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몸을 숙여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주인 아저씨가 보다 놓은 조간 신문을 펼쳤다. 어제 오늘의 화두(?)는 "개풀 뜯어 먹는 말들의 전쟁"이다.
청문회에 나온 국무총리 후보자를 필두로 이분저분 이놈저놈 할 것 없이 말들이 많다. 하긴 개가 풀 뜯어 먹으니 뭔 좋은 소리가 나오겠나. 그렇다 하더라도 순간 밥이고 뭐고 간에 울화통이 터진다. '6000원하던 추어탕이 언제 1000원 더 올랐지? 에이, 이것도 이젠 자주 먹긴 다틀렸네.' 밥값 오른 것조차도 덧붙여 열받게 한다.
인사 청문회, 해도해도 너무 합니다해도 해도 너무 한다. 후보자 누구 할 것 없이 위장전입에 탈세의혹,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논문표절 등이 이번에도 문제다. 늘 그랬던 것처럼 뭐 새삼스러울 것도 아닌데 웬 수선이냐고 반문한다면 할말이 없다.
허나, 나 같은 인간도 말 좀 해보자. 위에 열거한 범죄를 저질러야만 장관 되고 국무총리 후보자가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모두도 그리해야 되는가. 그러나 그런 범법행위를 저지른다면 우리 모두, 아니 모두가 아닌 일반인들은 후보가 되기도 전에 '쌍팔찌'부터 찼을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 머리가 좋은 건지 아니면 권력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 간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저질러 놓고 수습을 잘한 건지 묻고 싶다. 방법 좀 가르쳐 달라고 떼 쓰고 싶다. 그래서 개뿔 나도 장관 한 번 추천 받아 가문의 영광으로 우뚝서고 싶다. 하루 이틀 전국적으로 개망신 당하면 어떠리, 죽어서 내 후손들이 우리 몇 대조 할배는 영의정 하신 어른이라는 칭송과 금술잔을 받고 싶다.
불리한 질문을 받으면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고 답변한다. 인간이 무슨 더듬이인가. 그리도 더듬을 게 많은가. 모르쇠가 이젠 더듬이로 진화했다. 오즉하면 국회의원 입에서조차 수많은 범법행위를 두고 "조폭들이 하는 짓이다. 여기가 조폭 중간보스를 뽑는 자리냐"는 쓴소리까지 나왔겠는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신문 몇 줄, 청문회 방송 몇 분만 보고 듣다 보면 일순 눈 버리고 귀 더러워지는 건 일도 아니다.
늦여름 화병, 다 당신들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