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평리에서 만난 할아버지. 포항제철 다니는 막내아들이 있다시며 끝까지 며느리 삼자 하시는 걸 어렵사리 고사했습니다.
이명주
바로 이 분이십니다. 저의 '시아버지'가 될 뻔 하신. 삼정리 지나 석병리로 접어들었는데 마침 벼밭을 둘러보고 나오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먼저 인사를 드리고 호미곶에 가는데 맞게 잘 가고 있냐 여쭸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때 막 걸어온 지 네 시간을 넘긴터라 할아버지 곁에 서서 숨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대뜸 어르신 왈(曰) "결혼 안 했재? 딱 보니 우리 며느리 하면 좋겠네" 하십니다. 일단 예쁘게 봐주시니 흐뭇하긴 한데 그렇다고 만난 지 3분도 안 돼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하시니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말없이 웃고 있으니 몇 발자국 더 다가와 담배에 불을 붙이곤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상견례'가 시작됐지요.
시큰둥한 척 하며 제가 알아낸 정보는 제 부군이 될 지도 모르는 남자는 현재 포항제철에 재직 중인 할아버지의 막내아들이었습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달라 몇 번이나 말씀하시는 할아버지께 펜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뒷걸음질쳐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몇 초간 '정말 인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습니다.
사람 연은 어찌될 지 아무도 모른다 하니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포항제철에 다니는, 석병리 사는 박씨 할아버지 막내아들 되시는 분 이 글 보시면 연락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