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 참석한 한 보조출연자가 사극 복장을 갖춰입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주연
실제 현장에서 만나본 보조 출연자들이 전한 촬영 현장에서의 반인권적 대우는 심각했다. 27년 동안 보조 출연자로 활동한 김선희(55·가명)씨는 "KBS 드라마 <반올림>을 찍을 때였는데, 그 날 바람이 엄청 불어 정말 추웠는데도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보조 출연자를 서강대교 밑에 그대로 방치했다"며 "한 컷 찍으려고 보조 출연자들을 절대 못 움직이게 해서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다 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이런 식의 학대를 너무 받다 보니까 가슴에 상처가 많이 생겼다"며 "우리는 죽든지 말든지 제작 스태프들이며 기획사들은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허우대는 굉장히 멀쩡하고 근사해 보이지만 밑자락에 있는 사람은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게 방송국"이라며 "주연 배우들은 큐 한 번 당 500만 원인데 우리는 시간당 2000원 남짓 받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이런 대우를 받는데도 27년간 보조 출연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나도 나만의 연기철학이 있을 정도로 연기에 대한 애정이 많다"며 "주로 <장희빈>이나 <명성황후> 등 사극의 상궁으로 많이 등장했는데 대사도 제법 많아 연기를 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은 배영락 위원장도 다르지 않았다. 배 위원장은 "학원에서 배운 연기를 제대로 발휘해서 TV에도 많이 나오고 싶고, 얼굴도 많이 비추고 싶은데 노조 활동을 하면서 보조 출연 일거리가 뚝 끊겼다"며 "상황이 이렇게 안 좋지만 앞으로도 연기는 꼭 계속하고 싶은데..."라고 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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