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와 어르신이 부러운 연유

[잘못된 만남 응모] 나의 박약 의지에 화가 난다

등록 2010.09.04 13:28수정 2010.09.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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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새벽의 일이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담배가 없는 거다!


아, 이런!!
전날 밤에 과음을 하면서 남았던 담배를 죄 피운 모양이었다.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사면 된다는 자만심에
그처럼 담배를 하나도 안 남기고 다 태운 것이었다.

아무튼 그나마 '천만다행'이었건 건 눈을 떠
담배가 '고팠던' 시간은 평소 출근시간에 인접한 오전 5시 30분쯤이었다.
그 시간이면 집을 나와 50여 미터 밖에 위치한 구멍가게가 문을 열 시간이었기에 말이다.

두 노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통상 오전 5시면 문을 연다.
그것만을 믿고 담배 디스 플러스 한 갑 값인 2,100 원을 챙겨 집을 나섰다.

하지만 가게는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요즘 할아버지가 무슨 수술을 하셨다더니 그래서
병수발을 할머니가 하시는 까닭으로 그렇지 싶었다.

아무튼 담배를 못 사는 바람에 하는 수 없어
길 건너 편의점까지 가서야 비로소 담배를 하나 살 수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허공에 내뿜으며 집으로 돌아와 세수를 한 뒤에 출근을 서둘렀다.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 30분 정도 되었다.
직원들이 모두 출근하는 9시가 되는 2시간 30분가량의
이 시간에 나는 신문을 읽고 라디오를 듣는가 하면 글까지 쓰는 '1인 3역'을 한다.

한데 글을 쓰자면 담배를 두 개비 이상은 또 피워야 한다.
그렇지만 흡연은 사무실 안에선 할 수 없다.


복도를 지나 어두컴컴한 계단으로 나가 태워야 한다.
그같이 흡연을 하자면 담배 외에 두 가지를 더 챙겨야 된다.

하나는 불을 붙이는 라이터고 또 하나는 드링크를 마시고 난 빈병을 들고 가는 것이다.
이 드링크 병은 나로선 재떨이의 개념과 용도이다.

즉 담배를 태운 뒤 담배꽁초를 이 안에 넣고 뚜껑을 잠그는 것이다.
그러면 냄새도 안 나는 즉석 재떨이로 그 쓰임새가 매우 훌륭한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이 실천하는 흡연자가 우리 건물엔 나 말고는 거의 없는 편이다.
거개의 흡연자들은 종이컵에 물을 약간 담아가지고 와
거기에 자신이 태운 담배를 쑤셔 박는다.

그도 아니면 바닥 등지에 사정없이 발로 깔아뭉개든가.
우리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규모 10층의 전형적인 오피스 빌딩이다.

고로 건물 전역이 금연빌딩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흡연자들이 순순히 금연을 할 리는 만무하다.

흡연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담배를 피워야만 금단현상을 이기고 또한 '견디는' 때문이므로.
처음 이 사무실로 이사를 왔을 적엔 이 빌딩의
관리사무실 아저씨로부터 어지간하게 잔소리를 들었다.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면 그 냄새와 연기가 위로
죄 올라온다는 민원이 많으니 그럴 거면 차라리..."
옥상으로 올라가든가 아님 아예 건물 밖으로 나가서 피우라며.

그럴라치면 새삼 그렇게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흡연자의 비애까지가 생성되어 시쳇말로 '쪽 팔리고'
더러워서 당장에라도 담배를 가위로 싹둑 잘라내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같은 결심은 작심삼일은커녕
작심 30분도 못 가는, 참 못 나서 의지조차도
박약한 나 자신을 새삼 발견하는 외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3년 전에 모 언론사와 생보회사가 공동주관으로 '금연 수기 공모전'을 펼친 바 있었다.
이에 대한 공모전 요강을 보니 수상자에 대한 상금이 빵빵했다.

그래서 견물생심에 즉시로 펜을 들었는데 하지만
그 상금에 눈이 멀어 버젓이 흡연을 하고 있는 터임에도
이를 속이고 금연을 했노라고 '뻥'을 칠 순 없었다. 

그건 글이라는 건 그 사람을 나타내는 어떤 바로미터라는
사관과 아울러 진실이 담기지 않은 글이란 도둑놈에
다를 바 없다는 마찬가지의 평소 신념이 불러들인 당연한 귀결이었다.

하여 나는 당시에 선회하여 금연을 못 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 따위를
담은 '존경과 자괴의 교차로에서'라는 글을 써 보내는 수밖엔 없었다.
당연히 수상작엔 들지 못 하였으나 심사위원 추천작으로
선정되어 당시에 보낸 내 글이 수록된 책자 10권은 받을 수 있었다.

현재도 장에 꽂혀 있는 이 책은 <금연이 가져다 준 세 가지 선물>이란
타이틀로써 서점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내가 담배라는 친구와 '잘못된 만남'을 맺은 건 불과 열 일곱 살 때부터였다.

당시 나는 소년가장으로써 고달프기 짝이 없는
하루하루를 그야말로 지옥(地獄)에서의 괴로움 견디듯 하고 있었다.

내일이 하나도 반갑지도, 또한 희미하기조차도 않은 여전히
깜깜한 밤일 뿐이라는 현실적 고민의 가중은 급기야
대책 없는 강술에 이어 담배까지를 억지로 배우는 치기의 만용까지를 부리게 되었다.

한데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담배를 배운 당시의
그 없었어야 되었을 종작 없는 행동은 지금껏 이어지는 어떤 사슬의 구속이었다.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 씨가 운명 직전 그토록이나
"금연을 하라!"는 광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재도 담배 없으면 못 사니 말이다.

친구를 잘 못 사귀면 착했던 사람도 결국은 잘 못 된 길로 빠지고 만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담배의 경우가 바로 이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손자를 얻은 뒤에야 비로소 담배를 끊었다는 어르신을 안다.
이는 손자가 "할아버지한테선 냄새 나서 싫어!"라는
손자의 냉갈령스런 손사래에 충격을 받은 이후로 고착화되었다고 하셨다.

또한 등산을 갔는데 힘에 부쳐 중도에서 헐떡거리고 앉아있자니 할머니가 지나가시면서
"젊은이가 담배를 피우니까 그처럼 기운을 못 쓰는 겨!"라며
이유 있는 지청구에 당장에 담배를 끊었다는 죽마고우도 실재한다.

그런 얘길 들을 적마다
"그래 이놈아, 우린 먼저 죽을 테니 너는 혼자 남아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천 년 만 년 더 살다 와."라며 농을 친다.

그렇지만 기실 속내는 그 친구와 어르신이 부럽기 짝이 없다.
언젠가는 나도 담배를 끊어야 할 터이다.

한데 현재도 나의 금연의지는 약하다.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야기된 담배와의 이별은 과연 언제가 되어야 가능할까?

<금연이 가져다 준 세 가지 선물>의 수기 금상 수상자는
"다시 태어나도 담배는 피우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하였거늘.

덧붙이는 글 | 잘못된 만남 응모글


덧붙이는 글 잘못된 만남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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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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