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정국구상 여론인사청문회 전에 8.15 경축사에서 제시한 친서민-공정 사회 국정기조에 대한 여론은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EAI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구상을 담은 8.15 경축사의 핵심 메시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친서민-중도실용주의의 재점화였고, 다른 하나는 '공정한 사회'였다.
전자(前者)는 사실 서민과 중도층이 보기에 '작년에 왔던 각설이'의 재탕이었다. 새로울 게 없었지만 약간의 '호언'과 '실천'이 대중의 호기심을 끈 것이 사실이다. 서민을 울리는 대형카드사의 고리대 관행과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갑을(甲乙) 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질타와 대기업 때리기가 그것이다.
후자(後者)는 전두환 정권이 '정의사회 구현'을 국정지표로 내세운 것만큼이나 뜬금없어 보였다. 그래도 두루마기를 입고 나온 대통령이 열정적으로 연설한 덕분인지, 아니면 여전히 종합편성 채널에 목을 매고 있는 조중동이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덕분인지 모르지만, 두 메시지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EAI-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중도실용주의에 대한 평가를 묻는 설문에 '긍정적'(50.8%)이라는 응답이 '부정적'(44.0%)이라는 응답보다 더 많았다. 또 8.15 경축사에 제시한 '공정한 사회 구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응답(55.2%)이 부정적인 응답(37.8%)보다 더 많았다. 그리고 이같은 친서민-공정 사회 국정기조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8.8개각에 따른 공직후보자 9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가 꺾였다. 인사청문회 초반에만 해도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노무현 차명계좌' 및 '천안함 유족 비하' 발언이 공개되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더니 김태호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 이르러서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를테면 EAI-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응답자의 84.8%가 이번 인사청문회를 직접 시청하거나 관련 뉴스를 접했다고 답했다. 반면에 청문회를 시청하지 못하거나 관련 뉴스를 접하지 못한 응답자는 15.2%에 불과했다(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표집오차는 95%신뢰수준±3.5%p)
청문회 보거나 관련 뉴스 접한 사람일수록 김태호 내정에 부정적문제는 이런 국민적 관심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청문회 초기인 8월 21일 조사(서울신문-한국리서치)에서 48.7%로 50%에 근접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청문회 종료 직후인 8월 28일 조사(EAI-한국리서치)에서 43.7%로 5%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함의는 인사는 잘하면 만사(萬事)이지만 잘못하면 망사(亡事)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