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고 정모 이사장이 학생들 밥값으로 사기를 치는 등 7억 원에 이르는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왜 검찰은 이전에는 이걸 밝히지 못했을까?
김행수
[사례1- 서울 양천고] 2년 동안 수사 미루던 검찰, 이제야 압수수색서울 양천고의 경우, 비리 의혹이 제기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전교조가 ▲ 유령회사에 의한 급식비 횡령 의혹 ▲ 유령동창회에 의한 동창회비 횡령 의혹 ▲ 체육복 강매에 의한 횡령 의혹 ▲학교 돈으로 해외 여행가는 이사장 등 각종 비리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 2008년 10월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도 하지 않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했고, 이듬해 3월 전교조가 서울고검에 항고하자 다른 모든 혐의를 무혐의 처분하거나 아예 판단조차도 하지 않은 채 가장 가벼운 건 하나만 기소유예하는 것으로 덮으려 했다.
이에 전교조는 곧바로 대검찰청에 재항고를 했지만, 제대로 수사를 할지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가 2번이나 해고된 김형태 전 교사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검찰은 지난 6월 28일, 양천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계좌추적을 통해 유령급식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돈이 이사장에게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자 이 학교는 교사들에게 이사장의 무죄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받아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지난 3일 서울남부지검은 양천고 이사장 정아무개(77·여)씨를 '유령회사를 통해 급식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5억 7천만 원을 빼돌리는 등 6억9천만 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횡령·사립학교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급식비뿐 아니라 공사업체로부터 6500여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고, 학교 자금 4600만 원도 횡령했다.
검찰은 지난 3일 "혐의는 중하지만 피의자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전했다. '2년 전에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을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해고 교사가 교육의원이 된 이후 어쩔 수 없이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난에는 "범죄 혐의는 의심이 되지만 물증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오히려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수사로 범죄 혐의를 밝힌 것이다"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검찰의 불구속기소 결정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양천고 비리 의혹 중 가장 악질적인 것은 학교 돈으로 이사장이 급식업체 직원들을 대동하여 중국이나 제주도 등 여행을 다니고선 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허위 서류를 내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검찰 수사에서도 이 부분은 전혀 문제를 삼지 않았고, 다른 동창회비나 체육복에 의한 횡령 의혹은 전혀 언급이 없다"며 여전히 부실한 수사임을 주장하고 있다.
[사례2- 이화예술학원] 대법원서 유죄 받은 두 예술학교 교장들지난 8월 17일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학부모들에게 강제로 모금한 학교발전기금과 학교 공금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예술학원 산하의 서울예고와 예원학교 전 교장 2명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예고의 교장이자 이사였던 H씨는 편입학생 학부모 등에게 "피아노 등 악기구입 비용이 필요하다, 학교시설이 낡아 보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걷은 학교발전기금 9800만 원과 교비 3200만 원 등 1억2천여만 원을 카드대금 결제, 회식비 등으로 임의 사용하거나 교직원과 나눠 가진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유죄 선고를 받았다.
예원학교의 교장이었던 K씨 역시 학부모로부터 받은 학교발전기금 12억 원 중 2억5천여만 원을 부하 직원 횡령을 메우는데 쓰고 퇴임 때 2억 원을 갖고 간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가 H교장과 함께 대법원에서 유죄선고가 확정되었다.
이 법인이 운영하는 두 학교에서 교장들이 학교 공금과 학교발전기금을 횡령하고 부채가 80억 원에 이르는 상황이었음에도 이 학교 이사회는 내부 분란을 겪다가 이사승인이 취소되기까지 하였다. 결국 지난 6월 '이화예술학원' 시대를 불명예스럽게 마감하고 '서울예술학원'로 학원이름도 바꾸고 새로운 이사장도 취임하여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례3-서울외고] 이사장 일가 횡령액만 100억 원서울외고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해 보인다. 지난 6월 이사장과 그의 어머니인 교장이 최소 17억 원의 학교공금을 횡령한 혐의와 학부모 20여 명으로부터 부정입학 대가로 1억7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아들인 이사장은 구속, 어머니인 교장은 불구속 기소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서울외고 설립자인 이사장의 아버지(전 이사장)는 2000년 학교 공금 26억 원을 횡령하여 감사원에 적발되었고, 2006년에는 24억 원을 빼돌려 유죄선고를 받아 쫓겨난 바 있다.
검찰에 의하면 이들 서울외고 이사장 일가가 1978년부터 학교를 운영하면서 부부와 자식 2대에 걸쳐 횡령한 돈은 모두 1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사장은 구속됐고, 불구속 기소된 교장 역시 이사장과 교비 횡령을 공모한 사실이 발각되어 얼마 전 교장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사립학교의 두 수장인 이사장과 교장이 한꺼번에 공석이 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은 결국 더 이상 이런 이사장과 교장들에게 배울 것이 없다는 심정으로 이들 이사의 임원승인을 취소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사례4-대원외고] 지지부진했던 대원외고 수사, 결국 검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