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에 대한 불법사찰 문제가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 문제와 맞물려 여권 내 '골육상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이재오 특임장관이 나서 급한 불을 껐다. 그렇지만,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1일 불법사찰 피해자로서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을 사찰의 배후로 지목하고 나선 정태근 의원 및 정두언 최고위원을 각각 만났다. 이 장관은 두 의원이 사찰을 당한 정황을 청취했고, 두 의원은 이 장관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문했다.
'사찰 피해 3인방' 중 한 명으로 연일 "권력을 사유화한 '빅브라더' 집단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남경필 의원에게는 안상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나서 자제를 요청했다.
사찰 문제를 계기로 재점화된 여권 내 대립과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이 장관과 당 지도부가 나선 것. '사찰 피해 3인방'은 일단은 더 이상의 문제제기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남경필·정태근 의원은 2일 아침 잡혀 있던 각종 방송 인터뷰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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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이 나서서 일단 급한 불을 끈 상태이긴 하지만, 여권은 여전히 갈등의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형국이다. 남경필 의원은 "명백한 진실규명 없이 적당한 선에서 이 문제를 덮지 않겠다"는, 정태근 의원은 "적당히 타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사찰 배후세력에 대한 명확하고도 근본적인 조치가 없다면, 다음 주 이상득 의원이 관여됐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밝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의원들에게서 사찰 정황을 청취한 이 장관이 민주화 투쟁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장관 측근은 "(의원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자세하게 들어본 정도"라며 '이재오의 중재안'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정두언·정태근 의원이 이상득 의원을 정조준해 사찰과 인사검증의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편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기는 더 힘든 것. 한나라당의 한 중요 당직자는 "결국 양쪽이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며 해법 찾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장관과 당 지도부가 나서서 불법사찰 문제는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언제든 다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찰 피해 3인방' 의원들 뿐 아니라 야권의 진상조사 요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이재오 특임장관은 특임업무를 조정해 (불법사찰 피해) 당사자들의 입을 다물(게 하)라는 지극히 위험한 특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0.09.03 15:51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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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은 이상득, 소방수는 이재오... 사찰 내홍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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