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짜리 '01X 아이폰'? 차라리 2G 쓸래"

방통위, 3G 한시적 허용 논란... '번호통합동맹'에도 균열 조짐

등록 2010.08.24 14:59수정 2010.08.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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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폰 심포지엄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스마트폰 체험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 고흥길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폰 심포지엄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스마트폰 체험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 고흥길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김시연

"01X 번호로도 '3년간' 아이폰, 갤럭시S 같은 3G 단말기를 쓸 수 있다."
"3G 전환 시 '01X 번호 표시 서비스'도 '3년간' 허용하되 연장할 수 있다."

이동전화 01X 이용자들의 3G 번호이동 허용이 010번호통합정책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그동안 꿈쩍 않던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에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16일 01X  이용자의 3G 이용을 전면 허용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 20일 방통위 상임위원 간담회(티타임)에서 앞서와 같이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이다.

한시적 3G 허용 방안에 01X 이용자들 '시큰둥' 

그나마 010 가입자가 95% 이상일 경우 강제 통합하는 방안에선 한 발 물러섰지만 정작 강제 통합에 반대해온 01X 이용자들이나 시민단체에선 '3년 한시적 허용'은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3년 뒤 01X 번호를 내놓을 바에야 차라리 2G 휴대폰을 그냥 쓰면서 번호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부 언론에서 방통위가 '010번호통합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며 정책 일관성 문제와 함께 기존 010 전환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정부는 2G(CDMA) 서비스 시절 011, 016, 017, 018, 019 등 5개로 나뉜 '01X' 식별번호를 '010' 하나로 통합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번호통합 촉진 수단으로 신규 가입이나 2G에서 3G(WCDMA) 전환 시 010 사용을 의무화해 기존 01X 번호로는 3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덕분에 올해 초 010 번호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80%를 넘어서 '강제통합'을 논의할 단계에 이르렀지만 스마트폰 확산과 맞물려 01X 이용자 차별 문제가 떠오른 것이다.  


숫자가 800만 명 수준으로 줄긴 했지만 '번호 로열티'가 높은 01X 이용자들이 쓰던 번호를 고수하다보니, 영상통화폰이나 스마트폰 등 3G 서비스 이용에 차별을 받아왔다. 01X 이용자들 가운데는 부득이 기존 휴대폰과 별도로 3G 휴대폰을 장만한 '투폰족'도 적지 않다.

이에 010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 카페와 한국YMCA전국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010 강제통합에 반대하는 한편 01X 이용자들의 3G 허용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2005년 번호이동성 제도가 도입되면서 번호통합정책 도입 취지였던 01X 식별번호 브랜드화 문제가 해소됐고 번호 자원의 효율적 활용 문제 역시 당장 시급한 게 아니라면서 무리하게 강제 통합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다른 통신사로 옮길 때뿐 아니라 010의 경우 3G에서 2G 전환 시에도 번호를 바꿀 필요가 없는데, 오직 01X 이용자들만 2G에서 3G로 옮길 때 010으로 번호를 바꾸게 한 것은 '소비자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호응해 정치권에서도 법안 개정에 나섰고 방통위에서도 이들을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01X 3G 허용이 통합정책 포기는 아니다... 점진적 통합 바람직"

 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가 지난 7월 8일 국회 010 번호통합 간담회에서 자신이 쓰는 두 단말기를 보이며, 01X 번호로도 3G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가 지난 7월 8일 국회 010 번호통합 간담회에서 자신이 쓰는 두 단말기를 보이며, 01X 번호로도 3G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시연

서민기 010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는 "2G를 종료하는 사업자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01X 3G를 허용하겠다는 건 결국 KT를 위한 것이고, 같은 통신사 내에서만 3G 전환을 허용하겠다는 건 SK텔레콤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통신사 구미 맞추느라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3년 뒤가 차세대(4G) 서비스 도입 시점임을 감안하면 그때 가서 똑같은 논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01X 3G 허용이 번호통합정책 포기는 아니다"라면서 "기존 사용자들의 01X 사용만 허용하고 명의 이전을 막으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와 01X 3G를 허용할 경우 기존 4000만 010 이용자들에게 역차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010 이용자들 가운데 절반이 신규가입자인 걸 감안하면 실제 01X에서 번호를 바꾼 가입자는 2천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면서 "이들 가운데 원하는 사람에겐 기존 번호를 되돌려주면 된다"고 밝혔다.

01X 이용자 3G 허용 법안을 발의한 이용경 의원실 서영훈 보좌관 역시 "01X 전환자들 가운데는 3G에서 기술적으로 01X를 못 쓴다고 오해해서 바꾼 경우가 많은데 정부에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과실 때문"이라면서 "기존 전환자 배려는 창의적 방법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 그걸 핑계로 통합해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01X 3G 금지는 4G 확대에도 부담"... 통신사 태도 미묘한 변화

서영훈 보좌관은 "01X 이용자 3G 금지 정책은 정부의 스마트폰 활성화 정책, 번호이동성 제도 등 다른 이용자 편익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면서 "정책 편의를 위해 소비자를 희생시키지 말고 다른 여러 통합 수단을 동원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용경 의원실에선 오히려 01X 가입자가 모두 3G로 전환할 경우 통신사업자 2G망 유지 비용이 연간 3000억 원 이상 절감된다며 통신사로서도 불리한 방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통신사들의 태도에서도 01X 이용자 3G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장 내년 6월 2G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조기 번호통합을 주장해온 KT는 01X 3G 허용에 더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조기 통합이 어렵다면 80만 명 정도인 자사 2G 01X 이용자들을 3G로 옮긴 뒤 4G 등 차세대 망 투자를 확대하는 게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KT에서 3년 뒤 010 전환을 전제로 한시적이나마 01X 가입자들의 3G 허용 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현실적인 고려와 번호통합정책 유지라는 대전제 사이에서 도출한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반면 01X 이용자 70%를 확보해 2G 서비스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SK텔레콤은 조기 강제 통합에는 반대하면서 01X 3G 허용이나 01X 번호표시서비스에 원칙적으로 반대해 왔다. 하지만 SK텔레콤 역시 최근 01X 이용자 불편을 감안해 01X 번호 표시 서비스 등을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에 동의하고 나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3G에서 01X 번호를 쓰게 하면 번호 통합에 혼란만 준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2G 종료 사업자에게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수용한 것"이라면서 "다만 한시적으로 허용할 경우 통신 3사가 동시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용자 피해 최소화가 최우선... 특정 사업자 편들기 아냐"

방통위는 8월 말 전체회의를 열어 번호통합정책 방향을 확정할 예정인데 이경자 부위원장과 양문석 상임위원 등 야당 추천 위원들이 특히 01X 이용자 3G 허용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방통위 기자실을 찾은 양문석 상임위원은 "번호통합정책의 1원칙은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산업, 정책, 이용자 영역을 따졌을 때도 이용자가 1순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방통위) 결정에 따라 SK텔레콤이나 KT에 유리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를 특정 사업자 편들기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도 양 위원은 "지금까지 010번호통합정책이 효율성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시점"이라면서 "01X 이용자들에 대한 국가 사회적 배려 없이 일방적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4G에서 또 한 번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2G 유지 비용을 4G에 투입할 수 있는 산업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낫지 않은가 싶다"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3G 전환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010번호통합 #01X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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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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