제약 요인 때문에 제주도가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는 개발사업의 수익성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름 한 철에 관광수입의 대부분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관광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도는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에 제주도개발특별법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으로 바꾸어 2011년까지 10개년 개발계획을 수립하여 2단계로 나누어 개발사업을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를 포용하는 국제교류도시, 일류를 지향하는 문화관광도시, 미래를 창출하는 지식기반도시, 경제를 선도하는 청정산업도시, 사람을 존중하는 복지중심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녹색정주도시, 자연을 중시하는 환경생태도시의 7대 과제(선도프로젝트)를 내세워 추진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7대 과제 중에 문화관광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과제는 사실상 경제적 실체가 불분명한 슬로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와 제주도가 추진해온 개발전략에 관해서는 많은 논란과 비판이 있습니다. 예컨대 제주도 국제자유도시가 무슨 성과가 있었는지, 외국기업이 얼마나 입주했는지, 관광객의 9/10와 관광수입의 3/4이상을 내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고 있는 마당에 영어 공용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지식기반도시나 청정산업도시 성과가 무엇인지 등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이에 관한 평가와 비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홍콩, 싱가폴, 두바이... 제주의 모델은 누구?다만 좀더 직설적이며 총론적인 차원에서 지금까지 제주도의 발전과 개발 방식에 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주도 발전 및 개발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관광/리조트 시설 등 7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대규모 부동산개발을 통해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둘째는 대규모 개발과는 달리 제주올레 길과 같은 제주도의 자연풍광을 있는 그대로 살리면서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개발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그것입니다.
먼저, 대규모 부동산개발론 주장은 대체로 기업들과 제주도 토박이 주민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모든 토박이 주민들이 다 이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주도 토박이 분들은 평생을 제주도에 살다 보니 답답함과 뒤처져 있다는 느낌도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화끈하고 한바탕 벌일 수 있는 것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1987년 여행자유화 이후 지금까지 줄곧 제주도 대규모 부동산개발을 주장해오고 있으나 구체적인 장기비전이나 전략적인 개발 방식과 내용 등에 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의 이견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때그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또는 정치권의 선거용 개발사업 남발 등에 휘둘려 잡탕식으로 난개발을 해오고 있다는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부동산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제주도의 발전 모델로 때로는 하와이를 들기도 하며 때로는 두바이를 들기도 하고 때로는 홍콩이나 싱가폴을 들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카지노 도박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국제기업도시와 국제회의장 등을 만들고 영어를 공용어로 해 외국인투자 유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는 국제적인 휴양지 또는 부자들을 위한 종합요양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해양생물관련 바이오산업과 의료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대규모 복합관광 리조트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즉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좋게 보이는 부동산개발 방식은 모조리 다 흉내 내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때에는 미국과 유럽 등 소득이 높은 구미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일본인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며, 어떤 때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동산개발형 관광사업도 그런 수요층에 맞추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대규모 부동산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때그때의 유행이나 정치적 화두에 따라 일관성 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처럼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대규모 부동산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두 긁어 모아 놓은 것이 2003년에 발표된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서 제시한 7대 선도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규모 부동산개발 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제주지역 특성에 맞지 않은 전국 획일적인 일체의 중앙정부 간섭과 규제를 배제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2006년 7월에 제주도를 외교, 국방, 사법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자치권인 인정되는 '제주특별자치도'로 바꾸었습니다.
가장 성공한 제주관광 모델은 '토종' 올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