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아들 장례 치른 어머니 "민주노조 위해 싸워달라"

고 정경식 노동열사 장례식 치러...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서 노제 열려

등록 2010.09.08 18:57수정 2010.09.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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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죽지 않는다. 증발한다!/노동자는 죽지 않는다. 소멸한다!/노동자는 죽지 않는다. 의문 속으로 사라진다!" - 백무산 조시 "죽어가는 모든 익명에 생명의 이름을 부여하라" 일부

23년만에 장례식이 열렸다.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6월 실종되었다가 이듬해 3월 창원 불모산에서 산불이 나면서 유골로 발견되었던 고 정경식(1959~1987) 노동열사에 대한 장례식이 열렸다.

a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모습.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모습. ⓒ 이동규


a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때 어머니 김을선씨가 울고 있는 모습.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때 어머니 김을선씨가 울고 있는 모습. ⓒ 이동규


'노동해방열사 정경식 동지 전국민주노동자장(葬)'이 7일~8일 서울, 창원, 양산에서 열렸다. 7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입관한 뒤 8일 서울 정동 소재 민주노총 앞에서 영결식이 열렸다. 이날 오후 고향인 창원 진동마을에 이어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노제가 열렸다.

창원에서 열린 노제에는 정치인과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대거 참석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설훈 전 의원, 허성학 신부, 김영만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 손석형·석영철·이종엽·여영국 경남도의원, 이흥석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또 고 정경식 열사의 어머니 김을선(78)씨와 고인과 함께 대우중공업(현 두산DST)에 다닌 동료 노동자들도 일부 참석했다.

a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때 운구 모습.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때 운구 모습. ⓒ 이동규


a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 이동규


이날 노제는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의 사회로, 주재석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이 '열사 약력보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김영훈 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죽어서 증언해야 하는 역사, 이제 끝내야 합니다"고 외쳤다.

a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때 분향하고 있는 모습.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때 분향하고 있는 모습. ⓒ 이동규

김 위원장은 "23년이나 지나서야 당신에게 허락된 묘비명이 고작 '관련자'라니요, '민주화운동 관련자' 아닙니다, 정경식 열사 당신은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의 주인입니다, 앞서간 당신의 길, 산자들이 따르겠습니다"고 말했다.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추도사를 통해 "23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영면에 들지 못하고, 사랑하는 어머님과 동지들의 가슴 속에서 오열하며, 피맺힌 분노와 한을 품은 채 지내시던 정경식 열사여, 유난히 뜨거웠던 2010년 여름을 끝으로 떠나 보내려 합니다"고 말했다.

뒤이어 노래패 '좋은세상'이 조가를 불렀고, 여영국 도의원이 백무산 시인의 조시를 낭송했다. 이어 창원민예총 김선희 부지부장이 '진혼굿'을 선보였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 김을선씨는 "의문사 진상 규명해 달라"며 "민주노조가 활성화 되도록 싸워달라"고 말했다. 고인의 유골은 이날 오후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에 영원히 안장되었다.

유가족과 시민사회진영은 고 정경식 열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해 왔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고, 지난 8월 23일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는 그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어머니 등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되지 않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유골을 집에 모셔 놓았다가 마석 모란공원으로 옮겨 놓았던 것이다. 이번에 고인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어, 23년만에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그를 보내지만 아무 것도 끝난 것이 없다는 걸 우리는 안다./우리가 언제까지나 그의 죽음을 끝내 찾아 밝혀내야 하는 이유는/노동자의 불확실한 삶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그리고 모든 익명에 생명의 이름을 부여하기 위해서이다."(백무산 조시 일부).

a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때 모습.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때 모습. ⓒ 이동규


a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때 '진혼굿'을 추는 모습.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만에 열렸다. 사진은 8일 오후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노제 때 '진혼굿'을 추는 모습. ⓒ 이동규


#정경식 노동열사 #민주노총 #민주노동 #민주화운동 관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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