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저녁, 파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정겹다.
이정민
농수로 서쪽 편으로 맞붙어있는 삼산초등학교 뒤쪽 담벼락 오솔길로 발길을 돌렸다. 학생 몇몇이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땅 붙일 곳이 있으면 어딜 가나 그러하듯 하천 변 자투리땅에 한 할머니가 파 씨를 뿌렸나보다. 김매기를 한다. 조용한 오솔길을 깨우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파밭에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는 할머니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인근 연립주택에 사는 아저씨가 말을 건네 온다.
"이왕 취재하러 온 거면 여기 하천 오염문제에 대한 대책 기사 좀 써 줬으면 좋겠네요. 내가 20일 동안 동영상도 찍어가며 시청과 구청에도 제보했는데, 묵묵부답이에요. 생태공원으로서 보전가치가 충분히 있는데도 손을 놓고 가만히 놔두고만 있으니, 그 피해를 고스란히 이곳 주민들이 받고 있단 말이오. 가물치, 잉어, 붕어, 메기도 많고 아침이면 학과 오리가 날아들어 그나마 자연의 향기를 주는 곳이었는데…"아니나 다를까. 하천을 따라 북쪽(계양구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보니 다리 밑으로 수십 마리의 붕어 떼가 먹이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이렇게 냄새나는 곳에도 물고기가 저렇게 많이 살다니, 아저씨가 한 말이 빈말은 아닌가 보다. 좀 신경 써서 관리를 잘해주면 생태하천으로 손색이 없을 텐데…'
생태하천 생각에 빠져 있다가 아이들이 생각나 하천과 맞닿아 오랜 세월을 동고동락한 삼산초등학교로 들어가 봤다. 옛날식 건물 그대로의 모습이다. 운동장 연단 사이로 이순신 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이 좌청룡 우백호의 기개를 뽐낸다. '밤이 되면 이순신은 칼로 떡을 썰고 세종은 글을 쓰면서 솜씨 대결을 일삼았다'는 장난 같은 우화가 생각이나 나도 모르게 잠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